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4000여 명에서 2000여 명으로 반토막.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의 회원들을 징계하면서 로톡 회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법조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 수는 이보다 규모가 더 적을 것으로 본다. 회원만 유지하며 상황을 살피는 변호사가 많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5월 26일 로톡 등 변호사 광고(소개) 법률서비스 온라인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가입하지 못하게 한 개정 대한변호사협회 광고 규정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와 로톡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년 동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맡게 될 김영훈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는 앞서 변협에서 부회장을 맡으며 로톡 대안 성격인 무료 중개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만든 바 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로톡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와 대응을 시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이 로톡 사태가 신성장 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힌 사례라고 보고 규제 해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대한변협이 이에 응하리라고 보는 이는 없다. 로톡 관련 갈등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국회에서 ‘갈등 중재’ 시사했지만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지난 18일 간담회를 열고, 로톡 사태로 인해 법률서비스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힌다고 보고 규제 해제 방안 마련에 나섰다.
간담회에 참석한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많은 국민들이 볼 때,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로톡 같은 서비스의 제공이 안 이뤄지면 인터넷 문명이나 새로운 과학문명으로 무장한 우리 20·30·40 등 많은 새로운 세대에 불편함을 주게 될 것”이라며 로톡 사태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규제개혁추진단장인 홍석준 의원 역시 “미국은 이미 법률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많은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완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이사는 “저희 서비스는 4000명의 변호사가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절반이 떠났다”며 “지금까지 백억 원대 이상 매출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한 해 저희 서비스를 방문한 소비자가 2300만 명이 넘는다. 저희 서비스가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이 방증됐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규제개혁추진단은 새로운 선출된 변협 회장단 및 정부 측과도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회가 나서 대한변협과 로톡, 정부 간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대한변협 새 회장 ‘강경 대응’ 시사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김영훈 변호사의 공약을 고려하면,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영훈 변호사는 현 대한변협 집행부(부회장)로 있으면서 법률 중개 플랫폼 로톡에 대해 회원 변호사 징계를 시도하는 등 강경 대응한 바 있다.
실제로 김영훈 당선인은 17일 당선증 교부식에서부터 “외부자본의 법률시장 침탈을 막아야 하는 게 법률시장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사설 플랫폼의 퇴출을 약속하겠다”고 로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법조계는 선거 득표 결과를 고려할 때, 신임 대한변협 회장의 ‘로톡과의 전쟁’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본다. 13일(사전투표)과 16일(본투표) 양일에 걸쳐 치러진 투표에서 기호 1번 김영훈 변호사가 받은 득표율은 38.5%(3909명)다. 역시 ‘반(反)로톡’ 공약을 앞세운 기호 3번 박종훈 변호사의 득표율 24.2%(2454표)를 합치면, 로톡과의 중재 모델을 제시한 기호 2번 안병희 변호사(득표율 36.56%, 3774표)보다 1.7배 이상 많다. 투표한 변호사 3명 중 2명이 ‘반로톡’ 정서에 표를 던진 셈이다. 실제로 김영훈 당선인은 “저뿐 아니라 (변협) 집행부 출신 두 후보의 지지도를 합하면 60%의 득표율이 넘는 숫자”라며 로톡과의 전면전을 시사했다.
김영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외부업체의 부적절한 선거 개입 의혹으로 스타트업 업체를 고발하기까지 한 마당에 지금 로톡과 중재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앞으로도 로톡을 사용하는 변호사는 징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대한변협 설득이 가능할까
여당이 로톡 사태 중재를 시사했지만, 대한변협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특히 여당은 이번 대한변협 회장 임기 2년 동안 대한변협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많은 상황이다.
대한변협 회장은 법조계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가하는데, 김영훈 당선인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대법원장·공수처장과 대법관 6명, 헌법재판관 7명을 추천하게 된다. 주요 법조인 인사를 놓고 야당인 민주당과 신경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대한변협 회장의 추천은 큰 힘을 받는다. 여당이 대한변협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로톡 관련 간담회를 가지면서도 변호사 징계권을 변협에서 법무부로 이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그 징계권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현 시점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한변협의 권한인 변호사 징계권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김영훈 캠프 관계자는 “새로 선출될 대한변협 회장단은 명예직에 가까웠던 앞선 변협 간부들과 달리 더 본격적으로 변호사 시장 수호에 나설 것이고, 필요하다면 국회나 정부와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언론과의 소통, 국회와의 관계에도 더 힘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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