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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십억 원 들인 태양광 버스정류장, 딱 한 곳 남았다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류장, 그나마 흐린 날엔 먹통…지자체 사업 늘었지만 전문가 검토 필요

2023.01.25(Wed) 10:02:31

[비즈한국] ‘태양광시스템 일조량 부족 시 화면 미표출됩니다.’​ ​퇴근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직장인 A 씨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us Information Terminal, BIT)​ 위에 붙은 안내문을 발견했다. ​단말기는 화면이 꺼진 채 아무 정보도 표시되지 않았다. ​안내문대로라면 태양광이 약한 날에는 낮에도 버스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이곳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버스정류장이다. 

 

태양광 버스정보안내단말기는 서울시가 버스정류장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5년 넘게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인 이 사업이 2020년에 이미 종료됐으며, 태양광 버스정보안내단말기​는 한국거래소 정류장 단 한 곳에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태양광 버스정보안내단말기. 일조량이 적으면 화면이 송출되지 않는다. 사진=전다현 기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시범 사업 후 전부 철거?

 

서울시는 2013년부터 버스정류소 개편을 추진했다. 지붕과 의자가 있는 표준형 승차대, 버스 번호와 도착 시각을 알려주는 버스 정보안내단말기, 와이파이 존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 이때 도입됐다. 당시 서울시는 1만 574개 버스정류소 중 530개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만들어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버스정보안내단말기와 휴대폰 충전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친환경 건축자재와 일체화된 태양전지 모듈인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를 사용해 최초로 ​기기 충전 시스템을 ​갖췄다. 이때 설치된 태양전지 모듈의 용량은 각 752W였다.

 

2015년 서울시는 버스정류장 가판대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을 마련했다. 사진=서울특별시

 

2015년 서울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로 버스정보안내단말기가 작동되도록 했다. 사진=서울특별시


서울시는 세종로 등 일부 지역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도심속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버스정류장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해 ​2020년까지 이어졌다. ​​2020년에만 관련 예산으로 29억 5362만 원이 소요됐다. 그런데 현재 태양광 버스정보안내단말기는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류장​에 설치된 단 한 대만 남았으며, 그마저 흐린 날은 화면 송출이 안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설치를 했다가 2020년 까지 전부 철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태양전지 모듈(BIPV) 역시 2020년도에 사업을 종료했다. 현재 여의도 부근에 한 곳이 남아 있고, 부작용이 많아서 철수한 걸로 알고 있다. 태양광이다 보니 빛이 없으면 전자 제품이 돌아가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다. 추가 설치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몇 기가 설치됐는지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지하철 가판대 위에도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현재 가판대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는 보기 어렵다. 사진=전다현 기자

 

#잘못된 행정으로 태양광만 오명…전문가 “명확한 기준 있어야”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정류장에 설치됐던 태양광 뿐 아니라 지하철 역 주변의 가로 판매대, 한강공원 보행로 등에 설치된 태양광 사업 등 대부분의 태양광 사업이 종료돼 철거됐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태양광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생겼다. 최근에는 산지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들이 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태양광 사업이 오명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에너지는 필수 전력에 단독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전문가 검토 없이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태양광 시스템을 정류소에 적용하려면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용량이 커야 하는데, 이조차도 충분히 산정이 안 됐다. 이 용량이 고갈되면 외부 전력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태양광을 사용했다고 밤에 작동이 안 되면 누가 사용하겠나. 이런 식의 행정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낮고 명확한 규정도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태양광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서울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러 지자체에서는 태양광 사업이 여전히 ‘대세’지만,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대구시는 최대 3조 원이 소요되는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제주시와 경남 고성군 등은 2022년부터 버스정류장에 태양광 조명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동해시 역시 ‘스마트 버스정류장’을 준공해 태양광 패널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버스 차고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정재학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태양광 사업을 진행할 때 전문가 검토 등 제대로 된 이해와 준비 없이 시행하는 바람의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 정부가 바뀌면서 이걸 고치는 게 아니라 아예 없애는 행태다. ​태양광 시스템 역시 정부에서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있지는 않다. 다른 지자체는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서울시처럼 하면 제대로 될 수 없다​.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제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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