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적의 통신 및 전자장비를 방해, 교란, 기만, 무력화 혹은 불능화하는 전자전은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영역인 것은 분명한데, 그중에서도 항공작전에서 전자전은 전쟁의 현황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9년 2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국경분쟁과 동시에 공중전이 벌어졌을 때, 인도 공군의 Su-30MKI 전투기는 파키스탄 공군의 F-16 전투기가 발사한 암람 공대공 미사일을 이스라엘제 ELL-8222 자체 방어 전자전 장비로 따돌리는 데 성공했고, 파키스탄은 프랑스제 DA-20 전자전기로 인도 공군의 전투기에 전파방해를 수행하여 인도 전투기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공중전은 영화 ‘탑건’과 달리 화려한 곡예비행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의 싸움이 결정한 셈이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시작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공중 전자전의 승패가 전황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미국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소련제 전투기를 해킹하여 AGM-88 HARM 미사일을 사용한 방공망 제압 작전(SEAD)을 수행한 것이다. 구소련제 전투기에 미국제 미사일을 장착한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허를 찔린 러시아는 한 달 사이에 20개 가까운 지대공 미사일 진지를 파괴당했고, 그 이후 러시아는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해 장거리 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만 공중 폭격을 하게 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한국 공군도 이런 항공 전자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 열심히 노력 중이다. 우선 백두 신호정보수집(SIGINT) 항공기는 북한 전 지역의 모든 군사 통신 및 적 대공 레이더와 미사일의 전파 정보를 수집하고, F-15K, KF-16, F-35에는 현대적인 통합 전자전 장비(EW Suite)나 외장형 전자전 포드를 탑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대공 미사일 진지를 파괴한 HARM 미사일 역시 수백 기를 도입하여 KF-16에서 운용 중이다.
다만, 일본, 중국 등이 보유 중인 원격 전자전기(Stand-off EW aircraft)가 없어 2027년부터 전자전기 도입 사업이 추진 중인데, 여기에 더해 최근 초음속 비행 돌파에 성공한 국산 전투기 KF-21의 개조형인 ‘KF-21G’ 전자전기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KF-21G 가 공개석상에서 처음 언급된 것은 지난 1월 10일 호암재단 온라인 강연회에서 정광선 전 KF-X 사업단장의 강연으로, 정광선 단장은 해군 함재기인 KF-21N과 함께 전자전기로 KF-21G의 개발이 가능하고, KF-21 기본형 역시 상당한 전자전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잠재력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로 KF-21 기본형에 탑재되는 통합 전자전 장비(EW Suite)는 4세대 항공기의 내장형 전자전 장비로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데, 제작사 LIG넥스원은 기존에 개발된 ALQ-200K 외장형 전자전 포드를 소형 경량화시켜 항공기 내부에 탑재했고, 다양한 적 대공 미사일의 공격을 탐지하고 동시 대응이 가능한 수준의 상당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지금 KF-21의 전자전 장비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자체 방어(Self Protection) 장비로 본격적으로 적 대공 미사일을 사냥하거나 미사일 대신 전파 공격으로 적을 무력화 시키는 능력은 할 수 없어서, 크게 두 가지 장비가 KF-21G를 위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장비는 ARM(An anti-radiation missile), 혹은 대방사 미사일로 불리는 대공 방어시스템 공격용 미사일이다. 전파를 발산하는 곳을 추적해서 명중하기 때문에 지상의 대공 레이더 차량이나 대공포, 혹은 해상의 이지스함 같은 대공 전투함은 물론, 적의 전파방해 장비를 추적하는 HOJ(Home on Jamming) 기능으로 적 전파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다.
현재 ADD(국방과학연구소)는 미국의 차세대 ARM 미사일인 AARGM-ER과 유사한 한국형 ARM 미사일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ADD가 다연장 로켓과 미사일에 적용 중인 덕티드 로켓(Ducted Rocket)을 이 한국형 ARM에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덕티드 로켓은 기존 로켓을 사용하는 것보다 로켓 연소시간이 길어 작은 크기에도 150km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이미 공대공 미사일용 덕티드 로켓이 개발 중이라 이것을 쉽게 개조해서 ARM 용 미사일에 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탄두 중량이 작아지는 것이 문제인데, 독일 Diehl BGT 의 ARMIGER 미사일의 경우처럼 정밀유도용 적외선 유도 장비를 달아 정밀도를 높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장비는 전자전 장비이다. 전자전 장비는 크게 적 전파의 위치나 특성을 분석하는 전자 지원(ES) 장비, 전파를 발생시켜서 적을 기만, 교란, 방해, 공격하는 전자 공격(EA) 장비가 필요한데, KF-21에 장착된 내장형 레이더 경보기(RWR)와 전자전 자체 보호 장비(EW suite)는 이 기능을 모두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주파수, 더 우수한 출력, 더 뛰어난 능력을 위해 외부 장착형 장비를 포드(Pod) 형태로 만들어서 운용한다.
비용을 가장 줄이는 개발 방식은 전자전 장비를 아예 빼고, ARM 미사일에 레이더 위치만 알려주는 HTS(HARM Targeting System)를 만들어 붙이는 것이지만, 이렇게 만들면 기능이 제한적이라 다목적 임무에 투입할 수 없고, 외부 장착형 Pod로 전자전 포드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소형화, 전력 공급 문제, 그리고 대형 무기 무장 장착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제안은 KF-21의 장점을 살리는, 즉 ‘내부 공간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것인데, 이것은 KF-21이 5세대 전투기로의 성능 개량을 염두에 두어 비행기 아랫부분에 빈 곳을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실제로, 미국은 저공 침투 공격기인 F-111을 전자전기인 EF-111로 개조할 때, 내부 무장창에 전자전 포드를 넣어서 공간 활용을 한 바 있어, KF-21G에 적용한다면 Pod 형보다 좀 더 넓은 면적의 AESA 안테나와 전기 공급 장비를 갖추어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보라매 전투기는 막 초음속을 돌파하여 시험 비행 중으로, 사람으로 치면 이제 걸음마를 떼고 홀로 일어서기를 준비 중인 아기와 같은 상태이다. 하지만 항공기는 개발과 테스트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항상 장기적인 목표와 이상을 가지고 끊임없이 개량형과 파생형을 연구해야 적의 위협에 대처하고 국제 방위산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보라매 전투기가 KF-21, KF-21N에 이어 KF-21G, 그리고 스텔스 버전으로의 개량이 원활히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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