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에코플랜트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노위는 차별시정사건에서 EMC가 정규직 근로자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 일부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기간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EMC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를 상대로 법적 공방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가 1조 원 들여 인수한 EMC, 비정규직에게는 매각 위로금 안 줘?
2022년 1월 중노위는 EMC와 노동자들이 제기한 차별시정 재심신청에 대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에서는 노동자 24명 중 4명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는데, 재심인 중노위에서는 16명에 대해 추가로 매각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EMC가 이들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차별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EMC는 이에 불복해 2022년 3월 4일 자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에서 진행한 차별시정사건의 신청인은 하남시 환경기초시설노동자 24명, 피신청인은 EMC였지만, 행정소송에서는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원고 EMC로 입장이 뒤바뀌게 됐다.
매각 위로금 지급 문제가 행정소송까지 오게 된 것은 2020년 8월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EMC를 1조 원에 인수하면서다. 당시 EMC는 어펄마캐피탈 지분이 SK에코플랜트로 매각되자 노동조합 요청에 따라 소속 직원들에게 기본급 100%를 매각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EMC가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등 위탁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프로젝트 계약직 노동자들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에 매각 위로금을 받지 못한 하남 환경기초시설 노동자 24명은 2021년 6월 경기지노위에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라며 시정을 신청한다. EMC는 하남시와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하남 환경기초시설 위·수탁 관리 계약을 맺었다.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2022년 12월까지 근로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환경 시설들은 통상 3년마다 민간위탁 수탁기관을 재선정한다. 이때 이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지자체 직고용이 아닌 수탁 기관의 고용승계를 통해 고용을 이어 나가는 방식이다.
EMC는 위·수탁 관리 사업장의 경우 수행하는 업무가 소각, 재활용, 음식물 등으로 다양하고 근무 시간에도 차이가 있어 별도급여책정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위·수탁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에 EMC의 수처리 사업장(공정, 분석, 기계관리, 전기, 배수설비 등) 임금체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즉 위·수탁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은 매각 위로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EMC는 2016년 EMC가 코오롱에서 어펄마캐피탈로 매각될 때에도 당해연도 입사자와 비상근 고문을 제외하고 매각 위로금을 지급했으며, 이에 2020년 지분 매각 시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도 위탁 사업장 노동자들에는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요지다.
반면 하남 환경기초시설 노동자들은 EMC가 환경 시설을 수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 곳을 별도급여책정 사업장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모두 매각 위로금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매각 위로금 미지급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경기지노위는 초심에서 근로자 4명에 대해서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차별적 처우라고 인정했다. 다른 4명은 근속기간이 1년 미만으로 매각 위로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다. 나머지 16명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계약기간 2년 초과)로 전환됐기 때문에 매각 위로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이에 2021년 11월 근로자 24명과 EMC 모두 초심 판정에 불복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판정을 청구한다. 2022년 1월 재심판정에서 중노위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노동자 4명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한 경기지노위의 판정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초심에서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봤던 노동자 16명에 대해서 매각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계약기간 2년이 초과했더라도 EMC와 하남시 간의 수탁 사업이 종료되면 계약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거다.
중노위는 EMC가 별도급여책정 사업장 소속이라는 이유로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간접 차별이며, 이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간의 매각 위로금 지급인원과 지급률이 현저하게 불균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0년 입사자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중노위 판정에 따라 EMC는 차별시정을 제기했던 노동자 24명 중 20명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EMC는 소속 노동자 20명에게 총 4060만 2290원을 지급해야 한다. 1인당 평균액은 203만 114원이다. 중노위는 이들에게 30일 이내 금전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 손들자 행정소송 제기…4월 2차 변론 기일 예정
중노위가 재심 판정에서도 노동자 손을 들어주자 2022년 3월 EMC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차별시정재심판정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는 취지다. 소장에서 EMC는 중노위가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없는 수처리 시설 근로자들을 사건 근로자들의 비교대상으로 잘못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매각위로금 미지급은 기간제 근로자 차별이 아닌 별도급여책정 사업장 소속이기에 미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EMC가 지급해야 하는 매각 위로금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별 시정을 제기한 노동자는 24명이지만, 별도급여책정 사업장으로 분류돼 매각 위로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89명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중노위는 이례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노위 소송담당자는 “현재 1심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입장을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행정소송 2차 변론 기일은 올해 4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EMC는 법원의 판결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EMC 관계자는 “추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그대로 이행할 예정이다. 이전에 사모펀드가 회사를 소유했던 때에 경영진이 내렸던 결정이 이번 매각 위로금 지급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런 방식이 맞는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법원의 결정으로 확인받고, 그 결정을 수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김태헌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위원장은 “SK에코플랜트와 자회사 EMC가 운영하는 민간위탁시설의 현장노동자들은 정규직은 아니지만 회사를 위해 여러 가지 차별을 감수하며 정규직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한 후 높은 금액으로 다른 회사로 매각될 때 지급된 매각 위로금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SK에코플랜트는 ESG를 한다고 자랑하면서 중노위에서 '차별'이라고 판정까지 받은 사안은 인정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게 진정한 ESG”라고 비판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EMC를 인수한 후 EMC 대표이사 등 임원을 SK 출신으로 교체했다. 인수 후 2020년 12월 김원기 SK루브리컨츠 기유마케팅실장을 EMC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2022년 1월 권지훈 SK에코플랜트 인프라 PD를 대표이사로 교체해 현재까지 그 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사내이사 등 등기 임원은 대부분 SK에코플랜트 출신으로 구성됐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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