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월 26일 북한은 오전 10시 무렵부터 5기 내외의 드론(무인 비행기)을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최소 5시간 이상 침범하는 도발을 저질렀다. 북한 드론 대응을 위해 출격한 KA-1 경공격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고, 무인기 대응 작전을 위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한 시간 정도 지연되었다. 이런 피해 규모는 2018년 일명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한 도발 중 가장 큰 규모의 도발이다.
이전 두 번의 도발과 이번 사건이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사전에 북한 무인기 출격과 군사분계선 침범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이전의 두 무인기 도발은 추락한 북한 무인기를 발견한 것으로 북한 무인기가 임무를 수행하고 마칠 때까지 전혀 그것을 탐지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조기경보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두 번째 다른 점.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침범을 알고 대응했으나 결국 격추에 실패한 부분이다. 원주기지에서 긴급 출격한 KA-1 경공격기가 추락한 이후에도 각종 전투기와 경공격기, 그리고 공격헬기가 요격에 나섰고, 심지어 민간인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저공 비행하는 북한 드론과 아군 항공기가 포착되는 일도 있었다. 항공사령부 혹은 서북 도서 방어사령부에서 운용하는 AH-1S 코브라가 20mm 기관총으로 100여 발의 기관포 사격도 했으나 결국 요격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격추하지 못했을까? 사실 우리 군은 2014년 이후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많은 대비를 했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작전을 펼쳤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 추락 발견 이후 드론탐지 능력에 큰 투자를 진행했다. 국지방공 레이더 등 많은 대공 방어 레이더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적외선/전자광학(EO/IR) 방식 드론 감지 장비, 이스라엘제 드론탐지 전용 레이더 등 수 많은 센서를 개발 및 배치했고, 드론 요격 능력도 많은 준비와 연습을 했다. 과거에는 소형 드론 대응을 위해서 헬기에 산탄총을 들고 탄 특수부대원이 직접 드론을 격추하는 초보적 방식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복합비호 대공포 등 대공 요격 무기가 드론을 요격할 수 있도록 개량했을 뿐만 아니라, EMP(전자기펄스) 혹은 레이저 빔으로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드론 요격 무기를 개발 중이기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주요 군 기지 및 국가 중요시설을 드론 공격으로 방어하는 설비가 완벽하진 않아도 꾸준히 투자되는 중이다.
문제는 이번 북한의 드론이 군 시설 및 국가중요시설을 완전히 피해서 침범하고 비행했다는 것이다. 북한 드론은 이번에 지상에 있는 민간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몇몇 장면을 찍을 수 있었는데, 이 말은 북한 드론의 비행 궤도가 군사시설이나 중요시설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군사적으로 의미가 없는 민간 지역을 정찰하거나 목적 없는 비행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군 당국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번에 북한 드론들의 비행궤적이 유턴, 좌우 비행 등 특정한 표적을 향하고 있지 않아서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발표했다.
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까? 현재 우리 군이 연구 중이거나 도입 중인 드론 방어시스템의 목적은 북한이 드론을 사용해서 중요시설을 정찰하거나 핵심지역을 직접 타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도발은 과거 후티 반군이 사우디 정유시설을 공격하거나,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격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곳으로 비행하는 이번 도발 같은 경우 탐지, 추적, 요격이 모두 어렵다.
심지어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최신식 드론 요격체계인 드론 요격 레이저 무기가 배치되어도, 지상에 컨테이너로 설치되는 레이저 무기 주변으로 드론이 오지 않는다면 전혀 요격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는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만든 드론 방어 무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군이 이런 무인기 도발에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군은 과거부터 북한의 AN-2 항공기에 대한 대응을 중요시했는데, AN-2는 구식 목재 프로펠러 비행기지만 워낙 저속-저고도 비행이라 제트기로는 대응이 어려웠고, 그래서 느리게 날 수 있는 KA-1 경공격기와 AH-1S공격헬기가가 AN-2 요격 임무를 맡고 있었다. 북한 드론도 AN-2처럼 느린 속도로 낮은 고도를 날기 때문에 KA-1과 AH-1S가 드론 요격 임무를 자연스레 같이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AN-2와 드론의 결정적 차이는 탐지 난이도이다. 드론은 AN-2보다 훨씬 작아서 눈으로 보기에도 어렵고, 레이더 반사 면적(RCS)도 0.03제곱미터 수준으로 탐지가 무척 어렵다. KA-1이 경공격기이고 야간 비행이 가능하지만, 표적 추적 장비(TADS)가 없고, AH-1S 코브라 공격헬기는 도태 예정인 구형 헬기라 TADS의 성능이 무척 낮은 편이라 적을 포착하고 공격하는 게 쉽지 않다.
포착해도 문제다.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에서 AH-1S는 100발의 20mm 탄을 발사했는데, 100발이 그렇게 많은 발사탄 수가 아니다. 포착하고 추적해도 민가 근처로 낮게 비행하는 드론을 기관포로 공격하면 민간인 피해가 매우 우려된다. 1976년 10월 서울 상공에 미확인 비행체가 발견되어 수방사 방공단의 20mm 발칸포가 집중사격을 했을 때, 지상에 탄이 떨어지는 도비탄 사고로 1명이 죽고 3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었으며, 2001년에도 수방사 발칸포대 오발 사고로 신당동에 있는 자동차 여러 대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드론 요격이 엄청나게 힘든 이유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사건과 같은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드론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저속 비행이 가능하고, 이를 정확히 포착할 탐지 장비가 있으며, 드론을 요격하거나 되도록 지상 피해를 줄이는 공격수단이 적합하다. 다행히 지난 12월 22일 최초 양산계약이 체결된 소형 무장헬기(LAH)가 이 조건에 상당히 부합한다.
소형 무장헬기는 AH-1S와 유사한 20mm 기관포를 주 무장으로 하고, AH-64E 아파치 가디언보다 무장 탑재량이 적지만 한국 육군에 대량 배치할 예정으로 숫자가 많고 대규모 운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최신형 사격통제장비(FCS)와 표적획득 장비(TADS)를 갖추고 있어 기존 코브라 헬기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드론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어, 같은 20mm 기관포를 사용해도 그 명중률이 높아 드론 대응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LAH도 북한 드론 대응을 위해 몇 가지 개량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지상의 방공체계와 유기적으로 작전할 수 있도록 데이터링크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방공 C2A 네트워크에 LAH도 연동하도록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KAI와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국내 업체들이 공동개발을 추진 중인 소형 다목적 모듈형 드론도 드론 대응 작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단 소형 다목적 드론에 공중 탐지 장비를 장착, LAH에서 발사해서 LAH와 함께 북한의 소형 드론을 수색하다가, 발견한 북한 드론과 소형 다목적 드론을 충돌, 혹은 지향성 GPS 재머를 이용한 교란을 통해 북한 드론을 총알을 쓰지 않고 추락시키는 전술을 생각해 볼 만하다.
드론을 드론으로 부딪혀 추락시키는 전술은 이미 몇몇 국가에서 시험 중으로, 한국 역시 몇몇 기업에서 드론 충돌형 드론을 제안한 바 있다. LAH에서 발사되는 다목적 공중발사(ALE) 드론이 이런 안티드론 능력을 갖춘다면, 드론 추적 능력과 도비탄 피해를 줄이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항상 한국의 대응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하는데, 그 목적이 군사적 효율성과 전혀 상관없는 경우일 때도 많다. 우리 군이 북한의 이런 도발을 이겨내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욱 창의적인 해법을 궁리하는 것뿐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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