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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차 줄고 요금 오르고' 사라지는 무궁화호…코레일 '쉬운 길' 뒤엔 철도 민영화?

작년 도입하려던 새 열차 제작 지연, 노후차 내구연한 넘겨 재사용…벽지 주민들 '고통'에 안전문제까지

2022.12.28(Wed) 15:05:41

[비즈한국] 무궁화호가 줄어들면서 벽지 주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무궁화호를 감축해 작년까지 약 36%를 줄였는데, 최근 들어 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축 이유는 수익성 악화인데, 주민들에겐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또 노후한 무궁화호 차량을 폐차​하고 2021년부터 동력분산식 새 열차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열차 제작이 지연되면서 안전 문제까지 떠올랐다(관련기사 [무궁화호가 사라졌다②] 코레일 '수익성' 이유 아니라더니 내부 문건선 인정).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궁화호는 약 36% 줄었다. 최근 무궁화호가 더 감축되거나 요금이 더 높은 ITX와 KTX로 교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새 열차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안전성 문제까지 더해졌다.​ 사진=전다현 기자

 

#요금 오르고 열차는 감축, 지방정부는 비상

 

경기도 양평에서 나고 자란 20대 A 씨는 최근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청량리로 가는 무궁화호가 급격히 줄어서다. A 씨는 “무궁화호가 줄었어도 1시간에 1대 정도는 있었는데, 이제는 대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남아 있던 차량도 거의 KTX로 교체됐다. 가격이 3배가 올랐다. 배차 간격도 더 길어져 오후 1시 기차를 놓치면 그다음 차가 3시 50분 출발이다. 객차도 6량에서 4량으로 줄어 좌석도 없다. 매번 입석표를 산 어르신들로 열차가 가득 찬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을 줄곧 양평에서 보낸 A 씨는 청년층이 서울과 도시로 이동하는 이유를 실감한다고 토로한다. A 씨는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이동이 너무 힘들어 서울로 거주지를 옮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양평에 거주하며 수도권 대학교를 통학하는 B 씨는 “양평 인구는 늘었는데, 서울로 오가는 기차는 줄었다. 출근 시간대에 무궁화호가 사라지고 ITX로 대체돼 표값이 올라갔다. 오후 5시 기차는 통로까지 입석으로 꽉 차서 서 있기도 힘들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모든 기차가 일주일 전부터 매진이다. 집에 갈 때마다 전쟁이다. 빨리 시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정부는 비상이다. 양평군청과 양평군의회 등은 한국철도공사 본사에 항의방문을 가는 등 일방적인 무궁화호 감축을 중단하라고 항의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열차가 더 축소되고 ITX와 KTX로 교체되는 형국이다. 지난 7월 한국철도공사는 서울~강릉 구간 KTX-이음 열차를 시범 운행하면서 주말 하루 네 차례 양평역에 정차했지만, 시행 두 달 만에 운행을 종료했다. 이용객 7.5%, 매출액 32.1%가 늘었음에도 계절적 수요 변화로 이용객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여현정 양평군의원(더불어민주당)은 “11월부터 출근시간대 무궁화호가 ITX로 교체됐다.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데, 요금은 이전보다 3배 정도 올랐다. 군정질의 때나 국토부에도 교통 소외지역을 강조하며 요금 현실화를 요청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ITX 교체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열차 감축 문제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옥천군 역시 무궁화호 감축으로 주민 불편이 계속되자, 군의회는 10월 ‘주민불편해소 건의문’을 채택해 한국철도공사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 송윤섭 옥천군의원(진보당)은 “열차 감축은 벽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방정부와 협의하는 구조가 아니다. 최근 한 대가 또 줄어든다는 결정사항을 통보받았다. 국토교통부에도 계속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반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민영화 시도에 새 열차 도입 늦어져…안전 문제도 우려 

 

노후한 무궁화호의 교체가 늦어지면서 안전성 역시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한국철도공사는 오래된 무궁화호 객차를 폐차하고, 시속 150km까지 낼 수 있는 새 열차 EMU-150을 도입할 방침이었다. EMU-150는 객차마다 동력원을 배치하는 동력분산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모가 적다. 철도공사는 2018년 EMU-150​의 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2028년까지 기존 무궁화호를 전량 교체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차질이 생겼다. 차량 제작 업체에서 제작이 지연된 것.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다원시스(철도 차량 제작 업체)에서 제작 중인 EMU-150은 2021년 12월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제작이 지연돼 도입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올해 초 연도별 차량 폐차계획을 수정해 ​EMU-150을 ​​2023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문제는 새 열차 도입이 늦어지는 동안에도 무궁화호는 계속 폐차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궁화호는 지난해에만 70대가 폐차됐으며, 2028년까지 총 614대가 폐차될 예정이다. 2028년이면 무궁화호는 단 71대만 남는다. 반면 EMU-150는 ​2023년부터 시작해 2028년까지 총 358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폐차되는 무궁화호보다 새 열차가 256대나 부족하다. 함께 폐차되는 새마을호 등 일반·관광 객차까지 더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새 열차과 기존 열차의 교체 시기와 수가 다르다 보니 기존에 무궁화호가 달리던 노선에는 열차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노선을 감축하거나 요금이 비싼 ITX나 KTX로 열차를 교체하는 일이 벌어진 것. 열차 부족으로 인해 노후한 무궁화호의 내구연한을 연장, 운행하려는 시도도 이뤄지면서 안전성마저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양평 지역 한국철도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C 씨는 “무궁화호 축소와 요금 인상은 단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나올 거다. 특히 새 열차 도입이 늦어지면서 벽지 노선 감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열차 제작 업체도 차량 생산 경험이 없는 곳이다. 제작이 늦어져 언제 도입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앞으로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다. 폐차해야 하는 무궁화호를 내구연한 20년을 넘겨 25년, 30년까지 재연장해서 쓰다 보니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영화 논의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12월 조응천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시설유지보수 시행 업무를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내용이 사라진다. 한국철도공사의 시설유지보수 독점이 해체돼,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철도 민영화와 함께 적자가 나는 무궁화호 노선은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노조는 “무궁화호 감축과 함께 객차나 카페 시설을 없애면서 좁은 통로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도 많다. 게다가 내구연한이 다 된 차량의 교체가 지연되면서 안전 문제도 생겼다. 현재 무궁화호는 폐차가 예정돼 수리가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이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곳도 많다. 교체 과정에서 노선이 축소되고 열차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 이런 부분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열차는 공공성과 함께 가야 한다. 경제적 약자, 서민들의 부담을 생각해서 운영해야 하는데, 운임에 비해 원가가 높아 지난 수십 년간 적자가 심각해지자 해결책으로 무궁화호를 줄이고 있다. 인력 감축을 하거나 내부 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고민하지 않고 쉽게 적자를 해소하려 하니 벽지 무궁화호가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는 “EMU-150 도입은 일정에 따라 수량이 변동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2022~2028년 객차(새마을, 무궁화, 기타) 폐차는 680량 예정이며, EMU-150은 2023~2025년 358량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족한 열차만큼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변경될 건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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