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놀라운 발견이 잇따르며 바쁜 한 해였다. 새로운 유인 달 탐사 미션 아르테미스의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방어하는 역사적인 테스트도 있었다. 내년에는 우주에서 또 어떤 역사적인 일들이 벌어질까? 2023년 우주에서 벌어질 새로운 탐사 미션 일정을 소개한다.
2023년에 이어질 우주 탐사 계획을 공개한다!
#4월 목성 얼음 위성 탐사 미션 주스
인류는 보이저, 갈릴레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주노 탐사선을 통해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행성 목성을 탐사해왔다. 2023년에는 목성이 아닌 그 곁을 돌고 있는 위성을 향한 새로운 탐사를 진행한다. 바로 이곳에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천문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 지하에 있는 바다의 존재를 확인했다. 얼음 표면의 갈라진 틈 사이로 지하의 바닷물이 뿜어 나오는 우주 온천의 존재를 포착한 것. 이곳은 지구보다 훨씬 크기가 작은 위성이지만 그 지하에 매장된 바닷물의 부피는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바닷물보다 훨씬 크다.
물론 유로파의 바다는 두꺼운 얼음 표면으로 덮인 채 태양 빛도 들지 않는 어둠의 바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도 태양 빛이 들지 않는 깊은 심해 생태계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깊은 바다 아래 마그마의 열기로 달궈진 심해열수구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추정한다. 얼음 위성에도 이런 심해열수구가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토성의 엔셀라두스를 지나가며 표면 바깥으로 뿜어 나오는 물줄기를 분석한 카시니 탐사선은 그 속에서 심해열수구의 존재를 암시하는 수소 분자의 존재를 검출했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들은 첫 외계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 주인공은 화성이 아닌 목성과 토성의 얼음 위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간 목성의 위성은 주목적지 목성을 간 김에 잠깐씩 곁을 지나가며 탐사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주목적지가 목성이 아닌 목성의 위성만을 향한 새로운 탐사가 시작된다. 내년 발사될 목성의 얼음 위성 탐사선 주스(JUICE, Jupiter Icy Moons Explorer)가 그 역사의 첫 단추를 꿴다.
주스는 2023년 4월 지구를 떠나 8년 뒤 2031년 목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리고 약 2년 반 동안 목성 주변을 맴돌게 된다. 목성 주변 위성에 200~1000km 이내까지 접근하게 된다. 주스는 가장 먼저 두 번에 걸쳐 유로파 플라이바이를 진행한다. 또 다른 두 위성 가니메데와 칼리스토는 각각 12번씩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탐사 마지막 기간에는 목성이 아닌 가니메데 중력에 붙잡혀 약 9개월간 가니메데 주변 궤도를 돌게 된다. 행성이 아닌 그 위성 곁에 머무르며 궤도를 도는 역사상 최초의 시도다.
주스에는 목성 주변 위성들의 내부와 자기장을 탐사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가 잔뜩 실린다. 그래서 탐사선의 전체 질량이 약 4.8t이나 된다. 또 목성 주변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성들까지 차례대로 방문하는 복잡한 궤적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약 3t이나 되는 연료도 함께 싣고 떠난다. 이렇게 무거운 탐사선을 목성처럼 먼 곳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아주 강하고 정밀한 발사체 기술이 필요하다.
주스의 자외선 카메라는 유로파 표면 바깥으로 뿜어 나오는 물분자의 흔적을 포착한다. 그리고 주스에 탑재된 자기장 센서는 가니메데를 통과하는 목성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한다. 가니메데 내부에 유로파만큼 거대한 물이 채워져 있다면 가니메데를 통과한 자기장의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앞선 갈릴레오 탐사선의 자기장 탐사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가니메데 지하 150km에 약 100km 두께의 바다가 존재할 것이라 추정한다. 주스의 세밀한 분석을 통해 유로파처럼 가니메데에도 지하 바다가 존재하는지 최종 검증할 예정이다.
주스는 그 뒤에 이어질 또 다른 유로파 탐사를 위한 사전 답사의 역할도 한다. 천문학자들은 2024년 유로파 내부의 바다를 탐사하는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보낼 예정이다. 내년에 발사될 주스와 유로파 클리퍼 모두 아쉽게도 직접 유로파 표면에 착륙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레이더 탐사를 통해 유로파의 얼음 표면을 뚫고 그 내부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주스는 유로파 표면 10km를 꿰뚫고 내부 지도를 그리게 된다. 물론 유로파의 바다는 이보다 더 깊이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로파 내부 바다 바로 위까지 얼음의 분포와 지도를 파악하면서 더 먼 미래 이어질 유로파 착륙 미션을 위한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는 중요한 사전 작업이 될 수 있다.
