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리셀(재판매) 시장에 대기업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가 기웃거린 데 이어 이번엔 한화그룹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인 한화가 시장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무한도전이냐, 무모한 도전이냐
한화솔루션 자회사 ‘엔엑스이에프(NxEF)’가 리셀 플랫폼 ‘에어스택’ 서비스를 12월 27일 시작했다.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스니커즈 한정판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엔엑스이에프 관계자는 “아직 거래량을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리셀 관련 유명 커뮤니티 등에서 에어스택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마니아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리셀은 지난해 패션업계의 대표적 트렌드로 꼽혔다. ‘N차 신상’, ‘리셀테크’ 등의 신조어가 생길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한화그룹도 리셀 신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것일까. 에어스택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할 별다른 전략을 준비하지 못했다.
엔엑스이에프 측은 기존 리셀 플랫폼과의 차별점으로 ‘배송 및 수수료 무료’ 정책을 꼽았다. 크림과 솔드아웃이 지난해부터 배송비와 수수료를 받고 있어 무료 프로모션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프로모션 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해 기대만큼 효과를 얻을지는 의문이다. 크림과 솔드아웃이 서비스 론칭 이후 약 2년간 무료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거래량 늘리기에 집중한 것과 비교된다.
리셀 시장에서 커지는 가품 논란을 신경쓴 듯 가품 판정 시 정품 금액의 4배를 보상한다는 정책도 내놨으나, 일단 가품 판정이 나올 경우 신뢰도가 하락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엔엑스이에프 관계자는 “정가품 검수를 위해 전문가 인력을 최대로 많이 채용했다. 가품 검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스택의 첫인상에서 ‘조급함’이 묻어난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달 27일 공개한 에어스택 모바일 앱에 대해 소비자들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실망스런 반응을 보였다. 에어스택 앱은 현재 검색 기능이 준비되지 않았다. 제 기능을 다 갖추지 않은 서비스를 시간에 쫓기듯 내놓은 모양새다.
리셀 플랫폼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 아무개 씨는 “리셀 시장에 경쟁사가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프로모션 혜택이 마음에 든다. 구매 후기를 들어보니 배송까지 처리 과정도 빠르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검색 기능이 없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상품 수가 적은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엔엑스이에프 관계자는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먼저 선보여 시장 반응을 보려다 보니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검색 기능은 1월 말 추가 예정이다. 향후 계속해서 다양한 기능을 업데이트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우주산업에서 이름 따왔다?
리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대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플랫폼은 없다. 크림과 솔드아웃도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솔드아웃은 157억 원, 크림은 5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만 보고 덤볐다가 수익화에 실패해 나가떨어진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T알파의 ‘리플’이다. 2020년 10월 KT알파는 자체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을 오픈했지만 운영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KT알파는 KT플라자에 오프라인 쇼룸을 마련하고 KT멤버십 할인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기존 플랫폼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한화가 기존에 운영하던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도 이달 운영을 중단한다. 한화솔루션은 2021년 12월 자회사 엔엑스이에프를 설립하면서 같은 이름의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 바 있다. 현재 에어스택에서 취급하는 한정판 스니커즈는 물론 구찌·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브랜드, 리사이클링 브랜드 등을 판매했다.
하지만 엔엑스이에프가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자 한화솔루션은 엔엑스이에프 플랫폼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비슷한 성격의 리셀 플랫폼을 론칭하면서 에어스택이라는 새 간판을 내걸었다.
엔엑스이에프 측은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은 에어스택 출시를 위한 테스트 사이트였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엔엑스이에프 사이트는 정식 서비스 출시 전 시장 테스트를 위해 회사 법인명으로 잠시 운영했던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정식 서비스인 에어스택을 출시했다. 엔엑스이에프 사이트는 베타 서비스의 개념이기 때문에 에어스택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한화의 리셀 플랫폼 사업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주도하는 신사업으로 알려지면서 더 관심이 쏠렸다. 엔엑스이에프의 주요 임원진이 김 부회장과 함께 전략부문에서 일한 임원진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에어스택이라는 이름도 김 부회장이 관심 갖는 항공우주산업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회사 측은 에어스택 서비스는 김 부회장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전혀 연관이 없다. 엔엑스이에프가 한화솔루션 자회사지만 모든 전략적인 사업 계획은 내부 실무자들이 기획한다”며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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