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회사 중 하나다. 메쉬코리아의 가치는 한때 5000억 원, 많게는 8000억~1조 원으로 평가 받았지만, 현재는 1000억 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OK캐피탈로부터 받은 360억 원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공격적인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3월 경기도 곤지암 풀필먼트센터(FC)를 새롭게 열어 물류 인프라를 확장했지만 자금난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송을 맡던 김포·남양주 풀필먼트를 조기 폐쇄하며 11개 지점 가운데 5개가 문을 닫았다.
OK금융그룹과 손잡은 유진그룹은 P플랜(사전회생계획) 회생방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먼저 뛰어들었는데, 메쉬코리아 김형설 부사장 측은 hy(옛 한국야쿠르트)를 매수자로 하는 회생방안을 법원에 제시하며 맞섰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메쉬코리아(부릉)의 주인이 결정될 상황이다.
#채권자 손잡고 인수 시도하는 유진그룹
서울회생법원의 회생 절차에서 메쉬코리아의 회생 안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정리된 상태였다. 창업자 유정범 의장이 주축이 된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 유진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한 OK금융그룹의 P플랜(사전회생계획)이다.
P플랜은 법정관리 개시 전 채무자가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결의해 인가해주는 법정관리의 한 방식이다. 메쉬코리아가 주식담보대출 약 360억 원을 갚지 못하면서 채권자가 된 OK금융그룹이 유진그룹에 지분을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유진그룹은 물류 계열사 유진소닉에서 약 600억 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채무자 손잡고 인수 시도하는 hy
하지만 hy가 새로운 인수후보로 등장하면서 유진그룹과 2파전을 벌이게 됐다. 메쉬코리아 김형설 부사장은 hy가 800억 원가량에 지분 65%를 인수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유진그룹으로의 매각을 원치 않는 경영진 일부와 주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ARS 기간 연장을 요청, 추가 시간을 확보하면 그 사이 OK캐피탈에 대한 채무 360억 원을 포함한 기존 채무를 전액 변제하는 수순이다. 채무가 변제되면 회생절차는 자동으로 끝나게 된다. 그 후 hy에 메쉬코리아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생절차 보류를 신청하는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hy가 메쉬코리아 인수에 나선 이유는 식음료 기업 이미지를 변화하기 위해서다. hy는 지난 202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바꾸며 물류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600여 개 물류거점과 냉장카트를 활용한 물류 서비스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부릉 서비스를 인수할 경우 퀵커머스 시장에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매각 과정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가 한때 5000억 원, 많을 때에는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부릉의 가치는 현재 1000억 원 정도”라며 “hy나 유진그룹 모두 부릉이 가진 유통 시스템의 가치가 더 크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원 판단에 달린 부릉 새 주인
메쉬코리아의 주요 주주단인 네이버(18.48%), GS리테일(18.46%), 현대차(8.88%), 솔본인베스트먼트(7.51%) 등은 유진그룹보다는 hy의 매각 방안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이 휴지 조각 되는 P플랜보다는 약간의 지분이라도 지킬 수 있는 ARS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메쉬코리아의 새 주인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채권자(OK금융그룹-유진그룹) 측의 P플랜을 받아들일 경우, 자연스럽게 회생절차 속에서 유진그룹이 새 주인이 된다. 반면 채무자(메쉬코리아-hy)가 제시한 방안을 받아들이면 회생절차가 끝이 나고 메쉬코리아가 주축이 돼 회사를 hy에 매각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법원이 어느 쪽이 회사에 더 좋다고 판단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가치가 크게 떨어진 지금, 자본력이 있는 곳들은 인수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채권-채무가 얽혀 있다 보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됐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인수가격이 높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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