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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IPO 흉년 전망속 대어들 상장 추진 이유있는 '복지부동' 속사정

불투명한 경제전망에 1월 상승랠리 있었지만 증시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

2023.02.10(Fri) 14:14:53

[비즈한국] 기업공개(IPO·상장) 시장이 올해도 대어급 기업들의 줄 상장 연기로 지난해에 이어 흉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1월 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수세로 상승 랠리를 기록했지만 암울한 경제 전망에 기업들의 상장 추진 동력인 증시 상황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형성된 글로벌 유동성 장세와 저금리로 2021년은 3000선을 웃돈 코스피지수 시황에 힘입어 IPO 대풍년으로 기록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공모금 1조 원을 넘긴 신규 상장 기업이 없었던 반면 2021년에는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공모금 1조 원이 넘는 대어급 상장사만 6개나 탄생했다. 

 

이로 인해 2021년 말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SG(쓱)닷컴, 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교보생명, 올리브영, SK쉴더스, 쏘카 등이 지난해 코스피시장 상장 대어들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본격화 된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침체로 이들 기업 중 실제 상장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1월 27일)과 쏘카(8월 22일)가 전부다. 상장에 안착하지 못한 기업들은 올해도 대어급 상장사 후보로 거론되지만 실제 상장 여부는 안갯속이다. 

 

2022년 1월 2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당일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1년 11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던 CJ그룹 계열 올리브영은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돌연 작업을 중단한 후 감감무소식이다. 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실장과 장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각각 11.04%, 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경영권 승계 자금 실탄 확보를 위한 창구로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기업 SSG닷컴도 2021년 10월 주간사를 성장했지만 현재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SK그룹 계열의 이커머스기업 11번가는 지난해 9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당초 이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었지만 포기한 상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투자청이 운영하는 펀드들로부터 투자금 1조 1540억 원 유치 등 호재를 안고 있지만 상장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앞서 상장한 카카오 계열 상장사들이 쪼개기 상장으로 온갖 잡음에 휩싸였고 시장 환경도 좋지 않다고 자체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예 상장 작업 무기한 연기를 공식 선언한 기업들도 있다. 새벽배송 대명사인 컬리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지난달 4일 상장 작업 무기한 연기를 공식화했다.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상장예비 심사부터 다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컬리 기업가치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만 해도 최대 7조 원으로 추산됐지만 9일 현재 장외시장에서 회사 시가총액은 9803억 원으로 1조 원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케이뱅크는 이달 2일 상장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케이뱅크는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시장 환경을 보고 상장 작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IPO 추진 초기 8조원까지 오르내렸던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현재 시장에서 절반인 4조 원 미만으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들은 한결같이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최대한 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1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러한 상황이 연속될지 여부에 대해 이들은 불투명하다고 본다. 

 

지난해 주식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코스피지수는 2236.40에 마감하며 2021년 연 마감 지수 2977.65에 비해 25%나 급락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첫 개장일인 2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225.67포인트에서 31일 2425.08포인트로 10% 가량 올랐다. 이 기간 상승세는 외국인이 약 6조 5000억 원 규모로 순매수하는데 힘입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외국인이 약 1조 8763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에 국내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에 1998년 이후 유지되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를 결정한 것도 1월 외국인 매수세를 이끈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과 같은 상승 탄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2400대에서 횡보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달에는 주요 기업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 실적 발표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증시 상승 모멘텀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외국인이 언제든 상황 변화에 따라 순매도로 전환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지난달 증시 상승 랠리는 기술적(일시적) 반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상장을 계획하는 기업들로서는 이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투명한 올해 경제 전망도 기업들의 상장 추진을 고민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하는 ‘상저하고’를 전망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전망하는 우리 경제는 갈수록 시계제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개발연구원(KDI)은 8일 ‘2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둔화 심화’라는 표현을 썼다. KDI는 지난달 ‘경기둔화 가시화’, 지난해 12월 ‘경기둔화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매월 한층 강화된 수위로 경보음을 높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우리 경제에 대해 ‘경제불황’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경연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에 따른 내수 위축에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까지 겹치며 경제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주요 기관들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9%로 상향했지만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무역적자 등으로 인해 기존 2.0%에서 1.7%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9월 2.2%에서 11월 1.8%로 낮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내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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