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매일 딸의 댄스 영상을 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 됐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유튜브를 보고 아이돌 댄스를 제법 그럴싸하게 따라 하는 것이 신기했다. A씨는 “어렸을 적에는 수학여행 가면 장기자랑으로만 춤을 추는 줄 알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춤을 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동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B씨는 “한국인인 나보다 더 많은 K팝을 알고, 춤도 완벽하게 추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YG엔터테인먼트는 화려하게 상장식을 개최했다. 지난 2000년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11년 만에 상장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는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우회상장 등을 통해 들어왔지만, YG엔터테인먼트는 직상장 문을 두드렸다. 상장식에는 2NE1 산다라박, 배우 유인나, 그룹 지누션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YG엔터는 공모가였던 3만 4000원의 2배인 6만 8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바로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류 열풍과 K팝 열풍을 타고 상장에서 주가 급등까지 이뤄진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오랜만에 증시에 입성하기까지는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엔터주는 ‘잡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한류 바람이 불면서 인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이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하이브) 등이 증시에 입성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이후 BT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K팝은 이제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비주류 음악이 아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넥스트 BTS가 누가 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K팝이라는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엔터주가 올해도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A씨는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 엔터주에 투자하려고 했다. 그러나 투자자는 팬으로 기업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가는 소속 아티스트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아티스트의 활동이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아티스트의 매출이 집중되고 있는 기업의 경우,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악재가 터지면 주가가 휘청일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증시에 입성한 엔터주들은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고 급등락을 반복했다. 물론, 최근 에스엠만 빼고 말이다.
요즘 엔터테인먼트업계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 핫하다.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싸고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의 경영권 분쟁때문이다. SM 주가는 이달 들어 47% 이상 급등했다. 특히, 하이브가 SM 전체 발행 주식의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지난 10일 하루만에 16% 이상 올랐다. SM은 지난 2014년 6월 이후 약 9년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SM은 인수 주체가 누가 되든 체질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SM 주가는 불과 이틀 만인 17일부터 급락했다. 자회사 디어유와 SM C&C, 키이스트 등 세 곳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이날 “2년 동안 들고 있던 SM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외 팬덤이 확대되면서 이에 기반한 지적재산권(IP)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주 실적에는 음반, 음원, MD 등 IP 기여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모든 지적재산권이 회사에 귀속돼 있어 수익성이 높고, 판매가가 높을 뿐 아니라 최근 IP 실적은 신인 그룹이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 연구원은 “엔터주의 유일한 리스크는 수급 부담”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엔터주의 미래가 밝더라도 개별 종목으로만 투자하기에는 변동성이 크다고 말한다. 때문에 개별 엔터주에 투자하기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있다. 다만, 엔터ETF에 따라 보유한 종목 비중이 다르고, 인터넷과 게임주 비중이 더 많은 ETF도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
일본의 한 캐릭터 상점에서는 한국 노래가 나오고, 아이돌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있다. 여기가 한국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그러나 1980~1990년대 불었던 홍콩영화 열풍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 가치를 만드는 일,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일 모두 중요하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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