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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죽 쑨 극장가, 넷플릭스 계정 공유 단속에 '기대감'

2022년 영화관 매출 전년 대비 2배였지만 코로나 이전 2019년의 60% 불과

2023.02.02(Thu) 11:07:42

[비즈한국] 지난해부터 극장가에는 ‘희망 고문’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발길이 끊겼던 관객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반짝 효과로 끝나고 말았다. 연말, 설 연휴 등의 대목 성적표도 기대 이하였다. 이번엔 다를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이어 OTT 시장의 정책 변화가 예정돼 영화관 업계가 다시 한번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해 거리두기 해제로 극장가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2022년 매출은 2019년의 60%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해 거리두기 해제 효과, 고작 3개월

 

1월 31일 서울 명동 CGV에서 만난 20대 정 아무개 씨. 여자친구와 무인발권기로 영화 ‘슬램덩크’ 티켓을 예매하던 그는 발권된 종이 티켓을 보며 ‘이게 영화표냐’며 중얼거렸다. 정 씨는 “언제 마지막으로 극장을 찾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랜만에 극장에 왔다. 무인발권기로 티켓을 발권했는데, 영화표가 영수증처럼 생겨 하마터면 그냥 버릴 뻔했다”며 웃었다.

 

극장에서 만난 고객의 상당수가 같은 얘길 했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관객을 잃어버렸던 극장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기대감을 보이는 이유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관객들이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2시간 이상 영화를 보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던 관객들은 ‘마스크를 벗게 돼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CGV 관계자 역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관객들의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 만큼 올해는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극장가는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은 지난해 4월 영화관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고 취식이 허용되면서부터다. 특히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5월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면서 극장가엔 활기가 돌았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금세 식어버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8월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극장가 매출(1523억 원)은 전월 대비 10.7% 감소했다. 극장가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8월 매출이 전월보다 떨어진 것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었다. 거리두기 해제 효과로 5월부터 7월까지 영화관 매출이 반짝 증가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관객의 발길은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국내 영화관 매출이 1조 1602억 원, 전체 관객 수는 1억 1280만 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컸던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98.5%, 관객 수는 86.4%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는 저조한 성적이다. 영화진흥재단은 “2022년 전체 누적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60.6%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넷플릭스 계정 공유 단속에 반사이익 볼까

 

지난 설에도 극장가는 침울했다. 설 연휴기간인 1월 20부터 24일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294만 1810명으로 집계됐는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2019년 설 연휴(2월 2~6일)에는 804만 6078명, 2018년(2월 14~18일)에는 587만 3621명이 극장을 찾았다. CGV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개봉작들이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올해 극장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가 인상이 이어지면서 관객들이 느끼는 관람료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코로나19로 극장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최근 3년간 영화 관람료를 세 차례 인상했다. 2019년 주말 기준 1만 2000원이던 관람료는 현재 1만 5000원으로, 팝콘과 음료 두 잔으로 구성된 팝콘 세트 가격은 8000원대에서 1만 원대로 올랐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비싸진 요금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 아무개 씨는 “영화관을 오랜만에 와서인지 비싼 관람료에 놀랐다”며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도 예전처럼 자주 영화관을 찾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관람료 부담을 크게 느끼는 데는 OTT의 영향도 있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OTT가 일상의 플랫폼이 됐고, OTT 구독료와 영화 관람료는 비교 대상이 됐다. 한 달 내내 무제한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OTT 구독료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관람료가 비싸다 보니 거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OTT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가 서비스 정책 변화를 예고하자 극장가는 내심 호재로 반기는 눈치다.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OTT에 뺏겼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올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 시행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내놨다. 한 집에 사는 가족 이외의 계정 공유를 단속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넷플릭스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계정을 공유하는 만큼 정책이 시행되면 상당수 이용자의 구독료 부담이 2~4배 커질 예정이다. 벌써부터 ‘구독을 해지하겠다’는 이용객도 많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 시장이 커지며 영화를 극장 대신 집에서 보는 소비자가 늘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으로 요금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들이 OTT만 선호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극장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격을 인상해온 만큼 올해는 가격을 동결하고 주중 요금을 할인하는 등의 가격 정책 펼치며 관객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시기지만 여가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다. 여러 선택지 중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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