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Mnet ‘쇼미더머니 11’에 출연해 최종 우승자의 영광을 얻은 이영지. 그녀의 우승은 ‘쇼미더머니’ 11개 시즌 만에 첫 여성 출연자의 우승이어서 더 큰 화제였다. 이번 시즌 방송을 두고 일각에선 이미 각종 예능 방송과 SNS로 스타가 된 이영지를 두고 “래퍼가 아니라 예능인이다”, 힙합만이 전부인 사람들이 나온 프로그램에 “밥그릇 빼앗으러 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폄하하기도 했다.
수많은 이영지의 팬들이 그녀를 응원하기도 했지만, 정확히 그 반대 선상에서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의 매운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쇼미더머니’ 예선전에서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며 그녀의 출연 명분과 곱지 않은 대중 시선에 대한 대응책을 묻기도 했는데, 그때 이영지는 다음과 같은 말로 당차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저는 도전을 하는 것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많이 하는 타입입니다.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간절함을 마음껏 풀어내고 싸우는 공간이잖아요. 그런 공간에 저도 속하면서 부딪혀 보고 깨져보면서 제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 나왔어요.” 뒤이어 그녀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게 다양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곡해되지 않는 진심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조심스레 전했다.
예능 방송인이 아닌, 래퍼 이영지의 진심은 ‘쇼미더머니’ 방송 내내 보란 듯이 순차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방송 중 인터뷰에서 그녀가 “내 출연이나 참가를 어떤 노이즈 마케팅의 수단이라거나 너무 가볍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허세가 아닌 진심이었다.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중저음의 멋진 발성도,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위트 넘치는 랩의 가사들, 출연진들 조차도 “비욘세가 울고 가겠다”고 말한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무대 매너는 모두 ‘이영지’가 ‘래퍼’로서도 얼마나 존재감이 대단한 사람임을 방송 내내 말해주었다.
‘쇼미더머니 11’의 최종 우승과 예능인이 아닌 뮤지션 이영지로서의 자리매김은 안주하지 않는 이영지의 도전에 의해서 가능한 결과였다. 만약 그녀가 도전하지 않았다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기회조차 없이 예능인의 이미지에 가리워질 이영지의 음악적 재능이었다. 이러한 다이아몬드 같은 재능이 가리워지지 않은 이유를 두고 이영지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유튜브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남에게는 약점이지만 저에게는 강점인 것이 ‘무모함’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그것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냥 그것이 재미있어 보이면, 그 도전에 나를 막 담아버리거든요.”
뒤이어 그녀는 ‘무모함’이라는, 이 단어가 왜 그녀에게 긍정적일 수 있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이어서 설명했다. “저는 제 장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그것을 빛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살아요. 반면 단점은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 자체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이건 부족하지만 언제든 내가 장점으로 다시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버려요. 그렇기 때문에 내 스스로의 단점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그래서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죠. 저는 사람의 역량이 하나의 눈덩이라고 생각해요. 눈 내린 땅 내리막길에 그 눈덩이를 굴리면 눈덩이가 점점 커지잖아요. 열심히 무모하게 내리고 구르다 보면 부정적인 면들은 내가 굴리는 눈덩이의 이정표가 되고, 긍정적인 면들은 내 살이 됩니다. 그래서 전 내리막길에 제 자신을 굴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게 이제 막 스물두 살이 된 젊은 처자의 발언이라는 사실에 그냥 막 입이 벌어진다. 20대 초반에 이런 경지에 오른 이영지처럼 살기는 어렵다고? 주눅 들고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새해엔 그녀처럼 우리도 이제 좀 무모해져 보는 건 어떨까. 혹시 요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도전이 두렵게만 느껴지는가. 그런 두렵고 부정적인 마음은 래퍼 이영지처럼 개나 줘버리고, 하고 싶은 일이 놓여진 내리막길에 당신 자신을 한 번 과감하게 굴려보시길. ‘쇼미더머니 시즌 11’에서 이영지가 세상 더 없이 신나는 흥으로 부른 ‘NOT SORRY’의 가사처럼 말이다. “미안해 하나도 하나도 아무것도 미안하지가 않아서 그저 나답게 살아가고픈 것뿐 oh,”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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