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조가 달라질까. 공정위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업무 계획을 보고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진단 기준 완화 계획 등 친기업 성향의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보고 전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공정위도 동참하는 흐름이다.
한편으론 공정위의 ‘경제검찰’ 역할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고발에서 비롯된 한국타이어 사건은 오너 일가를 향한 수사로 확대되는 등 검찰과의 협업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공시대상 기업 기준 상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대통령실에 ‘2023년 공정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는데, 이 자리에서 대기업 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공시 의무 부과 대상이 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지정 요건 기준인 5조 원을 GDP와 연동하거나 기준 금액을 6조 원 혹은 7조 원 등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5조 원이라는 기준이 지정된 것이 지난 2009년인데, 14년 사이 한국경제가 성장한 만큼 상향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상호출자 금지 등 전체 규제를 적용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 지정 요건 역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바뀐다.
실제로 기업집단 기준에 포함되는 기업은 2009년 48개에서 지난해 76개로 28개나 늘었다. 만약 자산 기준액이 7조 원으로 높아지면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지난해 5월 기준 76개에서 56개로 줄어든다. 크래프톤, 삼양, 애경, 한국지엠, 하이트진로, 현대해상화재보험, OK금융그룹, 농심 등이 빠지게 된다.
공정위는 대기업 내부거래 공시 기준도 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공정위도 ‘친기업 정책’으로 기조를 새롭게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과는 더 ‘밀착’
하지만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및 오너 일가의 부당이득 취득을 잡아내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와 검찰의 공조가 더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평이 나온다.
공정위 고발로 시작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의 한국타이어그룹 수사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50%에 육박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오너 일가의 사익을 챙겨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관련 임직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공정위는 조 회장은 고발 조치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과징금 80억여 원을 부과하면서 조 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검찰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공정위에 의무고발을 요청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고급 외제차의 리스비와 구입비를 회사공금으로 처리하고 지인에게 개인적 용도로 공사를 발주하는 등 회사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조사 중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공정위가 고발한 건만 처리하던 것에서 달라졌다.
공정위 흐름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앞선 정부 때에는 공정위가 더 앞장서 기업 관련 고발 조치를 하는 대신 검찰은 고발 범위에 한해서만 수사를 했다면, 현재는 공정위와 소통하면서 오너 일가도 필요하다면 수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공정위 고발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더 강도 높게 수사를 받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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