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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리더]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일하는 엄마,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일"

육아휴직 한 번 쓰지 않고 아들 셋 키워…"죄책감 버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

2023.02.16(Thu) 15:48:28

[비즈한국] 직장 내 여성차별을 평가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0년 연속 꼴찌를 하며 ‘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라는 불명예를 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가 처음으로 400명을 넘어섰고, 주요 대기업의 연말 인사에서도 여성 CEO 발탁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견고했던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는 희망적 목소리도 들려온다. 비즈한국은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여성 리더를 만나 유리천장을 깰 수 있던 비결을 물었다.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용기를 내려는 많은 여성에게 이들의 이야기가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서 자주 목격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가사도우미’다. 가사도우미를 처음 고용하려는 이용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도우미를 구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빈번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력사무소 연락처를 공유하는 답변이 대다수였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홈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댓글이 90% 이상이다. 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됐듯 가사도우미를 앱으로 고용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45)가 지난 6년간 쉼 없이 달려오며 만들어낸 결과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생활연구소 사무실에서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를 만났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모님’ 모시기만 18년, 필요성 절감해 만든 ‘청소연구소’ 

 

“2016년 말 카카오를 퇴사하고 나와 2017년 1월 생활연구소를 설립하고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론칭했다.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후발주자였는데 어느새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난방도 되지 않던 작은 사무실에서 카카오 출신 6명의 멤버가 의기투합해 시작한 생활연구소는 80명 이상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서비스 초기만 해도 연 대표가 직접 청소를 하러 뛰어다녀야 할 만큼 청소 매니저를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이제는 등록된 매니저 수가 9만 명 이상이다. 청소연구소를 이용하는 고객은 130만 명, 매년 두 배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소연구소는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이다. 고객이 앱을 통해 원하는 일정과 주소, 평형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곧바로 청소 매니저가 매칭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사도우미 매칭 서비스는 연 대표가 카카오 재직 시절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다음, 엔씨소프트 등을 거쳐 카카오에 입사해 유료 이모티콘 사업을 이끌던 그가 새롭게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은 아쉽게도 론칭 전 무산됐다. 카카오의 O2O 서비스 확장에 대해 논란이 커지던 시기인 데다 매출 적자 등의 여러 이유가 맞물렸다. 

 

미련이 남았다. 18년 직장생활을 하며 수많은 ‘이모님’을 모셔온 그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 서비스인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사업을 준비했던 동료들도 뜻을 함께했고, 그렇게 태어나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청소연구소가 고객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는 가사서비스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사도우미의 근로 환경은 열악했다. ‘돈을 주고 고용하는 만큼 뭐든 시켜도 된다’는 식의 사회적 인식이 많았다. 연 대표는 가사노동이 전문서비스로 인정받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모든 매니저를 대면 면접 후 선발했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및 청소 교육 등을 실시했다.

 

“서비스 초기와 달리 이젠 수많은 고객 중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 하나도 없다. 홈클리닝을 전문서비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본다. 업계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만큼 우리를 따라 하는 업체들도 있는데, 시장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생활연구소는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집 청소 외에도 사무실 청소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혔고, 최근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임직원에게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복지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SKT, 카카오, 대우산업개발, 직방 등이 이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시니어 클래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연 대표는 “50, 60대 매니저들과 이야기하며 시니어 클래스의 필요성을 느꼈다. 은퇴 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강좌를 큐레이션 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현주 대표는 다음,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을 거쳐 2017년 생활연구소를 창업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육아 난도 최상 ‘아들 셋 맘’, 스스로 정한 육아 골든타임 지키려 애써

 

연 대표는 여성 창업가를 위한 멘토링이나 행사에서 가장 모시고 싶은 여성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 셋을 키우는 고된 육아까지도 충실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트업 업계는 여성 CEO가 많지 않은 편인데, 아들을 셋씩이나 키우는 여성 CEO는 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육아 난도 최상으로 여겨지는 남자아이 세 명을 키우면서도 그는 한 번도 커리어에 공백을 만든 적이 없다. “결혼하고 바로 다음 해에 출산했다. 그때만 해도 육아휴직을 지금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터라 출산휴가 2개월을 쓴 뒤 바로 출근했다. 가족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모님(도우미) 등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엄마, 아내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하고 싶었다.”

 

많은 워킹맘이 같은 마음으로 버텨내지만, 한 번씩 위기는 찾아온다. 특히 아이의 발달이나 학업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 문제의 원인을 엄마의 부재에서 찾기 때문이다. 연 대표 역시 그런 상황을 여러 번 마주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를 찾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라지 않나.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좀 더 독립적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성장했다. 어머니가 65세까지 일하셨다. 어릴 땐 조금 서운한 적도 있었는데 철이 드니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더라.” 현재 세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쌍둥이, 초등학교 6학년으로 성장했다.

 

연현주 대표는 올해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니어 클래스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연 대표는 후배 워킹맘에게도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퇴근 후나 주말에 마음껏 놀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보상을 해주는 식이다.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연 대표가 저녁 7시면 회사를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스스로 정한 육아의 골든 타임이 있고, 그것만은 지키려고 한다. 학교 가기 전 숙제를 봐주고, 퇴근 후 함께 식사하는 등의 시간이다. 아이를 낳고는 회식에 참석한 기억이 거의 없다. 야근도 하지 않았다. 밀린 일은 잠을 줄여 밤에 하더라도 저녁 시간은 아이들과 보내려 노력했다.” 

 

육아를 경력단절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연 대표는 자신의 자리에서 성과를 내는 워킹맘이 많아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생활연구소는 대표인 나를 비롯해 부사장, 팀장 등이 대부분 워킹맘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미혼 여성 후배들은 아이를 낳고 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느끼더라.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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