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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무노조' 신세계백화점에 깃발 올리는 노조, 기대와 과제

"승격률, 성과급, 임금체계 등 낙후된 시스템 바꿀 것" 포부…사측 "원만한 대화와 협의 지향"

2023.02.21(Tue) 17:57:00

[비즈한국] 신세계백화점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신세계 노조는 설립 필증 교부를 기다리며 출범을 앞둔 상태다. 이번 신세계 노조 설립은 실적에 비해 미흡한 처우에 직원들의 불만이 쌓인 데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신세계그룹에서 노조 사찰 논란이 있었던 만큼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창립 60년 만에 노동조합이 결성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60년 무노조 경영’을 하던 신세계백화점에 노조가 탄생한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신세계 노조는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필증 교부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1~2일 내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필증이 발급되면 노조로 공식 출범할 수 있다.

 

지난 16일 신세계 노조는 신세계백화점 직원을 대상으로 노조원을 모집하기 했다. 김영훈 초대 노조위원장은 모집 안내와 함께 낸 입장문에서 “신세계백화점의 근무 환경 개선과 직원 복지 향상, 임금협상 등 다수 안건으로 신세계 복지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최근 불거진 경영진의 운영 판단 실수로 그간 쌓인 설움이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신세계는 최근 엔데믹 여파로 호실적을 거뒀다. 2022년 총매출액(연결기준)은 12조 4939억 원으로 2021년 10조 2127억 원 대비 22.3% 늘었고, 영업이익은 6454억 원으로 전년(5174억 원) 대비 24.7%나 증가했다. 광주·대구·대전 신세계를 포함한 백화점 부문 2022년 총매출액은 6조 9162억 원으로 전년(5조 7942억 원) 대비 19.4% 늘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신세계는 2월 초 초과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전 직원에 4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격려금으로는 ‘보상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노조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사측의 일방통행식 임금협상과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지급, 오간 데 없는 9 to 5 제도, 연장근무 만연화, 1~2명으로 국한된 승격 등에 지쳤다”라며 “후퇴하는 회사의 운영방침과 불투명한 승격률, 성과급, 임금체계 등 90년대에 머무른 낙후된 시스템을 바꿀 시점”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노조 설립에 관해 “원만한 대화와 협의를 이루어가며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 노조의 탄생을 두고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과거 그룹 차원의 부당 노동 행위 논란이 있었기 때문. 지난 2011년 복수 노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마트, 백화점, 스타벅스, 푸드 등 각 계열사의 노조 활동을 저지하는 계획을 담은 신세계그룹의 내부 문건이 2013년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다. 

 

문건에는 직원 사찰, 선전전·단체교섭 등 노조 활동 시 대응 시나리오, 노조 대응 조직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이후 이마트 측이 사과하며 노조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갈등은 이어졌다. 2018년에는 이마트 노동자 사망사고를 기점으로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이마트의 노조 탄압은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16일 신세계 노조가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신세계그룹 계열사별 노조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 지부, 한국노총 소속 전국이마트노조 등이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노사 대표 위원회인 ‘한가족협의회’가 노조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K컴퍼니(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는 지난 2021년 10월 과도한 프로모션 이후 근로조건 개선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가 진행됐지만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무노조였던 신세계에 ‘젊은’ 노조가 생기는 것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노조가 결성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과거와 달리 기업이 구성원 의견을 묵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집단적인 의사 표현이 중요하다”라며 “성과급이나 근로조건 등 실리적인 요구를 할 때 ‘생산성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사회적인 명분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업이 유지해온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정규직과의 격차 감소 등 사회적인 명분까지 확대하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또한 “제조업, 50대 중심이었던 노조가 조직률이 높아지면서 사무직,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여성, 20~30대 등 다양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집단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성과급이나 연봉체계 개선은 불합리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 배분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노동자 생애, 산업 단위, 성과급조차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 등으로 초점을 확대해 안착하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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