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할부금을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연 5.9%의 이자율을 적용해 청구한다. 이에 따라 매달 청구 금액은 같지만 할부 원금과 이자 비율은 조금씩 달라진다. SKT가 2009년 할부원금을 기준으로 부과하던 채권보전료를 폐지하고, 연 5.9% 할부수수료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어 2012년에는 LG 유플러스, 2017년에는 KT가 5.9%로 할부수수료를 정했다. 할부수수료가 보증보험료와 채권 비용 등으로 구성됐다고는 하나, 어떤 계산을 거쳐 이통 3사가 5.9%로 동일하게 이율을 산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수수료율은 같아도 부과하는 기준은 통신사마다 다르다. SKT와 LG유플러스는 할부 기간이 12개월 이상일 때 잔여 할부금에 대해 연 5.9% 수수료가 붙고, KT는 ‘할부 기간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연 5.9% 청구한다’고 명시하지만 기간 기준은 없다. 이처럼 복잡하다 보니 매월 청구되는 금액이지만 정작 소비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렇다면 방통위의 제도 개선 이후 단말기 할부수수료 상환 방식은 어떻게 고지되고 있을까. 방통위에 따르면 이통 3사와 협의해 수수료 상환 방식을 설명한 문구를 만들었고, 이 문구를 가입신청서나 요금청구서에 넣는 식으로 개선됐다. ‘단말기 할부금 상환 방법은 분할상환대금(단말기 대금+분할상환수수료)이 매월 동일한 금액으로 청구되는 균등 분할 상환형입니다’라는 문구다. 방통위 측은 “이통사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 중도 상환’ ‘이자’ 대신 ‘분할상환’ ‘수수료’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줄 설명을 넣은 것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개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수많은 가입약관을 일일이 살펴야 하고, 요금명세서에서도 상환 방식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LG 유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요금제 가입 및 단말기 할부 구매를 할 경우,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 이용 약관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때 소비자가 동의해야 하는 총 15개(필수 동의 12개, 선택 동의 3개) 약관 중에서 할부금 상환 방법을 적은 문구는 ‘모바일 가입 신청 동의’ 약관의 맨 마지막 항목에 들어갔다. 글자가 굵거나 색이 다른 것도 아니라서 소비자가 모든 문장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3사의 가입·이용약관이 달라 설명이 들어간 곳도 제각각이다.
요금청구서에서도 할부수수료 설명은 찾기 어렵다. 2021년 4월 KT에서 5G 요금제, 24개월 약정으로 아이폰12 프로를 구매한 직장인 A 씨는 할부 기간이 끝나가지만 분할상환대금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모른다. A 씨는 “요금명세서로 할부금과 수수료는 확인하지만 다른 설명이 없어서 무슨 기준으로 부과하는지, 상환 방식이 균등 분할인지 그런 건 몰랐다”라고 답했다.
단말기 할부수수료는 정부 기관·시민단체·정치권으로부터 정당성, 산정 방식, 이율 수준 등을 두고 10년 넘게 지적을 받아왔다. 채권보전료 대신 부과하는 항목이지만 소비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비판도 크다. 2016년 한국소비자원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매한 소비자 32%가 할부금에 수수료가 포함된 사실을 모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통신사를 향해 ‘보험료, 관리 비용 등은 통신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데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기준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5.9%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받았다. 코로나19로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선 2021년 2월에는 홍익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통 3사의 할부수수료에 담합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준금리, 대출 금리가 모두 0%대로 내렸는데 휴대전화 할부 금리만 10년 넘게 변하지 않는다”라며 요율을 낮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사 관계자는 “할부수수료는 변동 금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금리에 따라 움직이면 시중금리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고객에게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저금리일 때 5.9%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당시 내리지 않았던 걸 지금 고금리라고 올리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라며 “5.9%가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최소한의 수수료다. 보험사, 금융사와 산정한 수수료율이므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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