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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믿고 계약했는데…" 무면허업체 부실시공 피해는 소비자 몫

오늘의집 "합의 유도"…전자거래법상 '중개인' 명시해 법적 책임 없어

2022.12.23(Fri) 14:38:38

[비즈한국] 중개 플랫폼을 통해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에 시공을 맡겼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늘고 있다. 플랫폼 이름과 화려한 리뷰를 믿고 무면허 업체와 계약했다가 부실시공 피해를 입는 것이다. 더욱이 무면허라는 이유로 소비자는 중개 플랫폼과 유관 기관 등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을 통해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에게 1500만 원 이상의 시공을 맡겼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가 늘고 있다. 무면허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겼다가 마감이 덜 된 모습. 사진=독자 제공

 

#플랫폼 믿고 계약했는데…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 아무개 씨는 지난해 4월 인테리어 O2O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실내 리모델링을 맡길 업체를 찾았다. 아파트가 낡아 바닥 누수가 발생했기 때문. 김 씨는 약 10개 업체의 견적서를 받아 그 중 한 곳을 골랐다. 

 

김 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개인적으로 알아보는 건 쉽지 않았다. 오늘의집이 유명한 데다, 업체들이 올린 시공 사진이 화려해 믿음이 갔다”라며 “견적서를 꼼꼼히 봤지만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몰라 성실하다고 느껴지는 업체로 골랐다. 해당 업체에 긍정적인 리뷰도 있었고, 계약 전까지 소통도 잘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이후 인테리어 업체의 태도가 바뀌었다. 공사는 지연됐고,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우여곡절 공사가 끝나고 입주한 김 씨 가족은 깜짝 놀랐다. 거실 새시, 주방 선반, 욕실 타일 등 하자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갈등 끝에 김 씨는 올해 4월 업체와 최종 합의를 시도했지만 부실 공사로 끝났고,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알고보니 김 씨가 계약한 업체는 무면허 업체였다. 김 씨가 업체와 계약한 시공비용은 3000만 원(총납입액 2850만 원). 건설산업기본법(건설법)상 실내 건축공사업종 면허가 없는 업체는 1500만 원 이상의 실내 건축공사를 할 수 없다. 무면허로 시공한 업체는 건설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플랫폼이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의 난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관련 기사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 중개, '오늘의집·집닥'은 책임없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건설자재 업체와 O2O 플랫폼의 기능은 중개에 국한되며, 계약 주체가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로 계약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라며 “제도권 건설업자는 하자 발생 시 보증기관 등으로부터 피해구제가 가능하지만, 무면허 인테리어 업자는 보증서 발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분쟁 발생 시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산업 발전의 저해요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늘의집, 숨고, 집닥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했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가 늘면서 피해자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피해자들은 이곳에서 사례를 공유하고 대책을 찾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에 1500만 원 이상의 시공을 맡겼다가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가 보상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건설법 위반 신고만 가능하다. 협회 공정거래팀 관계자는 “무면허 업체는 법 테두리 밖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 받는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라며 “건축업 면허는 지자체 담당 과에서 관리한다. 면허 없이 시공했다는 내용으로 신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호 못 받는 소비자 “플랫폼 책임은 없나”

 

앞서 김 씨도 오늘의집과 더불어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여러 기관에 문의했지만 허사였다. 오늘의집에선 담당자가 집을 방문해 분쟁 조정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김 씨가 “면허가 있는 업체를 섭외해 처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오늘의집 측은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김 씨의 문의에 “실태를 인지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 시 참고하겠다”면서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소비자원에선 2023년 4월경 분쟁조정에 들어가지만 김 씨는 이미 포기한 상태다.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조정 결과가 나와도 권고에 그치기 때문. 

 

인테리어 O2O 플랫폼 오늘의집은 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에게 별도의 배지를 붙인다. 배지를 누르면 법적 보호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사진=오늘의집 캡처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에 피해를 본 소비자 사이에서 중개 플랫폼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소비자가 업체를 검증하기 전에 플랫폼 이름을 믿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씨는 “견적을 낼 때만 해도 오늘의집을 완전히 신뢰했다”라며 “플랫폼이 비용을 받고 업체를 입점시키는데,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지적이 늘자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도 건설업 면허를 강조하는 추세다. 오늘의집은 면허 업체에 ‘전문건설업’ 배지를 붙였고, 집닥은 건축면허나 보증보험을 가진 업체는 필터로 분류한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뚝딱은 100% 건축 면허를 보유한 업체만 파트너사로 선정한다. 반면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숨고 등은 업체가 제공하는 설명을 그대로 게재해 자격 보유 여부를 알 수 없다.

 

플랫폼이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의 분쟁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오늘의집은 분쟁 발생 시 양측의 합의를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인테리어 업체가 대응하지 않으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에서 퇴출시킨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인테리어 시공 분쟁이 발생하면 중재 역할을 한다”라며 “김 씨 사례는 업체에 이행확약서까지 작성하게 했지만 고객이 원하지 않아 합의하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면허 인테리어 시공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민사 소송을 할 경우 플랫폼은 법적 책임에서 비켜나갈 수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상 중개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온라인 플랫폼이 중개업자라고 명시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두고 현장과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해 3월 공정위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냈지만 여태 통과하지 못했다”라며 “개정안도 플랫폼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책임을 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통과하더라도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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