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로 건설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사업성을 담보로 일으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상환은커녕 만기 연장이나 차환에도 실패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통상 건설사는 이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경우 대신 갚거나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약정을 맺고 개발 사업에 뛰어들기에, 건설사 도미노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에 비즈한국은 우리나라 주요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를 긴급 점검한다.
태영건설은 17일 최대주주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총 4000억 원의 자금 차입을 결정했다. 오는 26일부터 2027년 1월 26일까지 연 이자율 13%로 4년간 자금을 빌려 쓰다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자금 차입 과정에서 소유 부동산과 투자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했다. 티와이홀딩스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로부터 사모사채 형태로 대여 자금을 조달했다. 두 회사는 2021년부터 공동지배 약정을 맺고 폐기물 처리기업 에코비트를 경영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국면에서 PF우발채무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포함한 이 회사 PF우발채무는 2017년 8231억 원에서 2022년 9월 말 3조 2385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관련 우발채무 4442억 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앞서 태영건설은 2022년 11월 채권시장 경색으로 사업장이 PF 차환에 어려움을 겪자 2022년 11월 에코시티개발(280억 원)과 인제스피디움(130억 원)에서 안고 있던 PF우발채무를 인수했다. 우발채무 위험이 현실화한 셈이다.
이번 차입 결정 전까지 태영건설 현금 유동성은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2022년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3823억 원, 현금성자산은 1402억 원으로 보유한 PF우발채무보다 한참 적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경색 국면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 실적이 악화하면 PF우발채무가 채무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데, 태영건설은 상대적으로 낮은 유동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부도설이 떠돌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번 차입으로 인해 4000억 원의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어 단기적인 차환 위험이 감소한 점은 긍정적이나, 우발채무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한다. 단기적으로는 우발채무의 원활한 차환 여부를,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진행 경과 및 분양, 입주 실적 등을 중점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개발 사업과 관련해 운전 자금 부담 추이와 선투입 자금의 원활한 회수 여부, 자회사에 대한 추가적인 현물 출자 여부 등이 회사 사업 및 재무위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적 분할 이후 악화된 재무건전성은 해소해야 할 숙제다. 태영건설은 2020년 9월 티와이홀딩스와 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자본규모가 1조 209억 원에서 708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부채비율이 당초 179.1%에서 278.9%까지 상승했다. 이후 순이익 실현으로 자본을 8656억 원까지 축적하면서 2022년 9월 기준 부채비율이 191.7%으로 내려갔지만 분할 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향후 주택 공사 물량 기성과 분양 성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까지 PF 우발채무를 보유한 사업장에서 미분양 물량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우리나라 3대 신용평가사는 2022년 말 태영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분할 이후 재무구조 개선 수준이 당초 예상을 하회하는 가운데 자금시장 경색 구면 속 PF우발채무 부담이 확대된 점, 차환 위험 통제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이번 자금 차입은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며 “2022년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최근 분양 성적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올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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