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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좋은 떡?' 제작비까지 받는 현대카드 '메탈 카드' 결제 오류 논란

"일반 단말기에서 결제 안 돼 당황"…혜택보다 재질에 치중 '디자인 회사냐' 비아냥도

2023.02.14(Tue) 18:26:34

[비즈한국] 최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프리미엄 카드’를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기존 카드와 다르게 메탈 소재로 제작하는 등 디자인에 주력해 2030도 공략했다. 그런데 이 메탈 카드가 단말기에서 인식이 안 돼 결제를 못 하는 상황이 빈번히 벌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09년부터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면서 카드 고급화 전략을 다졌다.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의 자랑 ‘프리미엄 카드’…정작 결제는 안 돼?

 

국내 프리미엄 카드의 포문은 현대카드가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카드는 2009년부터 ‘더 블랙’과 ‘더 퍼플’ 등 프리미엄 카드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뒤 더 레드, 더 그린, 더 핑크 등으로 확대해 나갔다. 

 

연회비는 카드별로 15만 원에서 250만 원까지 다양해 소비층에 따라 공략하는 전략을 뒀다. 일반 카드보다 포인트 적립율이 높고 공항 라운지 이용권 제공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자인에도 차별화 포인트를 두었다. 통상 신용카드는 범용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지는데,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등 일부 카드를 두랄루민 재질로 만든 특수 메탈 플레이트로 발급한다. 

 

특히 정태영 부회장의 야심작 ‘더 그린’ 카드는 2030에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출시한 이 카드는 연회비 15만 원의 프리미엄 카드지만 출시 1년 만에 5만 장가량 발급됐다. 현대카드는 2019년 더 그린 카드의 월평균 사용액이 일반 카드의 2배 이상이며, 사용자의 50% 이상이 25~34세라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카드를 현대카드의 ‘정체성’으로 규정했지만, 논란도 있다. 메탈 소재인 프리미엄 카드의 결제 오류 때문이다. 메탈 카드의 결제 오류가 빈번하다는 지적은 2018년부터 줄곧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의 첫 럭셔리 카드’, 직접 사용해보니…

 

어떻게 결제 오류가 생기는 걸까. 기자는 2022년 12월부터 현대카드 더 그린 카드를 직접 발급 받아 사용해봤다. 연회비와는 별도로 10만 원을 지불하면 플라스틱 카드와 함께 메탈 플레이트 카드가 추가로 제공된다. 소문대로 고급진 느낌이 들고, 일반 카드보다 무겁고 딱딱해 잘 휘어지지 않았다. 

 

프리미엄 카드인 현대 더 그린 카드는 소량의 굿즈와 스티커를 함께 제공한다. 1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메탈 플레이트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멋지네요”, “어디 카드에요?”라는 질문과 감탄을 종종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부분의 단말기에서 IC칩 인식이 되지 않았다. 편의점, 카페, 마트, 식당 등 결제처에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10곳 가운데 1곳 정도만 결제가 됐다. 먼저 IC칩 결제를 시도한 후 잘 되지 않으면 마그네틱으로 결제했지만, 종업원에 따라선 결제 시간이 한참 걸렸다. 결제 자체를 못 한 적도 많다. 오류가 반복되자 자연스레 카드 사용도 줄었다. 

 

더 그린 카드는 해외 결제 시 포인트 5%가 지급되는 등 해외 이용에 유리한 카드인데, 해외에서 결제를 시도할 때도 오류가 빈번했다. 당초 카드 발급 안내에는 일부 ATM 기기에서만 결제가 불가하다는 설명이 있었을 뿐이다. 고객센터에 결제 오류에 대해 문의하자 “특수 소재 카드 특성 상 단말기 인식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상담으로 상황을 설명하자 상담원은 “불량이 나간 것 같다. 원래 재발급은 10만 원 비용이 청구되지만, 예외적으로 1회에 한해 추가 비용 없이 발급해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런 일이 빈번하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대 더 그린 카드 안내문에는 ‘일부 ATM 기기에서 이용불가’​가 명시 됐다.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연회비 250만 원인 더 블랙 카드 등을 제외하곤 메탈 플레이트 발급 비용 ‘10만 원’을 별도로 받는다. 재발급 시에도 마찬가지다. 현대 더 그린 카드를 사용한다는 A 씨는 “메탈 카드를 10만 원 들여 발급 받았는데, IC 카드 인식이 안 돼 벌써 네 번째 재발급했다. 결제할 때마다 오류가 나서 다른 카드를 꺼내 결제한 적도 많다. 카드 디자인이 예뻐서 비용을 감수한 건데 보기에만 좋고, 정작 결제가 제대로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 M3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B 씨도 “일부러 10만 원을 더 내서 메탈 플레이트로 발급 받았는데, 결제가 제대로 안 돼 세 번째 재발급 받았다. 복불복으로 어떤 카드는 잘 되고 어떤 카드는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퍼플 카드를 사용하는 C 씨는 “메탈은 인식이 잘 안 돼 주로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자영업자 D 씨는 “메탈 카드는 결제할 때 단말기 인식 오류가 자주 생긴다. 특히 일반 카드보다 두껍고 무거워서 단말기가 망가질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러다 보니 현대카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디자인 회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현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사용한다는 E 씨는 “IC칩 인식은 거의 안 돼 마그네틱 인식으로 결제한다. 이마저도 안 돼서 다른 카드로 결제할 때도 있다. 혜택도 혜택이지만, 프리미엄 카드 같은 경우 카드 디자인과 명성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결제 자체가 잘 안 되니 아쉽다”고 말했다. 

 

#애플 손잡은 현대카드, 마케팅 방향 변할까

 

소비자들 사이에선 혜택으로 카드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디자인만 업그레이드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대카드 고객센터는 ‘특수소재 카드 특성 상 단말기 인식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같은 소재로 메탈 플레이트를 제공하는 타 사 카드는 오류 논란을 찾기 어렵다. 메탈 카드를 제공하는 우리카드 관계자는 “메탈 플레이트와 관련해 민원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두랄루민을 사용해 제작했는데, 몇 차례 테스트를 통해 문제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량률이 높다면 소재 사용에 신중해야겠지만, 현재 신용카드 소재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없다. 카드 규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소재는 규정하지 않았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상품을 출시했다고 해서 따로 고지하는 구조는 아니다. 메탈 카드 결제 오류와 관련해 우리 협회에서 별도로 인지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향후 방향성도 주목된다. 최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현대카드가 실물 카드에 덜 집중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현대카드는 젊은 층을 주로 공략했다. 그런데 카드의 고급화 전략은 이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요즘처럼 불경기일 때는 소비자들이 연회비를 많이 내는 카드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결제 논란까지 일었기 때문에 전략이 미스매치 될 수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한다고 했는데,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선호할 수 있겠지만 어떤 효과가 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탈 카드 결제 오류와 관련해 현대카드 측에 질의했으나​ 현대카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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