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OTT 서비스가 보편화된 이후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금세 전 세계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에는 ‘K-Dramas’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하다.
최근 유럽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콘텐츠는 단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다. 세계적인 인기 배우 송혜교와 유럽의 K-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도 ‘인생 드라마’으로 꼽히는 ‘도깨비’의 작가 김은숙의 조합이라는 화제성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1월 11일 넷플릭스의 공식 순위집계 사이트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지난 2~8일 TV 시리즈 비영어 부문에서 글로벌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총 62개국에서 상위 10위에 들었고, 유럽에서도 프랑스를 비롯해서 총 10개국에서 10위권에 들었다.
2019년 유네스코의 통계에 따르면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유럽 학생이 25%나 되었다. 4명 중 1명에게서 일어날 만큼 흔한 일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인스타그램, 틱톡, 왓츠앱 등을 이용한 메신저와 소셜미디어, 게임 안에서의 사이버 폭력이 급증했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 문제가 있는 곳에 스타트업도 있다. 현존하는 문제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해결하려는 것이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학교폭력, 왕따,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유럽의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왕따 해결사, 스페인의 ‘안드레아’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서 2019년에 론칭한 앱 서비스 ‘안드레아(Andrea)’는 학교 내 괴롭힘 사례가 있는 경우, 피해 사례나 목격 사례를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앱이다. 피해를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것을 목격했지만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가 두려워 신고를 두려워하고 있는 목격자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안드레아 앱에서는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고, 전문가에게 편하게 채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학교 내 괴롭힘’을 ‘신체/심리에 대한 공격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의도적이며, 불평등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정의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미 문제 상황이 발생한 학급이나 학교를 위한 교육 및 중재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안드레아는 발렌시아 시의회의 혁신 프로젝트 지원 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디지털 제품 개발, UX/UI 디자인 등을 다루는 브랜딩·디자인 에이전시 넥타 에스튜디오(Nectar Estudio)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의 일부다. 학교나 교육기관이 앱과 교육 프로그램을 구매하게 하는 것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체코의 블라인드 ‘페이스업’
2017년 17세 소년 얀(Jan), 다비드(David), 파벨(Pavel)이 뭉쳤다. 초등학교 때 학급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방관했던 자신들의 상황이 끔찍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7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자기들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페이스업(FaceUp)의 시작이다.
앞서 다룬 스페인의 안드레아와 비슷하게 자기가 당한 피해를 익명으로 직접 고발하거나 목격한 것을 학교의 교사에게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스업은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에도 왕따, 괴롭힘, 불공정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위한 솔루션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이다.
출시 4년 만에 1800개 학교가 등록했고, 2020년에는 기업에서 컴플라이언스, 내부 고발, 안전한 기업 문화 조성을 돕는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유럽판 ‘블라인드’로 발전한 것이다. 2019년부터는 직원이 50명 이상인 회사들이 무조건 준수해야 하는 유럽연합 내부 고발 지침(EU Whistleblowing Directive) 발효에 발맞추어, 회사들이 이 지침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자문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공동창업자들의 나이는 아직 23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 매우 기대된다. 페이스업은 현재 체코를 비롯한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 2700개 조직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 세상의 지킴이, 프랑스 ‘보디가드’
학교 폭력이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은 요즘 같은 시대에 메신저, SNS는 또 다른 학교 폭력의 무대가 된다. 프랑스 스타트업 보디가드(Bodyguard)는 SNS에서 괴롭힘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사이버상 악성 댓글로부터 개인, 기업을 보호하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AI 기술을 이용한 텍스트 인식을 통해 악성댓글을 감지하고 차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댓글을 읽기 전에 이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문맥, 뉘앙스, SNS나 메시지에서 자주 쓰이는 약어, 오타도 인지해서 유해한 댓글의 90%를 감지해낸다.
괴롭힘을 당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학교, 기관, 커뮤니티, 기업 등 단체가 사용할 수도 있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여성혐오, 인종차별, LGBT+ 혐오, 성희롱 등을 방지하는 데에 탁월해서 많은 사용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 밖에도 광고성 댓글, 스팸, 사기성 댓글을 방지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유해한 콘텐츠의 종류가 매우 많은데, 맞춤형으로 원하는 필터링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보디가드의 강점에 해당한다.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치, 페이스북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제공된다.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전제는 모두를 폭력의 방관자이자 공범으로 만든다. 적어도 세상을 조금씩 정화해 나가는 데는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의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술과 혁신이 결합된 작은 스타트업의 움직임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함께 성장시켜야 할 소중하고 값진 씨앗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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