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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채 증가 속도 주요 43국 중 2위…성장률 회복에 비상

국제결제은행 조사대상국 중 헝가리 다음 가장 높은 증가율…미국·프랑스·영국·캐나다 등은 부채 비율 하락

2023.02.10(Fri) 14:59:58

[비즈한국]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국들 중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경기 하강기에 투자를 5% 더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기업 투자 위축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투자가 위축될 경우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잠재성장률도 하락하는 등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기업 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 확대, 투자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 상향 등을 추진 중이지만 야권이 부자감세라며 반대 입장이어서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4분기에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어닝 쇼크(실적악화)’를 기록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삼성전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산업의 대출금 잔액은 1769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530조 7000억 원)에 비해 239조 원(15.6%) 늘어났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액이다. 지난해 2분기에 증가액이 234조 60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증가액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연속해서 최대 증가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업들의 재정 운용상태가 좋지 않아지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빌리는 금액이 커진 것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사의 대출잔액이 120조 6000억 원 늘어 예금은행의 대출잔액 증가액 118조 4000억 원보다 높았다. 기업들이 제 1금융권에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이자가 보다 높은 제 2금융권에게 더욱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업들의 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빠르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5%로 전년 동기 대비 5.0%포인트 늘어났다. 이러한 증가 속도는 BIS 조사 대상국 43개국 중에서 헝가리(8.0%포인트)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 부채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프랑스(-5.7%포인트)와 영국(-9.4%포인트), 캐나다(-10.5%포인트) 등은 기업 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정건전성도 악화됐다.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92.58%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6년 2분기 94.96%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부채비율은 2021년 3분기에 84.52%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상승해 지난해 2분기 91.24%로 90%대를 넘은 뒤 3분기에 더욱 올랐다.

 

지난해 4분기에 우리나라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어닝 쇼크(실적악화)’를 기록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0조 4600억 원, 영업이익은 4조 3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69% 감소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7%나 줄어든 2700억 원으로 적자만 간신히 면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은 7조 7000원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조 7012억 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 기업들도 어닝쇼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현재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추정기관 수 3곳 이상)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는 212곳 중에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과 비교해 하향 조정된 기업은 156곳에 달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고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투자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상흔과 기업 부채(Scarring and Corporate Debt)’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1분기부터 2021년 2분기까지 150개국 기업 자료 분석에서 경기 하강기에 기업들의 투자가 평균 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경기 하강기에 투자를 5% 더 줄였는데, 이는 전체 투자 감소분의 28%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정건전성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절벽마저 우려되는 상황인 셈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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