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Z세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틱톡(Tiktok)’의 성장세가 계속될까. 15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틱톡은 최근 몇 년 새 유튜브 중심의 영상 플랫폼 생태계를 흔든 메기였다. 지난해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앱에도 올랐다. 긴 영상(롱폼) 콘텐츠에 집중했던 유튜브도 쇼츠를 선보이며 뒤늦게 숏폼 콘텐츠 육성에 뛰어들었고, 현재 틱톡-쇼츠-릴스(인스타그램)가 영역 싸움에 한창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틱톡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사하면서 틱톡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 들어 잠시 잠잠했던 틱톡 퇴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탄 가운데 이번에는 진짜 ‘위기’가 닥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주 소비층인 10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시그널이 읽힌다. 10대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틱톡에 대한 실제 이용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꼭 지워야 할 중국 앱 리스트? 10대들도 ‘정보 유출’ 걱정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A 양은 2년 전부터 틱톡 영상을 ‘눈팅(눈+(chat)ting, 영상을 만들지 않고 보기만 하는 것)’하고 있다. 19명의 반 친구들 중 영상을 직접 올리는 사람은 2~3명 정도다. 대부분은 알고리즘 기반으로 뜨는 영상을 소비만 한다. A 양과 친구들은 게임에 관심이 있어 주로 모바일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유하며 시청한다. A 양의 어머니는 “한때 틱톡 영상을 많이 봤는데 어느 날 아이 오빠가 ‘이 앱을 사용하면 영상이나 목소리가 유출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동생을 단속했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아이들도 알고 꺼리더라”고 말했다.
틱톡의 위기는 ‘정보 유출’ 논란이 핵심이다. ‘틱톡이 이용자의 기기에서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 중국 정부에 제공한다’는 의혹이다. 틱톡은 중국의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데, 이전 트럼프 정부 당시 틱톡 등 중국 앱에 의해 미국인들의 데이터가 유출돼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이 붙기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8월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며 현지 사업권을 미국 회사에 매각하라고 바이트댄스를 압박했지만 재선 실패로 동력을 잃었다.
한국에서도 관련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2021년 개정된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서 ‘이용자가 올린 사진·댓글·동영상·라이브 동영상 등에서 일부 이미지와 오디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국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꼭 지워야 할 중국 앱 리스트’가 확산됐다.
틱톡은 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중국에서 운영되지 않는다. 이용자와 커뮤니티 보호는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이며, 개인정보는 미국에 저장되고 백업은 싱가포르에서 한다”고 해명하는 등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중국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때리지 않고 정보 유출 방지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보여온 조 바이든 대통령마저 태도를 뒤집으며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최근 연방의회 상하원 직원들과 400만 명의 연방정부 공무원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등 직접적인 제재가 시작된 것.
일단 약 1억 명의 미국인 이용자를 거느린 틱톡에 대해 민간 제재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는 미국 내 공공기관 기기나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앱 설치나 사용을 금지한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자유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미국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사용 금지를 강제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미국 사업부 강제 철수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다만 유럽 국가들도 정보 유출 문제를 띄우고 있기 때문에 앱 내 데이터 처리 등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 중국 논란에 민감한 한국 이용자들도 앞으로 더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끊이지 않는 유해성 지적에 “유치하다” 인식까지
틱톡은 ‘막기엔 너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넘어서야 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틱톡에서는 2021년 하반기 ‘사악한 도둑질 챌린지’에 이어, 지난 한 해에만 기절할 때까지 스스로 목을 조르는 ‘기절 챌린지’,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기아·현대차를 도난해 자랑하는 ‘기아 챌린지’ 등이 인기를 끌어 미국의 사회적 문제가 됐다.
미국 현지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021년 유아·청소년(4~18세)의 일 평균 틱톡 시청 시간은 91분으로 유튜브(56분)보다 훨씬 길다. 노출되는 시간이 긴 만큼 중독성 강한 숏폼 영상이 청소년 문화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에서 생활했다는 B 씨(20)는 “작년 초쯤 밤에 학교에 들어가 장난으로 시설을 망가뜨리는 식으로 테러를 하는 유행이 번졌다. 원래 학교에서 틱톡이나 다른 SNS 이용을 자제시키는 분위기가 없었는데, 당시에는 며칠 동안 교내에 안내방송이 나오고 선생님들이 틱톡 이용에 대해 주의를 줬다”고 전했다.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유해 콘텐츠가 크게 문제된 사례가 거의 없다. 다만 10대 후반 이용자들의 호응이 주춤하고 있다. 서울 소재 여고에 재학 중인 C 양(18)은 “카메라 필터 챌린지나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가 있을 때는 간혹 보지만 틱톡을 많이 이용하는 친구는 이제 별로 없는 것 같다. 중학생 동생은 짧은 먹방 영상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B 씨도 “미국에서는 틱톡이 마치 메신저처럼 필수 앱이다. 친구들의 영상에 함께 나온 적도 많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중학생들까지 주로 틱톡을 이용하고, 점점 릴스를 많이 쓰는 것 같다. 틱톡 감성은 좀 유치하고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한국에 온 후로는 틱톡 영상을 올리지도 않고 잘 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틱톡이 숏폼 시장에서 1승을 거뒀지만 미 정부 제재와 경쟁 서비스 부상으로 앞으로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본다. 틱톡에서 시작된 숏폼 인기가 쇼츠와 릴스 등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15초에서 길게는 2분 내외라는 형식은 비슷해도 콘텐츠의 성격은 플랫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성향이 계속 바뀌고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기존 영상 플랫폼들이 숏폼이라는 추세를 따라갔지만 몇 년이 지나면 또 어떤 서비스가 주류가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의 전문가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촌스럽다거나 유치하다는 평가에 민감하다.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문화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미국 시장보다 한국에서 이용자 층이 더 한정되는 것은 맞다. 벤치마킹한 쇼츠나 릴스의 파급력이 오히려 큰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틱톡은 한국에서도 초기 안착에 성공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위험 부담을 안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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