NASA는 2025년 이후 유로파 표면에 직접 착륙해 그 내부의 바다를 직접 뚫고 들어가는 최초의 외계 해저 탐사 미션, 가칭 유로파 랜더(Europa Lander)를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도 이제 달과 화성을 넘어 목성 주변 가니메데에 직접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다음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목성의 위성 탐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외계행성뿐 아니라 그 곁을 도는 외계위성 후보까지 발견되고 있어서다. 만약 정말 가스 행성 곁을 도는 얼음 위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면 그간 생명체를 기대할 수 없을 거라 무시했던 가스형 외계행성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 가스형 행성 자체는 생명이 살지 못하더라도 그 곁의 얼음 위성에는 생명체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목성의 유로파, 토성의 엔셀라두스, 타이탄의 바다를 직접 방문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인류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처럼 지구의 바다가 아닌 외계의 바닷속을 누비는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9월 암흑에너지 탐사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
우주는 과연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을까? 우주의 미래와 탄생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이다. 특히 측정 방식에 따라 우주의 팽창율이 조금씩 다르게 측정되는 허블 텐션(Hubble Tension)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현대 우주론의 가장 난감한 문제 중 하나다.
이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 ESA(유럽우주국)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2023년 9월 새로운 우주망원경 유클리드(Euclid)를 발사할 예정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우주 시공간의 기하학을 결정한다. 그래서 이 새로운 우주망원경에는 기하학을 연구했던 고대 수학자 유클리드의 이름이 붙었다.
원래는 올해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발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 대신 내년 9월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을 타고 우주로 올라갈 예정이다.
유클리드는 지름 1.2m의 거울로 구성된 우주망원경으로, 가시광선과 적외선 영역에서 먼 은하들을 관측한다. 유클리드도 제임스 웹이 머물고 있는 라그랑주 2 포인트로 날아간다. 이곳에서 최소 6년 동안 궤도를 돌며 총 1만 5000도² 면적의 아주 넓은 우주를 훑어본다. 특히 우리 은하 원반과 태양계 원반을 벗어난 각도를 바라보면서 가장 어둡고 먼 배경 우주의 지도를 그린다. 약 100억 광년 거리까지 우주 전역의 은하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우주의 가장 정밀한 3D 입체 지도를 완성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천문학자들은 약 40도² 면적의 비교적 좁은 영역을 집중적으로 바라보는 유클리드 딥필드 관측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놓인 은하들로 인해 먼 배경 우주의 빛이 일그러지고 증폭되는 미소 중력 렌즈 현상을 활용한다. 유클리드의 가시광·적외선 카메라는 중력 렌즈로 왜곡된 배경 은하들을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훨씬 먼 우주 끝자락의 우주 일부의 입체 지도도 함께 완성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유클리드의 모든 관측이 진행된다면 100억 개가 넘는 은하의 정확한 위치 정보가 담긴 역대 가장 거대한 3D 우주 지도가 완성된다. 그 데이터만 수십 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1125조 바이트)에 달한다.
유클리드 미션이 특히 기대되는 건 뒤이어 함께 진행될 다른 망원경들과의 협업 때문이다. 2024년에는 최근 칠레에 완공된 베라 루빈 망원경이 하늘 전역의 지도를 그리는 새로운 서베이 관측 LSST를 시작한다. 2025년에는 허블과 제임스 웹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우주 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이 올라간다. 특히 로먼 망원경은 허블보다 훨씬 큰 시야각으로 한꺼번에 넓은 우주의 지도를 빠르게 훑어보는 관측을 진행한다. 허블이 200번 넘게 찍어야 채울 수 있는 영역을 로먼은 딱 한 번 관측으로 모두 담아낸다.
내년부터 차례대로 관측을 시작하게 될 유클리드, 베라 루빈, 낸시 그레이스 로먼. 지상과 우주에서 우주 전역의 새로운 지도를 완성할 이 망원경들의 협력이 기대된다. 이를 통해 우주에 얼마나 많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존재하는지, 우주의 팽창은 정말 가속되고 있는지, 우주의 팽창률은 정확히 얼마인지 등 현대 우주론의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9월·10월 소행성 베누 샘플 지구 도착, 소행성 채굴을 준비하는 프시케 미션
2023년에는 소행성 탐사도 활발히 진행된다. 우선 2016년에 지구를 떠난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의 샘플이 2023년 9월 24일 지구로 돌아온다.
