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챙겨주고 싶은 동생 같은 이미지, 수더분한 성격, 어수룩해 보이지만 따뜻하게 사람 챙기는 여유까지 지닌 여행 전문 유튜버, 곽튜브 전성시대다. 135만 구독자를 확보한 곽튜브, 곽준빈.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막강한 인기를 얻은 그가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과 MBC ‘라디오 스타’에 연달아 출연해 더 큰 이슈몰이 중이다. 이중 그가 ‘유퀴즈’에서 언급한 과거 학창 시절 이야기가 최근 화제다. 여행 유튜버가 된 이유에 대한 MC 유재석의 질문에 그가 학교폭력을 당했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놔서다.
단순히 동급생들보다 덩치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곽튜브. 그는 더 이상의 고통을 당하고 싶지 않아 고등학교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진학하기 위해 실업계로 진학했다고 한다. 자신을 기억하는 이가 없는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과 문제없는 학교생활도 하고, 좋은 성적까지 유지해 가던 어느 날, 그에게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친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가 중학생 때 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며 과거 제 별명이 ‘걸베이(거지)’였다는 말을 했어요.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요. 그 얘기를 듣는데,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 되는구나. 그럴 바에는 그만하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는 이후 자퇴를 원했고, 부모님이 자퇴를 반대하자 가출을 감행했고, 며칠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그간 자신에게 있었던 학교폭력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 부모님은 그의 자퇴를 인정했고, 그는 자퇴 후 학교 폭력의 후유증으로 대인기피증, 우울증의 시간을 꽤 오랜 기간 동안 겪어야 했다고 한다.
‘유퀴즈’에서 고백한 곽튜브의 과거사가 이걸로 끝났다면 ‘곽튜브는 정말 힘든 학창시기를 겪었고, 그 아픔을 여행 유튜버로 잘 승화시켰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겠으나, 그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말을 한다.
“근데 이거(학교폭력의 과거사)를 제가 당당하게 이야기하게 된 게 스물일곱 살 때인가 그래요. 이걸 이야기하는 게 한국에선 창피한 일에요.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하면 보통 원인을 당한 사람한테 찾거든요. 그런데 저는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 친구들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보통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거든요. ‘쟤네는 안 맞는데 왜 나만 때릴까’, ‘내가 너무 나대거나, 내가 너무 못생겨서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에요. ‘네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숨길 수 있는 자신의 과거도 당당하게 언급하고, 더 나아가 그렇게 학교폭력을 당하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그의 진심 어린 조언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런데 순간, 곽튜브의 마음을 담은 조언에 더해지는 또 다른 이의 인터뷰 조언이 떠올랐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안우경 교수의 인터뷰 내용인데, 그녀는 자책감이나 후회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불행의 이유를 자신에게 찾는데 몰두하지 말라.” 안 교수의 말에 따르면, 불행의 이유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뇌가 편향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테면 일이 잘 풀릴 때는 그 일이 잘 풀리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하진 않지만, 무언가 실패하면 ‘왜’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그 생각에 계속 사로잡히게 되면 끊임없는 불행의 이유의 근원을 자기 자신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곽튜브의 진심 어린 조언은 단순히 학교폭력을 겪은 이들을 넘어서서 인생에 한 번쯤 지독한 불행한 일을 겪어본 모든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알찬 조언이 될 것이다. 이런 곽튜브의 말에 더해 안우경 교수가 쓴 ‘씽킹 101’에 언급된 “자책감과 불행한 순간에 빠졌을 때는 이유를 찾으려고 고민하지 않고, 반대되는 긍정 표현으로 상황을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더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나는 불행하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행복한가?”라고 물어보자는 거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불행하냐는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은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보다 스스로 훨씬 더 불행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불행하냐고 물으면 불행한 생각, 불행한 일, 불행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지만, 반대로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한 일을 떠올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불행의 굴레에 함몰되지 않게 그 감정과 반대되는 긍정적인 질문으로 인지 오류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 질문해 보자. “나는 지금 행복한가?” 불행하다고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는 시작에서부터 어쩌면 당신은 그 불행의 기운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작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곽튜브처럼 과거의 불행에서 벗어나, 더 멋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당신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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