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계 1위인 삼성그룹도 공식적으로 완전한 3세 경영시대가 열렸다. 이 회장은 2012년 부회장 승진 후 2014년 이후 부친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2020년 10월 타계 이후에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전면에 나설 수 없었다. 2022년 광복절 특사에서 복권됨으로써 비로소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는 완성됐지만 아직도 개편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취약한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보험업법 국회 통과와 금산분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약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은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형태다. 2018년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하던 삼성물산 주식을 블록딜로 모두 처분하고, 이 회장이 지분을 다량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됐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두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6.19%씩을 보유했고,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0.96%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33.47%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생을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면서 금융계열사들에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14.04%), 삼성증권(29.39%), 삼성카드(71.86%) 등 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삼성 총수 일가 중 삼성전자 지분율은 홍라희 전 관장이 1.96%로 이 회장의 1.63%에 비해 오히려 높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0.93%씩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율과 관련한 문제를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해결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특별계정 포함 시 8.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5.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삼성화재도 1.49%를 갖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많지 않음에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23.69%), 삼성SDI(19.58%), 삼성SDS(22.58%) 등 주요 비금융 상장계열사들의 최대주주로 이들을 지배한다. 이 중 가장 늦게 2014년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SDS는 이재용 회장이 지분 9.2% 지분을 보유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17.08%)에 이은 3대 주주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삼성SDS 지분을 각각 1.95%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삼성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도 21.14%에 그쳐 일반적으로 경영 안정권으로 보는 지분율 30%에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고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만 374조 원이 넘는 초거대 기업 삼성전자의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에 엄두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방안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그 중 하나가 이 회장이 3대 주주인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인 후 삼성전자에 합병시켜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떤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로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 금산분리 위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 소유하도록 규정한다. 3%는 지분가치의 현재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해왔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 이상을 보유해도 현행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복병이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삼성은 지배구조의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 주식가치 반영 방식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장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대로라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서 총자산의 3%가 넘는 부분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처분해야 하는 지분만 현재 시가로 2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럴 경우 이재용 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에 행사하는 지배력마저 약화된다. 다만 이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만일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주주구성에 변화 없이 회사를 수평적으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작성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점검’ 보고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제기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할아버지회사,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아들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손자회사가 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최대주주라는 타이틀을 벗게 된다.
이 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발표를 통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삼성 내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검토해왔다. 특히 준법감시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현’을 3대 중심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대규모 M&A(인수합병) 등 그룹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가 복원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했다. 이후 그룹 3대 축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에 각각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운영 중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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