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생명체 기대했던 외계행성,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측 결과는?

주변 네 행성이 골디락스존에 위치한 TRAPPIST-1, 대기권 성분 분석했더니…

2023.01.02(Mon) 09:42:05

[비즈한국] 외계생명체는 존재할까? 설령 그들이 존재하더라도 인류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그 위대한 질문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외계생명체를 기대하는 대표적인 곳이 있다. TRAPPIST-1이다. 이 별은 물병자리 방향으로 약 4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별 자체는 태양 질량의 8%밖에 안 되는 아주 작고 왜소한 적색왜성이다. 그런데 이 하나의 별 곁을 도는 외계행성이 무려 일곱 개나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시스템은 보통 별 주변에서 한두 개, 많아야 세 개 정도가 발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덟 개의 행성이 살고 있는 우리 태양계처럼 이렇게 많은 외계행성이 한꺼번에 발견된 경우는 드물다. 

 

TRAPPIST-1 별 주변 곁을 도는 외계행성을 그린 상상도. 가장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순서대로 b, c, d, e, f, g, h 행성이다. 이 중에서 d, e, f, g 네 곳은 골디락스존에 들어온다. 사진=NASA/JPL-Caltech


특히 천문학자들이 이곳을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곱 개 중에서 무려 네 개나 골디락스존에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네 곳 모두에 지구처럼 바다와 대기가 존재할지 모른다. 어쩌면 외계생명체도 기대할 수 있다. 드디어 제임스 웹이 이 놀라운 곳을 관측했다. 그리고 그 첫 데이터와 분석 결과가 빠르게 발표되었다. 과연 TRAPPIST-1에는 우리가 기대했던 외계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할까? 가장 최근 발표된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는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까? 

 

드디어 발표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TRAPPIST-1 관측 결과는 과연 외계생명체의 징후를 보여줄까?

 

제임스 웹은 외계행성의 대기권 성분을 파악한다. 외계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트랜짓(Transit) 순간을 활용한다. 이때 별빛의 일부는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 화학 성분들이 별빛의 일부를 흡수하고 그 흔적이 별빛 스펙트럼에 남는다. 외계행성 대기권을 거치지 않은 원래 별빛의 스펙트럼과 대기권을 거치면서 일부가 흡수된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외계행성의 대기권에 어떤 화학 성분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이미 제임스 웹은 외계행성 대기권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다양한 성분의 존재를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계생명체를 기대하는 TRAPPIST-1의 관측 결과는 어떨까? 이곳에서 외계생명체의 징후를 보여주는 성분을 발견했을까? 

 

원래의 별빛과 외계행성 대기권을 통과한 별빛의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대기 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NASA/JPL-Caltech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앞서 잠깐 TMI. 천문학자들이 외계행성에 이름을 붙이는 간단한 규칙이 있다. 중심 별을 알파벳 a로 두고 그 곁을 도는 외계행성을 가장 안쪽부터 순서대로 b, c, d… 이렇게 이름 짓는다. 만약 같은 규칙으로 우리 지구의 이름을 짓는다면 태양이 a가 되고 수성이 솔라-b, 금성이 솔라-c, 지구는 솔라-d가 된다. 같은 방식으로 TRAPPIST-1 주변 행성들은 가장 첫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 순서대로 TRAPPIST-1b, c, d, e, f, g, h라고 부른다. 이번에 첫 관측 데이터가 발표된 곳은 가장 안쪽의 행성 b, 가장 바깥의 g와 h다. 

 

우선 TRAPPIST-1b 대기권에서는 아무런 성분도 확인되지 않았다. 제임스 웹은 TRAPPIST-1b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트랜짓을 총 두 번 포착했는데 두 번의 관측에서 그 어떤 대기 성분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행성은 태양 주변 수성처럼 대기권이 존재하지 않는 그저 뜨겁게 달궈진 돌멩이 행성으로 추정된다. 

 

TRAPPIST-1 별 주변을 도는 행성들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사진=NASA/JPL-Caltech

 

가장 바깥의 TRAPPIST-1g와 h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어떤 대기 성분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 두 곳은 오랫동안 천왕성, 해왕성처럼 꽤 크기가 큰 가스 행성일 수 있다고 추정된 곳이다. 만약 그랬다면 당연히 행성 상층 대기까지 펑퍼짐하게 퍼진 대기권의 흔적이 보였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대기 성분도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가스 행성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할 수소 기체 성분이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제임스 웹의 TRAPPIST-1 주변 외계행성 관측은 이곳에 대기권을 가진 행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TRAPPIST-1 곁에서 외계생명체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의 바람은 그대로 끝나는 걸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TRAPPIST-1 주변 외계행성에서 수소 기체와 같은 가벼운 기체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번 첫 분석 결과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두 가지 결말을 가리킨다. 우선 절망편. 이 행성들이 그 어떤 대기권도 없고 생명체도 기대할 수 없는 슬픈 암석 행성이라는 것이다. 설령 과거에 대기권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화성처럼 대기권을 보호할 만큼 강한 자기장이 없어서 모두 날아간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안타깝지만 이 슬픈 추론도 가능성이 있다.

 

중심 별이 태양 질량의 8%밖에 안 되는 왜소한 별이긴 하지만 TRAPPIST-1 주변 행성들은 중심 별에 훨씬 가까이 붙어 있다. TRAPPIST-1 주변 일곱 행성들의 궤도가 모두 태양 곁을 도는 수성 궤도 안에 들어올 정도다. 중심 별에 가까운 만큼 별 표면에서 요동치는 물질 분출과 항성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아무리 왜소한 별이더라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라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TRAPPIST-1 주변 행성들은 오래전 이미 대기권이 다 날아간 상태라고 추정할 수 있다. 

