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논란거리 중 하나는 배달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었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이 배달 음식이기 때문이다. 배달업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배달에 나서기로 했고, 다회용기 사용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난 지금, 다회용기 배달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고 있을까.
#참여 식당 490개, 저조한 이유 살펴보니
지난해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배달앱 4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는 서울시 등과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일환으로 8월부터 강남구를 중심으로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해 현재 서초구, 관악구, 서대문구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다회용기 제공 음식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배달 시 용기를 일회용품과 다회용품 중 선택할 수 있다. 다회용품을 선택하면 스테인리스 재질의 밀폐용기에 음식이 배달되고, 식사 후에는 다회용기를 집 밖에 내놓고 수거 요청을 하면 된다.
수거 및 세척은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는 잇그린에서 담당한다. 자영업자가 별도로 수거나 세척할 필요가 없는 구조다. 자영업자는 일회용품과 동일하게 필요 시마다 다회용기를 구입해 사용하면 된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이용료는 매장에서 일회용 배달용기 구매를 위해 지급하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다회용기 배달 앱 주문건수는 2만 6000건이다. 배달앱에서 다회용기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9월 한 달간의 다회용기 주문 건수는 2700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90건의 주문이 다회용기로 배달된 셈이다.
서울시는 강남구에서 진행했던 시범사업 주문 건수 대비 250% 이상 증가한 수치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무엇보다 다회용기 사용에 동참하는 식당을 늘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다회용기 배달 가능 지역을 확대하며 연내 다회용기 사용에 동참하는 식당이 550개 이상으로 늘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서울 지역의 식당은 490개뿐이다.
다회용기에 대한 인식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고충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비자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식사 후 그대로 식기를 내놓으면 된다. 그래서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이에 반해 점주들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에 메리트가 있다고 느끼지 않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점주들에게는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사용해 편리함을 느끼면 그만큼 배달 주문이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적극 동참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문 적은데 용기 자리 차지” 불만…플랫폼 업계도 적극 나서야
서울시는 자영업자의 다회용기 사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처음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자영업자에겐 서울시에서 10만 원을 지원해주며, 용기 구입 금액을 뺀 수거 및 세척 비용 모두 정부에서 부담한다. 지난해 환경부가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사업으로 책정한 예산은 54억 4000만 원이었으며 올해는 69억 3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7.4% 증액됐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 ‘굳이’ 해야 하냐는 목소리다. 한 자영업자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신청은 했는데,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문은 거의 없고 용기를 보관하느라 자리만 차지한다”고 불평했다.
다회용기를 찾는 손님이 많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적극 동참하던 점주들도 의지가 꺾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파스타 식당은 4개의 배달앱에서 주문을 받고 있지만 다회용기 주문은 배민에서만 가능하다. 식당 관계자는 “생각보다 다회용기 주문 건수가 적어 다른 앱에서는 다회용기 주문을 삭제했다”며 “용기 수량도 줄였다. 이것도 계속 이용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회용기를 찾는 고객이 늘어날 필요가 있는 만큼 배달 플랫폼 업계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요구된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배달 플랫폼은 다회용기 배달 주문이 원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음식점 화면에서 다회용기 항목을 찾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다회용기 사용 음식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다회용기 사용 식당 정보를 상위에 노출하는 등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고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기요와 땡겨요는 메인 화면에 별도의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너를 누르거나 사용자가 직접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검색해야 다회용기 식당 목록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쿠팡이츠는 상단 배너에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노출하고 있지만, 배민은 메인 화면 하단 배너에만 노출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배달앱별 노출 방식은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통해 결정한 방식”이라며 “다회용기 이용 장려를 위해 다회용기 주문을 선택한 고객에게는 배민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모션도 제공하고 있다. 다회용기 배달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자영업자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부분도 소비자에게 다회용기 이용을 망설이게 만든다. 다회용기의 수거나 세척을 업체에서 담당하다 보니 자영업자에게는 이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고객이 음식점에 다회용기 사용을 문의했을 때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샐러드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다회용기는 고객이 직접 수거하는 곳에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객에게도 그렇게 설명한다”며 “직접 반납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어서인지 고객들이 다회용기보다 일회용품 주문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지금은 다회용기 주문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가며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용이 들어가면 이용률이 떨어지는 만큼 부담을 줄여 다회용기를 사용한 경험을 쌓게 하려는 것”이라며 “다회용기를 사용한 경험이 축적되면 나중에는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생길 것이다. 시행 초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는 잇그린 관계자는 “식당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친환경 식당이라는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며 배달 앱 내에 있는 ‘다회용기’ 카테고리에도 노출돼 매출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 후 뒤처리가 간편하다 등의 긍정적 피드백이 있고, 다회용기 배달 재이용률이 80%가 된다”며 “다만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라 소비자에게 ‘다회용기’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부분이 있다. 더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로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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