[비즈한국] 이집트 미라가 서울을 찾았다.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이집트 미라전: 부활을 위한 여정’이 열린다. 유물이야 이집트에 있는 것만 못하겠지만, 전시 수준만큼은 훨씬 더 낫다. 이제 열흘도 안 남은 겨울방학이 아쉽다면 꼭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붐비니 가급적 평일에 가는 것이 좋다.
#신전을 통해 들어가는 고대 이집트
매표소를 지나 2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디지털 아트로 재현된 이집트 타페 신전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현재 타페 신전은 네덜란드 국립고고학박물관 로비에 있다. 이집트 정부에서 자국의 고대 유물 보존에 기여한 네덜란드의 공로를 인정해 작은 신전 하나를 통째로 기증한 것이다. 그 덕분에 네덜란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이아 등과 함께 ‘세계 5대 이집트 컬렉션’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고, 네덜란드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기획한 전시가 호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온 것이다.
모두 4개의 테마로 구성된 전시의 시작은 ‘탐험, 고대 이집트를 향한 열정’이다. 이곳에선 고대 이집트 문명에 매료된 유럽인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유물들을 보게 된다. 유럽에서 ‘이집트학’이 시작된 것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었다. 고대 문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에 167명의 학자와 예술가들을 대동했다. 이들은 3년 동안 이집트에 머물면서 고대 유물들을 샅샅이 조사했고, 그 결과를 기념비적 저작물인 ‘이집트지’에 담았다. 이로써 ‘이집트학’이 태어날 수 있었다.
물론 나폴레옹의 원정은 ‘제국주의 세력의 문화재 약탈’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영박물관에 있는 로제타스톤 또한 나폴레옹 원정군이 허락 없이 가져간 이집트 문화재였다. 하지만 로제타스톤을 연구한 프랑스 학자 샹폴리옹이 몇 년간의 연구 끝에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함으로써 이집트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시실에는 로제타스톤의 복제품과 함께 19세기 초 유럽인이 그린 컬러 도판, 작은 피라미드 장식인 피라미디온,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좌상 등이 보인다. 휴대폰에 앱을 다운받으면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세 벽을 가득 채운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피라미드, 아부심벨 등 이집트 대표 유적지도 실감난다.
#3D 스캔으로 살펴보는 미라의 속살
미라와 관련된 본격적인 전시는 세 번째 테마인 ‘이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사유’부터 시작한다. 이곳에선 고대 이집트인의 내세관과 미라를 만든 이유, 그리고 아름답게 장식된 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벽을 따라 짧게 상영되는 애니메이션도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대 이집트인은 사람이 죽으면 내세에 부활해 영생을 누린다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은 이의 시체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 미라를 만들었다. 즉 미라는 현세가 아닌 내세를 위해서 만든 것이다. 중요한 장기들은 따로 보관했고, 몸속 빈 공간에는 수지와 린넨 천 등을 채워넣어 모양을 유지하고 부패를 막았다. 전시실에는 장기를 보관했던 카노푸스 단지, 무덤에 함께 넣은 장신구, 금박을 입힌 미라 마스크 등이 보인다.
마지막 테마인 ‘스켄, 고대 이집트의 맨얼굴’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이곳에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개된다는 미라의 CT촬영 3D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두꺼운 천으로 감싼 채 중앙에 놓인 미라 주변 벽으로 스캔 영상이 펼쳐진다. 악어와 고양이 등의 동물 미라도 있고, 이집트 신화와 사후 세계를 묘사한 파피루스 문서도 보인다.
사후 세계를 묘사한 파피루스는 흔히 ‘사자의 서’라고 불리는데, 죽은 자가 사후 세계에 가서 재판을 받을 때 망자를 돕는 역할을 한단다. 전시실에는 사자의 서 내용뿐 아니라 이집트 신화와 주요 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이해를 돕는다. 여러 가지 이미지를 이용해 쉽게 설명해 아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여행메모>
이집트 미라전: 부활을 위한 여정(3월 26일까지)
△위치: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24-6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
△문의: 1533-9490
△이용시간: 10:00~19:00(입장마감 18:00),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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