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생활건강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2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에서 패소했다. 이른바 ‘소금치약’ 디자인 분쟁인데, 애경이 LG생활건강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 2심에서도 패소한 것. LG생활건강은 상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미 한 건의 치약분쟁에서 승리한 애경산업은 이번 승소로 ‘치약전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LG생활건강이 애경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2018년 3월과 4월 한 달 차이로 히말라야 소금이 담긴 치약을 잇따라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이 먼저 히말라야 핑크솔트 치약을 출시했고, 뒤이어 애경이 2080 퓨어솔트 치약을  판매했다. LG생활건강은 애경의 소금치약 디자인이 자사 상품을 모방했다며 애경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2020년 5월 애경 관계자들에게 ‘혐의없음’을 처분했다. 독자적으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2020년 10월 애경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근거로 2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민사 소송으로 번졌다. 지난해 7월 1심 법원은 LG생활건강과 애경의 치약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봤다. 다만 차이점도 다수 있으며, 유사점 역시 LG생활건강이 독점적으로 사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히말라야 산맥·파스텔톤 색감 등 포장 디자인에서 유사점이 재판의 쟁점이었다. 당시 1심에서는 “두 상품 포장 사이에 산맥의 존재나 파스텔톤 색감을 사용하는 일부 유사점이 있지만 산맥 부분이나 파스텔톤 색감은 히말라야 핑크솔트라는 원료의 생산지 및 명칭, 특성을 표현한 것에 불과해 LG생활건강이 이를 독점·배타적으로 사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6년 미국 컬러전문기업 펜톤에서 올해의 색상으로 파스텔톤 핑크와 블루를 선정한 이후 디자인업계에서 색상 조합이 유행했다. 일부 유사점으로, 애경이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LG생활건강은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의 상품 출시일 차이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애경이 부당하게 편승해 이익을 얻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상고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앞서 지난해 2월에도 ‘펌핑치약’과 관련한 상표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결국 두 건의 ‘치약전쟁’은 애경산업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2013년 LG생활건강은 짜는 방식의 치약이 아닌 주방세제처럼 눌러서 사용하는 형태의 ‘페리오 펌핑치약’을 출시했다. 이후 2018년 애경산업이 ‘2080 펌핑치약’을 출시하자 LG생활건강은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LG생활건강은 특허심판원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특허심판원은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LG생활건강​이 펌핑치약을 시장에 먼저 출시했고 5년간 광고와 홍보를 진행한 만큼 LG생활건강의 상표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허심판원에서 판단을 받은 LG생활건강은 애경산업에 상표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특허심판원과 달리 애경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인 특허법원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결국 펌핑치약 상표권 소송은 애경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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