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는 상장법인들이 제출한 공시서류를 즉시 조회할 수 있는 종합적 기업 공시 시스템이다. 투자자 등 이용자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보와 주요 경영상황, 지배구조, 투자위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트 홈페이지에서는 ‘많이 본 문서’를 통해 최근 3영업일 기준 가장 많이 본 공시를 보여준다. 시장이 현재 어떤 기업의 어느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비즈한국은 ‘지금 이 공시’를 통해 독자와 함께 공시를 읽어나가며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의 이슈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자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에 난방비 폭등까지 덮치면서 서민경제에 부담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4·5·7·10월 4차례 인상된 가스요금이 관리비 고지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한 것. 이에 정부는 뒤늦게 취약계층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언급한 상황이지만 서민 가계의 고통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몰래 웃는 기업도 있다. 난방비 폭등의 반사이익을 누린 ‘가스주(株)’다. 기록적인 한파에 난방비가 상승하며 지난 1월까지 도시가스 공급 업체인 ‘가스주’들의 주가 급등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인 2022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39만 1000원이던 삼천리 주가는 지난 2월 20일 종가 기준 48만 4500원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도시가스는 42만 5000원에서 47만 2000원으로, 대성홀딩스는 10만 9500원에서 12만 300원으로 올랐다.
‘가스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0일과 21일 ‘많이 본 문서’ 1위는 지역난방공사의 ‘영업(잠정)실적’ 공시가 차지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최대주주인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지분 34.55%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단이 각각 19.55%, 10.53%를 보유한 공기업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열과 전기를 공동주택과 건물 등 다수 사용자에게 일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로서, 2022년 9월 말 기준 총 19개 사업장에서 176만 9000호의 공동주택과 2799개소(냉방 1232개소 포함)의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직접 열과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다보니 ‘가스주’로 꼽히는 종목 중에서도 유통 공급만 담당하는 도시가스 업체보다 난방비 인상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지역난방공사의 주가는 2022년 12월 29일 2만 8500원에서 올 1월 31일 3만 155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지난 2월 20일 종가는 1월 말보다 소폭 하락한 2만 9400원을 기록하며 거의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다.
LNG 원가 상승 영향 때문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열 요금이 오른다고 해서 영업실적이 금방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 발전원료인 LNG 원가 급등을 열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지난해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역난방 열 요금은 민수용 도시가스(주택·일반용) 요금조정률을 반영해 조정되는 만큼, 원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열 요금을 급격하게 인상할 수 없다. 도시가스 요금은 LNG(액화천연가스)를 독점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비용을 감안해 소매요금이 결정된다.
지난 15일 지역난방공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적)실적’ 공시를 보면 지역난방공사의 2022년 매출은 4조 173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4.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038억 9400만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지역난방공사의 열 판매단가는 8만 686원/Gcal로 전년(7만 2312원/Gcal) 대비 11.58% 상승한 반면, 같은 시기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 천연가스 평균 단가는 2만 8541.75원/GJ로 전년(1만 3364.52원) 대비 213.56%나 급등했다.
이와 관련,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열 요금 역마진 구조에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며 “난방수요가 증가하는 1분기도 해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에너지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올해 2분기로 기대되었던 도시가스 요금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중”이라며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에 연동되는 열 요금은 이 같은 정책 기조 하에서는 정상화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경영실적과 관계없이 난방비 폭탄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던 다른 ‘가스주’들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한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유통 공급만을 담당하는 국내 도시가스 업체의 기업가치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는 관련이 없는 데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주가 급등세를 보인 삼천리는 지난 9일 ‘영업(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2022년 95억 27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302억 6800만 원) 대비 68.5% 급감했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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