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테라·루나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지난해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의 1호 사건인 탓에 수사팀의 의지가 상당하다. 이달 안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성과’가 필요한 검찰의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달 영장 청구가 한 차례 기각된 적이 있어, 재청구마저 기각될 경우 검찰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속이려는 고의성’ 입증 안 돼 한 차례 기각
지난달 2일, 검찰은 테라폼랩스 창립 멤버인 신현성 전 대표에게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신 전 대표 등이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고정된 가상자산)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가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설계 등 안전성에 한계가 있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발행했다고 본 것이다. 테라·루나가 함께 폭락할 위험이 큰 구조라는 테라폼랩스 내부 의견이 있었음에도 권도형 대표와 신 전 대표가 발행을 강행한 점을 근거로 삼아 영장 청구 필요성도 강조했다. 검찰은 가격이 폭등하자 파는 방식으로 신 전 대표가 14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진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2시께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홍 부장판사는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진술 경위·과정,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신 전 대표와 함께 청구된 테라·루나의 초기 투자자 3명과 개발자 4명의 구속영장 역시 모두 같은 사유로 기각됐다.
검찰의 완패나 다름없었다. 사건 흐름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기는 ‘속이려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영장실질심사 때에도 이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 측이 치열하게 맞섰다고 들었다”며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방어권이라는 개념을 포함해 영장 기각을 언급한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검찰, 영장 카드 다시 만지작
법원의 결정에 검찰은 반발했다. 영장 기각 직후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영장 재청구 검토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배경을 더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라· 루나 알고리즘의 한계가 분명했고, 블록체인 활용 결제 서비스 출시가 불가능함에도 이를 숨기고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점을 입증해 신현성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보완수사를 진행했다”며 “이르면 이달 중에 신 전 대표와 핵심 투자자들 몇몇에 대해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테라폼랩스 공동창립자인 권도형 대표가 해외에 머물며 귀국하지 않는 가운데, 신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한 달 넘게 보완수사를 진행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영장 기각 시 예상되는 후폭풍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권도형 대표의 신병 확보가 요원한 상황에서 신현성 전 대표가 사건 피의자 중 정점에 있다”며 “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장을 받아내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봉현 도주가 영향 미치나
서울남부지법이 ‘김봉현 영장 기각’으로 인한 후폭풍에 휩싸인 것은 검찰에 유리한 흐름이다. 신현성 전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홍진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후 라임사건의 몸통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영장도 기각해 도주의 빌미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으며 시민단체에 고발까지 당했다. 홍진표 부장판사는 그 후 에디슨모터스와 코로나 진단기 관련 주가조작 사건 등에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 영장을 대부분 발부했다.
신현성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경우, 라임 김봉현 전 회장 사례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대목이다. 앞선 변호사는 “특수 사건의 경우 영장 발부율도 일반 사건에 비해 낮은데, 이는 언론과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도 있다”며 “김봉현 전 회장 도주가 법원의 기각 결정 탓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거꾸로 법원도 수사 비협조 등 ‘도주의 우려 가능성’을 확실하게 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영장실질심사가 치열하게 이뤄질 가능성을 점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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