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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신입생이 16명? '시골' 아니고 '서울' 얘깁니다

취학대상자 사상 최저에 '양극화' 심화…신도시 아파트단지 학교 선호에 구도심은 폐교 우려까지

2023.02.14(Tue) 15:51:31

[비즈한국] 1학년 매화반, 2학년 사랑반. ‘1반’, ‘2반’ 등 숫자를 붙이던 학급명이 사라지고 있다. 입학생이 20명이 채 되지 않아 학년당 학급이 하나밖에 없다 보니 숫자를 붙이는 게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산골 마을 학교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의 현실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초등학교 취학대상자는 6만 6324명이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취학대상자 숫자가 7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6년 내내 같은 반​, ‘한 학년 한 학급’ 늘어나 

 

“신입생 정원이 30명이더라고요. 학급당 학생 수가 아니라 전체 입학생 숫자라는 것에 깜짝 놀랐죠. 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교육 환경이 좋을 것 같기도 한데, 6년 내내 30명끼리만 지낸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되네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주부 김 아무개 씨.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김 씨는 신입생 수가 30명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지방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학생 수 부족 문제가 현실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그는 “몇 년 후 둘째가 입학할 때는 학생 수가 얼마나 더 줄어들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초등학교 취학대상자는 6만 6324명이다. 지난해 7만 4442명보다 8118명(10.9%) 줄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취학대상자 숫자가 7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질병이나 발육 부진 등으로 유예를 신청하거나 해외 거주를 제외하면, 실제 입학생은 5만 4622명이 될 예정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학년별 학급수가 1~2개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도 늘고 있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605개 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 학교는 315개다. 그 중 88개 학교의 입학생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3월 입학을 앞둔 올해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 강서구의 A 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16명, 노원구의 B 초등학교는 17명이다. B 초등학교 관계자는 “작년에는 신입생이 28명이라 14명씩 2개 학급으로 편성했는데, 올해는 신입생이 17명밖에 되지 않아 1개 학급만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의 C 초등학교도 지난해 30명의 신입생을 받았는데 올해는 26명으로 줄었다. 금천구의 D 초등학교도 작년 31명이던 신입생이 올해는 24명에 불과하다.

 

​서울에서도 초등학교 양극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구도심 학교는 심각한 학생 부족 문제를 겪는 반면, 신도시 학교는 학생 수가 넘치는 상황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600미터 차이로 한쪽은 학생 부족, 다른 쪽은 정원 초과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는 매년 학생 모집이 고민거리다. 신입생 모집이 되지 않아 학교 운영에 문제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든 데다, 인구가 신도시로만 몰리다 보니 구도심 학교의 학생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E 초등학교는 2023학년도 신입생이 18명이다. 지난해에는 34명이 입학했는데 올해는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학교 관계자는 “원래도 학생 수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욱 적다”고 말했다. 반면 E 초등학교와 600m 거리에 있는 F 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300명을 넘어선다. 지난해에도 입학생이 340명가량이던 이 학교는 학년당 10개 이상의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도보 10분 거리지만 F 초등학교는 대단지 아파트 안에, E 초등학교는 구도심에 있다는 게 학생 수 차이의 이유다. 

 

강동구의 한 주민은 “E 초등학교는 빌라촌에 있다 보니 학부모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계속해서 신입생도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아무래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고 학생 수도 많은 학교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학교는 과밀, 한 학교는 과소 문제를 겪는 만큼 통학구역을 변경해 학생을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의 반대가 극심하다는 설명이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집값이 비싸고 F 학교를 보내기 위해 해당 학군지로 이사를 온 학부모들이 있다. 그런데 통학구역이 변경돼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면 어떻겠나. 학부모의 반대가 심해 통학구역 변경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주소를 옮기면서까지 자녀를 소규모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으려 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재학 중 학교가 폐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 주부 정 아무개 씨의 자녀는 지난해 주소지에 따라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정 씨는 자녀를 사립초등학교로 전학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작년에 입학할 때는 그나마 3개 학급이 있었는데, 중간에 학생들이 전학을 가버려 올해는 2개 학급으로 줄었다”며 “학생 수가 적어서 생기는 장점도 있지만 방과 후 수업의 다양성이나 교우관계 등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생 수가 줄어 폐교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커 전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나오면서 학부모의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시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는 다음 달 폐교를 앞두고 있다. 재학 중인 80여 명의 학생은 인근 성수초등학교, 장안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다만 학부모들의 걱정만큼 폐교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학교를 통폐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과및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고 해당 학교에서 추진 동의를 했을 경우 가능하다”며 “공감대 형성이 우선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는 단순히 학생 수가 몇 명 이하로 줄어든다고 해서 폐교를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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