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 산업의 문제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1년 12월 기준 한국인은 1인당 4장의 신용카드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유명 캐릭터나 모델을 기용해 홍보하는 사례가 늘면서 덩달아 신용카드 발급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카드 발급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도 증가했다. 그러나 카드를 재활용할 방안은 전무하다. 통상 카드는 반으로 자른 후 일반쓰레기로 버리도록 안내한다. 일반쓰레기는 매립 또는 소각되는데, 카드 재질로 사용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소각 시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유명 연예인·캐릭터로 ‘유혹’…휴면카드도 덩달아 증가
‘예쁜 카드’는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 카드 디자인에 유명한 캐릭터를 이용하거나 세련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추세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춘식이’를 담은 카드를 출시했고, 신한카드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을 통해 에디션 카드를 출시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중점이 되기도 한다. 현대카드의 MX 부스트 시리즈는 일부 플레이트 디자인에 신청이 몰리면서 발급이 지연될 정도였다.
KB국민카드는 ‘BTS 카드’를, 현대카드의 그린카드는 ‘지코 카드’를, BC카드는 ‘블랙핑크 카드’를 내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 카드의 특징은 기능이나 혜택보다는 팬덤과 모델의 인기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는 것이다.
30대 남성 A 씨는 “몇 년 전 블랙핑크 카드가 나왔을 때, BC카드를 처음 발급 받았다.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 받을 필요는 없었는데, 외관이나 한정판 패키지로 나왔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B 씨도 “연회비가 높은 카드가 아니라면 혜택은 비슷하기에 디자인을 보고 선택한다”고 답했다. M부스트 시리즈 카드를 사용한다는 20대 C 씨는 “외관이 고급스러워서 발급했다. 높은 연회비를 감당할 만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카드를 보면 어디 카드냐고 물어봐 괜히 뿌듯할 때가 많다. 카드도 패션의 일종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규 발급되는 카드 수는 2014년 이후부터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억 장을 돌파했고, 2021년 12월 기준 1억 1768만 장에 달한다. 체크카드를 합하면 2억 2377만 장이다.
1인당 보유한 카드 수로 환산해볼까.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국내 경제활동인구는 2827만 명이다. 1억 1768만 장의 신용카드를 1인당으로 따지면 약 4장의 신용카드를 가진 셈이다. 체크카드까지 합하면 약 7.9장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휴면카드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카드를 말한다. 2022년 12월 기준 휴면카드는 1555만 장으로 전체 신용카드의 17.98%를 차지한다. 휴면카드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그 비중도 높아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드사는 일단 발급을 하면 소비자가 어떻게든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무분별하게 발급해준다. 소비자 역시 캐시백 등 당장의 이익이나 혜택을 보고 발급 받았다가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낭비 요소가 많다. 환경 측면에도 나쁜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만드는 PVC, 소각 시 유해물질 발생
신용카드 발급이 늘면서 카드 폐기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는 재활용이 전혀 안 된다. 분해 방법이 없어 일반쓰레기로 배출돼 소각·매립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카드는 범용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져 소각 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PVC를 소각 시에 염화수소가스 등이 나온다며 ‘최악의 플라스틱’으로 규정했다.
환경부도 이러한 유해성을 일부 인정해 2019년 말부터 PVC를 사용한 포장재 생산을 금지했다. 다른 합성수지와 섞여 재활용될 경우 제품의 강도가 떨어지고 재활용 과정에서 염화수소 등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포장재에만 한정된다.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단가가 낮은 PVC로 만들어진다. 도로교통공단에서 발급하는 운전면허증 역시 PVC 재질로 알려진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2019년 환경부에서 PVC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다른 포장지의 재활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장지에는 PVC를 사용하지 않도록 규제가 나온 것이다. 다만 이때도 대체재가 없는 경우는 사용을 허용해 제품 자체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현재 없는 상황이다. 염소가 많이 포함돼 소각할 때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는데, 현재 단계에서 관련 규제가 적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카드도 재활용 안 되고 그냥 폐기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최근 몇몇 카드사에서 ‘친환경 카드’를 출시했다. 카드 재질을 이른바 친환경 재질로 바꾼 것이다. KB국민카드의 EVO티타늄, 그린웨이브, 위시카드와 신한카드의 딥(Deep) ECO카드 등이다. 이 카드들은 PVC 대신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나 소각·폐기 시에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인증 소재로 제작했다. 폐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를 이용한 카드를 제작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등 플레이트 재질 개선에 대한 꾸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버려지는 카드 자재를 재활용해 보드게임을 제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환경 카드 역시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점은 한계다. 기존 PVC 재질보다 친환경 카드의 제작 단가가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반 플레이트 재질보다는 친환경 재질로 만드는 카드의 제작 단가가 대부분 더 높다.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귀띔했다.
아직까지 신용카드 재질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의 발급이나 이용한도 기준, 관련 자율규제 등은 마련돼 있지만 재질에 대해선 별도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카드 재질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서 별도로 조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PVC의 유해성 논란은 몇십 년 전부터 이야기됐다. 가능한 한 인체에 무해한 소재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카드사에서 실적이 떨어지자 카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카드 발급을 계속 늘려가면서 카드 숫자가 계속 늘어난다. 이로 인해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보안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폐기 절차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환경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폐기에 대한 부분이 제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SK에코플랜트 자회사, 노동자 사망하자 "언론 알리면 손해배상" 합의서 논란
·
[그린 패피 탐사대①] '그 많던 옷은 다 어디로 갔을까' 환경오염 2위 패션산업의 이면
·
'일회용품 규제 강화' 한 달, 환경부 '오락가락' 정책에 혼선만…
·
[현장] 24시간 돌아가는 쓰레기 소각장, 열악한 환경에 안전규정도 없다
·
[현장] 사라지는 의류수거함…재활용 가능한 옷도 그냥 버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