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 명 수준이던 국내 채식 인구는 2021년 25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을 타고 콩, 밀 등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 식품업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는 저소득층 소비, 국내 대체육은 왜 이렇게 비쌀까
롯데는 2019년 대체육 전문브랜드 ‘제로미트’, 농심은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다양한 대체육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도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한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운영 중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해 지금까지 5개 제품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은 1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약 400만 개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냉장, 냉동, 상온 등 다양한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해외 진출도 활발히 할 전략”이라고 밝혔다.
대체육 시장이 대기업 격전지가 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대체육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대체육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해졌다. 최근 대기업이 줄줄이 문을 연 대체육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농심이 선보인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은 런치 코스 5만 5000원, 디너 코스 7만 7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신세계푸드가 최근 문을 연 대체육 매장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는 샐러드와 샌드위치, 파스타 등의 메뉴가 2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대체육이 등장한 배경 중 하나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든 저소득층 등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식물성 고기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중국이나 인도”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이 독특하다. 고급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어 기존 육류와 가격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이 대체육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 공략의 목적도 있다. 국내 채식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미국(930만 명), 독일(750만 명) 등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체육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서는 채식인구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외식 트렌드로 떠오른 프리미엄을 대체육에 접목한 이유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며 “기존 채식주의자(비건)보다는 대체육을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도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이용률에 대해 “비건이 아닌 일반 고객이 찾는 비중도 높다. 파인 다이닝을 즐기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 방문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식 기대했지만 자극적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아직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육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대체육 관련 브랜드를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성장의 여지는 충분하다. 정부는 지난해 축산대체식품 육성 기술개발에 향후 5년간 99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식물 기반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19년 89억 6250만 달러에서 2025년 143억 1980만 달러로 연평균 8.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계획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분위기다. 대체육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으로 꼽히는 만큼, 경기에 따라 고객 이탈의 우려가 크다.
해외 분위기가 한풀 꺾인 것도 긴장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최근 미국의 대체육 대표 기업들이 성장세가 둔화되며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대체육 인기가 사그라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대체육을 먹어야 할 이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식물성 재료인 대체육이 건강식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 그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인기가 다소 식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체육 레스토랑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건강식을 기대하고 대체육 레스토랑을 찾았던 고객 사이에서는 ‘소스 맛이 너무 강하다’, ‘맛이 자극적이라 많이 먹을 수 없다’ 등 실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식물성 대체육 자체에선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에 조미 기술로 승부를 하는 셈”이라며 “너깃이나 햄버거 패티 등 양념이 많이 들어간 상품이 많다. 강한 조미가 된 음식을 건강식품으로 볼 수 있냐는 의견도 나온다. 건강을 위해 대체 단백질을 권장하는 관련 업계의 홍보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업계도 대체육 업계가 정보를 왜곡한다며 비난하는 모습이다. 김상만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전통 단백질 모방 식품(대체육)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며 마케팅하고 있다. 전통 축산물 소비는 가치가 떨어지는 소비인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며 “미국에서는 대체육이 소고기의 영양성분이나 대사물질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 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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