 

TRAPPIST-1 주변 행성들의 궤도는 모두 태양 주변을 도는 수성 궤도보다 훨씬 작다. 사진=NASA/JPL-Caltech

 

반대로 희망편.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첫 관측은 외계행성의 상층 대기 존재만 확인하는 시험 관측이었다. 그런데 펑퍼짐하게 행성 외곽까지 넓게 퍼진 수소 대기권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이 행성들이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가스 행성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지구나 금성처럼 행성 표면에 아주 얇게 높은 밀도로 대기권이 깔려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제임스 웹의 이번 관측은 행성 표면에 아주 얇게 깔린 짙은 대기권을 겨냥하지 않았다. 행성 표면에서 좀 더 멀리까지 펑퍼짐하게 퍼진 가벼운 기체로 구성된 대기권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행성 표면에 아주 얇게 깔린 대기권을 보려면 정말 행성 표면 바로 바깥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얇은 대기권을 통과한 별빛을 관측해야 한다. 그만큼 까다롭다. 현재까지 제임스 웹으로 포착한 몇 번의 트랜짓 관측만으로는 충분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이 행성들에 지구처럼 아주 얇게 깔린 대기권이 존재하더라도 이번 첫 관측만으로는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번 제임스 웹의 실망스러운 첫 데이터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적어도 이곳이 생명체를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가스 덩어리 행성일 가능성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전 12월 29일, 제임스웹은 TRAPPIST-1 주변 두 번째 행성 TRAPPIST-1c의 트랜짓도 관측했다. 이번 관측 기간에 총 네 번의 트랜짓을 관측할 예정인데 그 중 첫 번째 트랜짓만 관측했고 그 간단한 결과를 짧게 발표했다. TRAPPIST-1c도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행성 표면에서 멀리까지 펑퍼짐하게 퍼진 대기권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기대되고 있는 TRAPPIST-1e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물론 이후의 추가 관측을 통해 이곳에도 대기권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 상상도는 사실과 전혀 다른 상상에 불과했다는 슬픈 결론으로 끝날 수 있다. 사진=NASA/JPL-Caltech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 행성 TRAPPIST-1e의 관측 결과가 남아 있다. 이곳은 TRAPPIST-1 주변 골디락스존 한가운데 들어오는 행성이다. 온도 조건과 액체 물의 존재 가능성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행성 크기도 지구와 거의 비슷하다. TRAPPIST-1e의 관측도 곧 진행된다. 과연 TRAPPIST-1e에서는 대기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뒤이어 TRAPPIST-1 행성들의 정밀 관측을 통해 산소와 오존 성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산소는 지구에서 생명 활동의 징후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 바이오마커(Biomarker)다. 보통 대기 중 산소는 반응성이 아주 좋기 때문에 주변 물이나 암석과 빠르게 반응하며 사라지기 쉽다. 그런데 높은 농도의 산소가 대기권에서 발견된다면 그것은 빠르게 반응하며 사라지는 대기 중 산소를 지속적으로 보충할 만큼 많은 산소를 만드는 또 다른 반응이 벌어진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산소 두 개가 붙어 있는 산소 분자뿐 아니라 산소 세 개가 붙어 있는 오존까지 발견된다면 그것은 정말 많은 양의 산소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산소의 농도가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된다. 만약 행성이 별에 너무 가까워서 온도가 높다면 그 행성의 대기 중 물분자가 강렬한 별빛을 받고 수소와 산소 원자로 쪼개질 수 있다. 대기 중 산소가 많아지면 대기 온도도 계속 빠르게 올라간다. 행성은 계속 뜨거워지고 그만큼 물분자가 더 많이 수소와 산소로 쪼개진다. 그 결과 행성의 대기권에 아주 높은 농도의 산소가 채워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외계행성의 대기권에서 너무 지나치게 높은 농도의 산소와 오존이 검출된다면 이것은 도리어 생명체가 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하게 뜨거운 온실 효과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별 주변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범위, 골디락스존이 있는 것처럼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산소의 농도 역시 너무 지나치게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범위만 필요한 셈이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이곳에서 외계행성 표면에 바짝 붙어 아주 얇게 깔린 대기권의 존재, 그리고 이곳에 산소와 같은 바이오마커가 정말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추가 관측을 연이어 진행할 예정이다. TRAPPIST-1 주변 외계행성의 운명은 두 갈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그 어떤 대기권도 존재하지 않고 생명체도 당연히 기대할 수 없는 절망의 길. 반대로 지구, 금성처럼 아주 얇게 깔린 짙은 대기권과 함께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희망의 길. 과연 뒤이어 진행될 정밀 관측은 절망편과 희망편 중 어느 쪽으로 우리를 인도할까? 

 

참고

https://www.stsci.edu/files/live/sites/www/files/home/events/event-assets/2022/_documents/2022-conference-first-science-results-from-jwst-abstract-compendium.pdf

https://www.stsci.edu/jwst/science-execution/program-information.html?id=2420

https://www.stsci.edu/files/live/sites/www/files/home/events/event-assets/2022/_documents/First-Science-Results-from-JWST-Poster-Presentations.pdf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4452-3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2023년 우주 탐사 계획 대공개!
· [사이언스] 제임스 웹이 담은 남반구 고리 성운의 '두 얼굴'
· [사이언스]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도', 최신판 공개
· [사이언스] 제임스 웹의 뒤를 이을 거대한 우주 망원경의 이름은?
· [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우주의 끝에서 별을 포착하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