오시리스-렉스는 2018년 소행성 베누 곁에 도착했다. 2020년 10월 20일 탐사선은 긴 주둥이를 내밀고 소행성 표면에 살짝 부딪치는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이때 튀어 오른 소행성의 파편이 탐사선의 샘플 캡슐에 채집됐다. 2021년 5월 10일 탐사선은 샘플 캡슐을 실은 채 베누 곁을 출발했고, 예정된 궤도를 따라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이후 지구 근처에서 탐사선은 샘플 캡슐을 분리해 지구로 던지게 된다. 남은 여정도 무사히 잘 버텨준다면 2023년 9월 23일 소행성 베누의 파편을 담은 캡슐이 지구 대기권을 뚫고 별똥별처럼 미국 유타 사막에 떨어질 예정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소행성 파편을 분석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물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오랫동안 고대 지구에 물을 제공해준 장본인으로 태양계 끝자락 혜성이 지목되었다. 하지만 로제타 미션을 통해 혜성을 탐사한 결과, 혜성에 얼어 있는 물은 지구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혜성이 아닌 소행성에서 지구 물의 기원을 새롭게 찾고 있다. 이미 앞서 또 다른 소행성 류구의 샘플을 싣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온 일본의 하야부사2(Hayabusa2) 미션도 지구 바다의 소행성 기원 가설을 지지한다.
하야부사2는 2014년에 지구를 떠나 2018년에 소행성에 도착했다. 마찬가지로 소행성과 터치다운한 순간 모은 샘플을 실은 캡슐이 2020년 12월 5일 지구로 돌아왔다. 이 샘플을 분석한 결과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이 소행성에 분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행성 베누로 날아간 오시리스-렉스의 샘플은 과연 이 가설에 더 힘을 실을 수 있을까. 부디 남은 여정도 무사히 잘 버텨주길 바란다.
2023년 10월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 궤도를 도는 소행성 프시케(Psyche)를 탐사하는 새로운 탐사선 프시케도 발사될 예정이다. 이 소행성이 특별한 이유는 소행성 전체가 니켈과 철 덩어리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오래전 태양계가 갓 만들어졌을 때 소행성들이 반죽되면서 지구와 화성 같은 큰 행성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덩치가 계속 커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특정한 각도로 빠르게 충돌하면 오히려 덩어리가 합쳐지지 않고 표면이 날아가고 쪼개질 수 있다. 프시케는 오래전 이런 특정한 충돌로 인해 외곽의 암석층이 날아가고 내부의 니켈과 철 핵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행성을 만드는 데 쓰이지 못하고 그대로 살아남은 행성의 핵이 노출된 채 굳은 상태라 볼 수 있다.
프시케는 말 그대로 지구와 화성 같은 암석 행성의 핵과 같은 상태다. 지구에선 표면의 두꺼운 지각을 파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지구의 핵을 직접 탐사할 수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프시케로 날아가서 행성 탄생의 재료를 직접 탐사할 예정이다. 프시케는 2023년 10월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을 타고 발사된 후 2029년 소행성 프시케에 도착한다. 총 21개월 간 프시케 주변 궤도를 돌면서 성분과 기원을 분석하게 된다.
소행성 프시케는 먼 과거 내부의 철이 직접 분출되는 철 화산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시케 탐사선은 탑재한 감마선 및 중성자 분광기(gamma-ray and neutron spectrometer, GRNS)를 통해 소행성 표면의 철과 니켈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거의 철 화산 활동의 흔적도 확인할 예정이다.
프시케 탐사는 가까운 미래에 시작될 우주 자원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곳은 지름 200km 크기의 거대한 니켈-철 덩어리다. 그 자체가 금속 자원인 셈이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프시케를 자원으로 쓸 수 있다면 그 가치가 무려 100경 달러, 우리 돈 13해 원에 달할 것이라 추정한다.
물론 이 수치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구에서 고갈되어가는 금속 자원의 대체재로서 소행성의 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지구의 건물과 전자기기, 반도체가 소행성에서 채굴한 금속으로 만들어지는 날도 곧 올지 모른다.
다만 프시케 탐사선은 발사 일정이 조금 불확실하다. 원래 더 일찍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2023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천문학자들은 최대한 프시케 발사를 서두르고 있다. 프시케가 빨리 올라가야 새로운 금성 탐사선 베리타스(VERITAS)를 비롯한 또 다른 태양계 탐사선들이 순서대로 발사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프시케 일정이 연기되면서 베리타스의 발사 일정도 한 차례 연기된 상태다. 부디 내년에는 예정대로 발사가 진행되면서 남아있는 다음 탐사선들도 순항할 수 있길 기대한다.
올해 제임스 웹 덕분에 행복했던 만큼 내년에도 새롭게 이어질 다양한 우주망원경과 탐사선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비즈한국 칼럼을 통해 이들의 발견과 소식을 2023년에도 열심히 소개하겠다.
참고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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