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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은 지금] "휴재권도 좋지만 수익구조 개선부터" 웹툰작가 복지 '동상이몽'

네이버·카카오 "세계 최고 수준 계약" 작가 "수익 위해 소모품 취급"…문체부 '표준계약서' 관심

2023.02.15(Wed) 09:31:05

[비즈한국] 국내 웹툰 시장은 연매출 1조 5000억 원 시대에 진입했다. 4년 만에 4배 이상 커진 규모로 콘텐츠 산업 중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해외로 세 넓히기에 나선 데 이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웹툰과 웹소설을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네이버·카카오의 전략도 효과를 내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해외 콘텐츠 사업 흑자 전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수합병(M&A) 경쟁과 투자에 방점을 찍던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이제 ‘수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 전망이 긍정적인 가운데 최근 이와 대비되는 한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웹툰 작가들의 정신·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을 조명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실태 조사 결과다. 과거 출판만화 업계보다 복잡해진 계약 형태, 과도한 업무량, 플랫폼과의 불균형한 관계 등은 작가들의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웹툰 생태계의 상생을 위해 지난해부터 창작자, 기업과 함께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웹툰 작가의 복지는 어디쯤 와 있을까.

 

K웹툰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웹툰 작가의 처우 문제가 떠올랐다. 사진=박정훈 기자

 

#계약서에 ‘쉴 권리’​ 싣고 연재 자율성 강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부터 웹툰·웹소설 작가와 계약할 때 ‘휴재권(연재를 쉴 수 있는 권리)’을 서류에 명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문체부 주관 ‘웹툰 상생협의체’에서 업계가 맺은 협약에 따라 창작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기존에는 작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논의를 거쳐 연재를 쉬어갈 수 있었는데, 계약서에 ‘작가 복지증진’ 부문을 만들어 ‘창작자의 복지를 위해 상호 협의하에 추가로 휴재를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못 박았다. ‘40화 기준으로 휴재권 2회를 보장한다’는 조항 외에도 ‘작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과도한 연재 분량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추가됐다. 

 

작가 대우와 관련해서는 네이버웹툰도 자부심을 내보인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2021년 국감에서 “전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작가들에게 가장 좋은 계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공급사(CP)가 끼지 않은 직계약 형태가 90%에 육박하는 구조 속에서 네이버의 수익체계는 비교적 명확하다는 평가가 있다. 

 

협약 내용 중 ‘매출 관련 정보 공개’도 플랫폼사의 주도하에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012년 업계 최초로 매출 열람 시스템을 구축해 작가가 원하면 조회수, 연령별·성별 독자 비율 등을 공개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정산 구조를 보여주는 ‘파트너 포털’을 구축해 작품의 지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작품 조회수는 연내 개발해 제공하고, 파트너 포털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원래도 휴재를 제한하거나 분량을 강요하는 문제는 없었으나 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창작자의 권리를 좀 더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 외에도 뷰어엔드 광고(viewer end·작품 스토리가 끝나는 하단부) 영역의 수익 배분 등 작가와의 상생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위)와 카카오는 작가 복지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작가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으로는 수익 분배 비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각 사 제공

네이버(위)와 카카오는 웹툰 작가 복지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작가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으로 수익 분배 비율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각 사 제공


#재주는 작가가, 이익은 플랫폼·CP사가

 

하지만 이 같은 변화로는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사-CP사-작가’로 얽혀 있는 복잡한 계약 구조가 작가들에게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지운다는 것. 한없이 늘어나는 컷 수, 플랫폼이 주도하는 프로모션과 업계 경쟁 등이 맞물린 결과인 장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도 업계의 고질적 문제다.

 

웹툰 작가 A 씨는 “제대로 된 기준점이 없이 플랫폼과 CP사가 더 큰 수익을 위해 작가를 소모품처럼 굴리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은 유통 채널이고 CP사는 에이전시인데, 이들이 스토리와 그림, 말풍선, 식자, 편집 등 모든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서 너무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휴재권 등의 복지는 사실 수익 분배 비율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는 게 작가들의 생각이다. 수수료가 줄어들어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면 보조 작가를 고용해 개인 시간을 벌 수 있고, 과도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가들의 일 평균 작업 시간은 10.5시간이다. 한 명의 보조 작가를 두고 일하는 비율은 30% 정도이고, ​혼자 작업하는 작가가 절반에 가까웠다.

 

A 씨는 플랫폼사와 직계약을 맺고 글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통상 ​작품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최근에는 직계약 작가가 아닌 CP사가 글·그림·콘티 작가 등 인력을 모아 작품을 만드는 형태가 늘었는데, 이 경우 최종적으로는 작품 수익의 절반가량을 떼인다. CP사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작가들은 매출 확인조차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보조작가나 글작가를 두는 경우라면 수익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의 휴재권 보장, 분량 자율화 움직임에 대해 A 씨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일주일 중 하루 혹은 반나절을 쉬거나, 하루도 쉬지 않고 일주일 내내 작업하는 걸 고려하면 그다지 파격적인 복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사가 말하는 ‘과도한 분량’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최대 컷 수가 아니라 최소 컷 수를 줄이는 방식은 분량 부담을 줄이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플랫폼과 CP사는 ​수익이 감소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작가는 이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작가는 글과 그림부터 편집까지 웹툰이 플랫폼에 발행되기까지의 절차 대부분을 담당한다. 네이버웹툰 ‘바른 연애 길잡이’(위)와 카카오웹툰 ‘이태원클라쓰’. 사진=각 사 제공


이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복지에 집중하기보다 수익 분배 비율과 계약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보고서도 “일반적으로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관행적 시세’에 따라 단가가 책정되며 계약이 파기되는 순간 소득은 없어진다”며 “작가들은 플랫폼의 프로모션에 채택되거나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스스로 페이를 낮추거나 컷 수를 늘리는 등 과도하게 노력한다”고 짚었다.

 

A 씨는 “웹툰 작가에게 가장 괴로운 부분은 후차감 제도로 불리는 MG제도(Minimum Guarantee)와 과도한 수수료, 낮은 수익 분배 비율, 불법 웹툰 사이트”라며 “MG제도를 막고 회차당 고료를 보장하는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G 계약 방식은 작품의 매출이 생기면 수수료를 뗀 후 사전 계약에 따라 남은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다. 작품을 플랫폼에 기고한 뒤 수익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계 특성으로 인해 적용됐다. 하지만 수익을 거두지 못해도 선지급된 금액의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와 달리 불리한 조건부 계약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한계도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MG제가 보편적이다. 직계약 작가에 한해 고료제 선택권을 주는 네이버는 수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의 경우 해외 수익 분배 비율이 네이버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문체부 주도로 업계가 함께 구상하고 있는 표준계약서가 작가 처우와 관련해 어떤 범위까지 명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웹툰 분야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최근 플랫폼사가 나서서 계약 내용을 개선한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웹툰 작가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무리한 진행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각 주체가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현재 이 같은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담아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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