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하며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13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1.8%로 하락하지만, G20 내 다른 나라들의 성장률 하락폭이 더 커서 오히려 순위는 7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5.6%)와 영국(-0.4%), 독일(-0.3%)은 내년에 역성장을 하고, 프랑스(0.6%)와 아르헨티나·미국(0.5%), 이탈리아(0.2%) 등은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내년에 세계 경제의 둔화 속에서 한국이 그나마 이처럼 다른 나라보다 선방을 하려면 상반기 경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에 성장률이 오르는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하반기 고성장)’ 흐름이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거의 매년 경제 전망에서 ‘상저하고’를 들고 나왔지만 실제로 ‘상저하고’를 통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뛴 해는 거의 없다. 특히 내년에는 정부나 한은, 경제 연구기관들이 우려하는 경기 하방 리스크가 워낙 많은 지뢰밭 정국이어서 ‘상저하고’ 전망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전망’에서 “세계 경제 위축으로 수출·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영향 등이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며 “성장률이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올해(2.5%)보다 둔화(1.6%)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반기에는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세가 예상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여건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내년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는 잠재성장률인 2% 이하, 하반기에는 2% 이상을 기록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한은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은 2.6%, 내년 성장률은 1.7%로 예상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에 대해 “국내 경제는 주요국 경기 동반 부진 등으로 잠재 수준을 하회하는 성장흐름이 이어지겠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1.3%로 잡은 반면 하반기에는 성장률은 2.1%로 상승하는 ‘상저하고’를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KDI는 “우리 경제는 2023년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투자 부진도 지속되면서 1.8%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경기 둔화 국면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KDI는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는 1.4%를 기록하겠지만 하반기에는 2.1%를 나타내며 개선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도 ‘상저하고’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심화와 국내 성장 모멘텀 부재로 경제성장률이 1.9%에 그치며 본격적인 불황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 상반기 이후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강달러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상반기 1.5%, 하반기 2.3%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3년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상반기까지 둔화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부터 개선되는 ‘상저하고’를 예상한다”며 상반기 2.0%, 하반기 2.4%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내년 경제가 1.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상반기 1.4%, 하반기 2.2%로 하반기에 개선될 것임을 예상했다.
이처럼 정부와 한은, 경제전문기관들이 줄줄이 ‘상저하고’ 성장을 내다봤지만, 예상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최근 5년(2018~2022년) 사이 ‘상저하고’의 성장세를 보인 해는 2019년이 유일하다. 이들 기관들이 올해도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서 ‘상저하고’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기준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에 실제 성장률은 상반기 3.0%, 하반기 2.3%(한은 전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에 경제전문기관들이 예상하는 하방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등 통화긴축, 중국 부동산 시장 악화 등 경기 위축, 지정학적 긴장 고조, 금융시장 경색 발생, 물가 불안 등이 내년 한국 경제 발목을 잡을 걸림돌로 꼽힌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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