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어릴 적 학교에서는 공상과학 글짓기나 그리기 대회를 종종 열었다. 원고지와 도화지를 받아 들고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쓰거나 그리기 일쑤였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로봇이 대신 숙제해주는 것 등의 내용이 자주 등장했다. 그런 상상이 이미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거나 AI를 통해 집안 곳곳의 시스템이 제어되는 세상이다. 최근에는 오픈AI의 ‘챗GPT’가 온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챗GPT는 오픈AI의 AI 모델인 ‘GPT-3’를 이용자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AI 챗봇 형태로 만든 서비스다. 가령 챗GPT로 시험에 합격했다거나 근사한 편지를 써줬다거나 하는 사례들은 인터넷에서 넘친다.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거나 작문, 작곡, 코딩, 그림까지 찾아주거나 변환도 가능하다. 과거 ‘심심이’처럼 간단한 답변만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다. 물론 인공지능, 즉, AI라는 본연의 뜻 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만들어내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계가 말하는 느낌이 아닌, 논리정연하면서도 유창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는 획기적인 기술인 것은 확실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고성능 AI는 학술·연구 목적이었고, 유통·제조 등 다양한 산업과 IT 인프라에 적용된 AI는 대중적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챗GPT처럼 누구나 AI를 직접 사용할 수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를 공개한 지 5일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 40일 만에 1000만 명을 넘기면서 일각에서는 챗GPT가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챗GPT가 검색의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코드 레드’급 위협”이라며 직원들에게 대응 방안을 찾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챗GPT를 둘러싸고 IT업계는 물론, 온 세계가 시끄러울 정도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당연지사다. 주식시장에서는 챗GPT 관련주로 엮이며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들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우선 빅테크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개변수 1000억 개가 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한 사업으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기업은 이미 대규모 시장을 확보한 빅테크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개변수가 작다면 대중이 놀랄만한 기능을 선보일 수 없고, 매개변수가 크다면 비용 역시 크다”고 짚었다. 매출 규모가 큰 빅테크의 사업에 대규모 언어 모델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딥러닝 기반의 언어 모델들이 주류를 이루고, 해당 언어 모델들이 대중화된다면 단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는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를 만드는데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광통신 산업 성장의 수혜주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초거대 AI 언어 모델을 구축해 사업화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하기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형 기업이라면 시장 세분화를 통한 특수 산업 특화된 사업 모델을 보유했거나 대기업과 글로벌 AI업체 대상으로 사업화가 가능한 업체들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문제는 관련성이 조금만 있어도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치솟는다는 것이다. 챗GPT와 정말 연관 있는 기업인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는지 등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챗GPT로 급등한 종목들은 성장성은 차지하고서라도 단기 급등한 만큼 변동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챗GPT 관련주 대신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로 AI 펀드로 일컬어지는 펀드들이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같은 펀드는 삼성전자나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기업,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과 같은 빅테크, AI 기술을 활용하는 테슬라와 같은 기업에 투자한다.
몇 년 전, AI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을 이기면서 세상이 놀랐던 적이 있다. 챗GPT의 등장은 투자자에게는 기회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유엔(UN) 미래위원회는 30년 후 AI가 인간을 대신할 직업군으로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통·번역사, 기자, 금융 컨설턴트 등을 꼽았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현실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챗GPT가 주목을 끌면서 국내 AI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급등세를 지속했다”며 “단기 주가 변동성은 높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향후 성장 산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로봇 산업과 같은 흐름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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