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대 극장사업자 CJ CGV가 실적부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유례없는 ‘3년간 세 차례 가격인상’으로 상승한 높은 단가 덕도 봤다. 올 한해 국내외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극장 사업 실적 개선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장기간 누적된 영업손실로 떠안은 재무안정성 리스크는 여전하다. 베트남·중국 등 일부 해외법인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 차례 발행된 전환사채의 잔액 규모도 상당하다.
CJ CGV가 매출 회복세를 본격화하며 연간 영업손실 폭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1년(아래) 풍경과 대비되는 지난해 추석 연휴 CGV용산아이파크몰점의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매출 회복 본격화…해외서는 여전히 코로나에 ‘발목’
8일 CJ CGV는 2022년 매출이 1조 2813억 원(연결 기준)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7363억 원) 대비 74% 증가한 규모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1조 9422억 원)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대를 회복한 결과다. CJ CGV의 매출은 2021년 7363억 원, 2020년 5834억 원이었다. 이는 매출액이나 손익구조가 30% 이상(대규모법인 15%)인 경우에 해당해 관련 내용도 함께 공시됐다.
연간 영업손실은 768억 원으로 2021년 대비 1646억 원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역시 2021년 3388억 원에서 지난해 2145억 원으로 37% 줄었다. CJ CGV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은 70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12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강조했던 허민회 CJ CGV 대표의 포부대로 점진적인 영업 정상화와 본업 회복세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급격한 흑자 전환이나 추정치를 뛰어넘는 결과는 만들지 못했다. 4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3345억 원, 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77억 원의 흑자를 거둔 3분기 실적에서 다시 적자 전환한 수치로, 증권업계의 영업손실 추정치(121억 원)를 웃돈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도 증권사 전망치와 비슷하거나 하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석연휴동안 많은 관객을 동원한 3분기의 계절적 요인과 국내외의 국가별 실적 차이가 만들어낸 간극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매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해외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주요 도시의 봉쇄로 실적 개선폭을 크게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제약으로 작용했다. CJ CGV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건비, 임차료 등 판관비 절감 노력으로 적자폭을 최소화했다며 튀르키예의 경우 로컬 콘텐츠 ‘네스띠(Neset)’의 개봉 지연과 ‘아바타: 물의 길’의 늦은 흥행 시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확대되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CJ CGV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사업 부문에서의 부진이 원인이라기보다는 각국의 상황,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라며 “아바타2가 개봉한 12월 외에 10월과 11월이 비수기였던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수단으로 꺼내든 전환사채, 주가 상승에는 부담
국내외 시장에서 영화 시장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문제도 있지만, CGV 앞에는 재무안정성 개선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있다.
CJ CGV의 신용등급은 최근 3년간 두 차례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는 스크린 업계가 동시에 맞닥뜨린 고비였지만 덩치가 큰 만큼 충격도 컸다. 일례로 팬데믹 직전 CJ CGV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2018년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와 맞물린 리라화 가치 하락 등으로 튀르키예 법인 관련 손실이 급격히 불었다. 사업 확장에 방점을 두던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자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1년 1분기 당시 부채비율은 2374%에 달했고, CJ CGV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전환사채를 선택했지만 이는 ‘정상화’를 꾀하는 현 시점에서 발목을 잡는 리스크가 됐다.
CJ CGV는 △2020년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전환사채 △2021년 전환사채 △2022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영구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섰다. 전환사채는 일정 기간 경과 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재무상태가 취약하거나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저렴한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두 번의 전환사채는 총 7000억 원 규모로 증권가에서는 이 중 6200억 원가량이 미상환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2021년과 2022년의 전환가는 각각 2만 6600원, 2만 2000원으로 실적 발표 이튿날인 9일 종가 1만 9040원보다 높다.
공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CJ CGV의 자본총액은 3922억 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 전환사채는 신주가 발행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실상 지분 비중은 줄어드는데 주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이득은 없는 것”이라며 “6000억 원이라는 물량 규모도 부담이다. 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재무안정성 확보까지 막막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 유력하지만 여전히 재무 부담이 크다”며 “주가가 전환가액 이상으로 올라서면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커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의 실현 과제는 사업 실적 개선이다. 국내에서는 영화 시장의 회복을 가속화하고, 중국 등의 해외 법인에서도 흑자 전환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CGV를 비롯해 전국 극장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1억 명 관객 동원력을 보여줬다. 관객 수 2억 2668만 명, 극장 매출액 1조 914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2019년도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OTT 등 강력한 대체재 틈에서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마블 신작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개봉이 단가가 높은 4DX와 스크린X 특별관 특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콜라나 팝콘 등의 수익성 높은 매점 사업 확대로 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CJ CGV 관계자는 “많은 관객을 동원해 부채를 갚고 영업 환경 개선에 투자할 여력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특별관 외에도 2D관 투자를 지속해 관객 편의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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