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반려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잇따르고 있다. GS리테일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발 빠르게 펫사업에 나선 상태.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의 사업 전망 역시 먹구름 가득하다.
#미래 먹거리 ‘펫산업’ 지지부진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448만 명으로 집계됐다. 15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한다. 펫산업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펫산업 규모는 2017년 2조 3000억 원에서 2021년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반려인이 늘어나며 펫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혀왔지만, 대기업의 진출은 주춤한 분위기였다. 해외와 비교해 국내 펫산업의 출발이 10여 년 정도 늦다 보니 해외제품 및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이 조심스레 펫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적자에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펫사업에 적극 뛰어든 GS리테일의 행보는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펫산업을 GS리테일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업계 1위 자리를 노렸다. 2018년 반려동물용품 전문업체 어바웃펫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사료, 스마트기기, 장례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펫사업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공격적 투자에 비해 지금까지의 성과는 미미하다. 어바웃펫은 GS리테일이 인수한 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적자 폭도 2020년 3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14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의 적자가 20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손실이 더욱 커져 GS리테일이 어바웃펫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어바웃펫에 운영자금 목적으로 100억 원의 자금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대출 실행일은 2023년 1월 7일이며 만기는 최초 대여시행일로부터 6개월 후다.
GS리테일은 신사업인 펫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내년 펫사업 관련 투자 계획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불경기에 규제 강화까지…내년 전망 먹구름
GS리테일의 펫사업은 내년 전망도 좋은 편이 아니다. 올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했는데, 내년에도 극심한 경기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으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반려동물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게 되고, 이는 산업 성장의 정체로 이어진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경제적 부담에 반려동물의 양육을 포기하는 가정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는 “올해 현장에서 느낀 반려동물 유기 건수는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유기견을 입양하는 가정은 줄어든 상황”이라며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반려견을 버리는 사례가 늘어난다. 다른 동물보호단체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펫산업 종사자들의 한숨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불경기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산업의 침체 분위기가 이어졌는데,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협회 회원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펫 관련 사업자의 30%가량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펫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기동물 방지 등을 위해 동물등록의무화, 동물판매업허가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규제가 더 늘어난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동물복지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을 개편하고, 입양 전 교육 의무화, 반려동물 위탁관리·미용·운송업의 허가제 전환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반려동물 시장에 다양한 서비스가 새롭게 출시되고, 반려동물 학과가 생기는 등 펫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외 선진국에나 해당하는 얘기”라며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는 아직 반려인구가 많지 않다.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려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규제 강화 등으로 오히려 지난해 반려인구는 전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펫산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내년에는 불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가 규제까지 심해져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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