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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최저가 쇼핑몰 사기, 임시중지명령 안 내리는 까닭

피해 소비자 수천 명 달해도 법망 피해 버젓이 영업…임시중단명령 내린 사례 '단 두 곳'

2022.12.30(Fri) 15:36:12

[비즈한국]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을 노린 최저가 쇼핑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올려두고 소비자가 결제하면 상품을 보내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는 식이다. 동일한 수법을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우려가 더욱 커진다.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브이는 배송·환급 지연으로 한국소비자원에 수백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업체 대표는 경찰에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사진=스타일브이 캡처

 

#돈 받고 물건 안 보내는 ‘최저가’ 쇼핑몰

 

대금을 받고 상품을 보내지 않는 데다 연락도 잘 받지 않고, 환급마저 하지 않는 악성 온라인 쇼핑몰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브이’에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업체는 라면 등 주요 생필품을 시중 가격보다 절반 이상 싸게 판매한다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막상 제품을 구매하면 배송을 지연시켜 문제가 됐다. 

 

쇼핑몰이 태연하게 영업하는 동안 신규 소비자가 유입하면서 수개월간 피해자가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보면 6월 29건에서 8월 73건으로 증가하더니 9월 207건, 10월 416건, 11월 105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배송·환급 지연이다. 피해자가 늘어나자 대전 서부경찰서는 지난 9월 스타일브이 대표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소비자 속을 태운 악질 온라인 쇼핑몰은 스타일브이 외에도 많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한 달 사이 10건 이상 집중적으로 상담이 접수되거나, 상담이 접수된 후 사업자의 연락과 처리가 원활하지 않은 온라인 쇼핑몰을 ‘피해 다발 업체’로 등록해 센터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2022년 피해 다발 업체는 15개(12월 30일 기준)로, 2021년 6개, 2020년 10개에 비해 훌쩍 증가했다.

 

피해 다발 업체 중 소비자원과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한 화장품 쇼핑몰 ‘뷰티히어로’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11월~12월 11일 325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 업체는 통신판매업 상 신고한 소재지에 사무실조차 없어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다. 의류 쇼핑몰 ‘오시싸’는 10월 한 달간 소비자원에 들어온 피해구제 신청만 104건에 달했다.

 

악성 쇼핑몰로부터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카페·채팅방 등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피해 소비자 중에는 문제가 된 업체 중 여러 곳에서 구매해 물건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소비자가 유사한 수법의 쇼핑몰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데에는 온라인 광고의 역할이 크다. 업체들이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에 ‘최저가’를 강조한 배너광고 등을 하면서 소비자를 유인했기 때문. 

 

특히 이 같은 온라인 쇼핑몰들은 조직적이고 주기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타일브이, 오시싸, 싹딜, 뷰티히어로 등 판매 수법과 피해 유형이 흡사한 업체들의 쇼핑몰에 접속해보면 각각 다른 사업체인데도 홈페이지 구성조차 비슷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이 중 스타일브이와 오시싸는 대표자와 사업장 소재지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최근 피해 다발 업체로 지정된 ‘맘앤마트(상호명 엄마가게)’의 소재지는 앞선 두 업체와 같은 대전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12월 동안 21건의 소비자 신고가 접수된 이 업체는 스타일브이 대표 관계자가 만든 업체로 알려졌다. 지난 2019~2020년에도 동일한 상호의 업체가 여러 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배송·환급 지연 문제를 일으켜 수천 명의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을 현행 규정으로는 운영을 막거나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속출하는 데도 악성 쇼핑몰이 버젓이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서다. 예를 들어 스타일브이의 경우 소수의 소비자에게 라면을 발송했고, 고객센터도 연결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기계적인 답변을 한 탓에 명백한 사기나 소비가 기만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한 달간 10건 이상 신고가 들어오는 온라인 쇼핑몰을 피해 다발 업체로 지정해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공개된 피해 다발 업체. 사진=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임시중단명령 조건 까다로워 ‘있으나 마나’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32조의 2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사업자·통신판매업자에게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 가게로 치면 영업 중지와 같은 높은 수준의 제재로, 악성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적용이 쉽지 않다. 

 

명령을 내릴 때 △기만적 방법을 사용한 소비자 유인행위가 명백 △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 발생 △회복이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긴급하게 예방 필요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스타일브이 사례처럼 모호한 경우 기만행위로 단정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단 임시중지명령이 내려질 경우 긴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빠르게 폐쇄 조치를 하지만, 조건의 문턱이 높아 쉽게 내리지는 않는다. 충분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강한 수준의 처분인 만큼 요건이 엄격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임시중지명령을 내린 경우는 단 두 번에 그친다. 첫 번째는 2017년 10월에, 두 번째는 지난 9월 명품 판매 쇼핑몰 ‘사크라스트라다’에 내려졌다. 사크라스트라다의 경우 사업장·임직원·상품 등이 전혀 없어 물건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배송이 가능하다’며 대금 결제를 유도한 점이 인정돼 쇼핑몰이 폐쇄됐다. 이 업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최소 7억 5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 피해구제 신고가 들어오면 카드 결제 취소, 경찰 신고 등 대응 방안을 안내하고 있지만 예방은 어렵다. 이 때문에 피해 다발 업체의 결제 대행사에 가맹점 해지를 검토하도록 요청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초동 대처에 나선 상황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카드 결제가 막히면 결제 과정이 번거로워 구매자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무통장 입금을 한 경우에는 업체에서 자발적으로 돌려주는 것 외에는 사실상 환급받을 방법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소비자원과 함께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 공정경제담당관 소비자보호팀 측은 “업체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조사를 한 뒤 문제가 있을 때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한다. 사이트 차단은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렵다”라며 “보이스피싱처럼 최대한 사례를 알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행법이 지나치게 엄격해 오히려 문제 업체를 규제하지 못하는 만큼, 차라리 진입 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통신판매업 신고를 쉽게 허용했는데, 이제는 시장이 커지고 사업자가 난립하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업체만 영업할 수 있도록 통신판매업 문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문제 업체의 운영 중단 조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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