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카드 상담서비스 자회사를 중심으로 삼성카드의 콜센터 운영에 대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2014년 삼성카드가 카드업계 최초로 상담업무 조직을 분리해 100% 지분을 출자한 자회사다. 당시 콜센터, 입회센터, 고객보호센터, 발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고객 상담 인력이 대규모로 이동했는데, 분사 9년째인 현재 이들은 모회사 삼성카드에 업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과도한 콜 압박 속에서도 부족한 인력은 단기계약직으로 채워 넣고, 자회사 인력의 성과는 축소한다는 주장이다. 외주화를 시도한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삼성카드가 내세운 ‘전문적인 고객서비스와 고용 안정’이라는 분사 취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분사 본질은 구조조정? “오히려 콜 압박 늘고 처우 나빠져”
삼성카드가 콜센터를 분리하며 강조한 목표는 고객 서비스 개선과 본사 계약직 직원의 고용안정이다. 자회사 직고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상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기존 카드업계는 콜센터에 파견 사원을 쓰거나, 업무 일부를 외부 콜센터에 도급하는 방식으로 상담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삼성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별도의 콜센터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점이 분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고객 상담조직 분사 뒤에는 경영 효율화 목적이 가장 컸다는 시각이 있다. 본사 정규직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것. 분사가 추진되던 당시 삼성카드의 고객 상담·관리 직원 중 400여 명은 정규직이었다. 이들은 삼성카드를 퇴사하고 자회사로 재입사했는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인력규모(약 1300명)와 당시 삼성카드 전체 직원(약 3400명)를 비교해봐도 상당한 규모다.
직원들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 후 콜 처리 압박, 인력 부족, 성과 저평가 등 업무 조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카드 소속으로 일하다가 현재 삼성카드고객서비스에서 근무하는 A 씨는 “기본적으로 145통의 콜을 받으라고 하지만 실적을 내려면 콜 190통을 소화해야 한다.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화장실도 못 가고 전화를 받는다”며 “일은 많은데 아르바이트격의 단기계약직들만 뽑으니 상담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기존 인력이 재차 연락해 뒤처리를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직원 B 씨는 “‘담당 부서에 연결해주겠다’며 호 전환(응대 중인 상담전화를 다른 상담사에게 연결하는 것)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며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9년간 성과급 차별” 묵은 불만 수면 위로
여기에 OPI(초과이익성과급) 격차까지 크게 벌어지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삼성카드와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OPI는 분사 직후인 2014년 각각 8.5%로 같았지만 삼성카드의 OPI 규모가 커지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카드 OPI는 △2018년 20%대 △2019~2020년 30~40%대 △2021년 50%를 기록했는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직원들은 분사 이후 매해 8.5%로 동결된 상태다. 분사 전인 2013년에도 상담 업무 직원들에게는 8.5%가 적용됐다. 2022년 성과급은 전년과 같이 삼성카드 50%, 삼성카드고객서비스 8.5%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2022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21년 같은 기간(4217억 원)보다 8.3% 증가한 4565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3507억 원, 2019년 2827억 원과 비교해도 선방한 수치다. KB국민카드(3523억 원), 하나카드(1656억 원) 등 주요 카드사들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16.8%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성장이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동조합은 전문성을 확보한 정규직 인원 확충과 자회사 직원의 기여도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18일 노조는 서울 중구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본사에 이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자회사 분리해놓고 또 외주…삼성카드의 이상한 콜센터 구조
외주화 논란 역시 반복되는 문제다. 재작년 말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사내에서 거론된 매각 및 외주화 가능성이 일단락된 이후, 최근 위탁 업무 확대로 다시 관련 논란이 확산됐다. 2021년 당시 사원 대표기구 아우름협의회는 사측이 연초에 진행한 경영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10월경 일부 외주화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표이사가 해명에 나섰고 진단TF까지 해체됐는데, 이 일은 업계 최초로 삼성카드에 고객센터 별도의 노동조합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사측이 신용카드 발급을 담당하는 입회 심사 물량 비율을 사전 고지 없이 조정하려고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삼성카드의 입회 심사 업무는 삼성카드고객서비스와 별도의 외주사가 절반씩 맡아왔다. 자회사 분사 이후 물량의 절반가량을 다시 외주화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외주사 물량을 확대해 이 비중을 4(자회사):6(외주사)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간부는 “같은 업무를 자회사와 외주사가 나눠 소화하는 특이한 구조”라며 “출범 초기부터 자회사 물량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최근 사측 주도로 외주사 위탁 물량 비율을 늘리는 안이 추진되는 상황을 포착해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반대 여론에 부딪힌 사측은 현 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위탁 업무·외주화와 관련한 논란이 두 차례나 불거져 내부 여론이 악화했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정규직에게는 동일 처우, 계약직에게는 복지 개선 등을 약속한 사측이 태도를 바꿨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의 직원 A 씨는 “사측이 분사 전환에 대해 안내할 때 ‘사명만 바뀌고 업무나 복지 수준은 동일하다’면서 사인을 받았다. 정규직에게는 동의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생기고 불만 전화만 담당하게 된다거나 근무 지역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전적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근무 장소와 업무 내용 모두 삼성카드 소속으로 일하던 때와 같다며 모회사 삼성카드에 책임을 묻고 있다. 다만 삼성카드는 노조 설립 당시부터 삼성카드고객서비스와 별개의 회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카드에 질의했으나 사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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