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노원소각장(자원회수시설)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솜방망이 처벌’로 종결돼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소각장에서 한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괴롭힘을 일삼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지만, 사측에서는 1개월 감봉 후 분리조치 없이 업무에 복귀시켰다.
#가해자는 감봉 1개월뿐, 분리조치도 제대로 안 돼
2021년 4월, 노원소각장의 한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보복성으로 업무를 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진술서 등에 따르면 이 관리자는 술자리에서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또 노동조합을 가입한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어용 노조를 결성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 피해 직원은 근무 중 컨베이어 밸브에 손이 빨려 들어가 검지손가락 마디가 잘리는 사고를 겪었는데, 이에 대해 해당 관리자가 “그 ××, 회사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손가락 집어 넣은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신고 진술서에 “○○ 부장이 ‘나는 건달 출신이고 차 뒤 트렁크에 ×××가 있어 언제든지 찌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녀 직원들이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피해 직원과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을 넣었고, 고용노동부는 접수 약 5개월 만인 2021년 9월 사건을 종결처리 했다. 사업장에서 이를 인정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완료했다는 이유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피해자는 오히려 2차 가해를 당하고 현재 공황장애 등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측은 가해자에게 단 1개월의 감봉조치만 내렸을 뿐, 업무배제나 부서이동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해자는 사무실만 다른 곳으로 옮긴 채 이전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상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1년 6월 징계가 결정되자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노원지부(노조)는 “수년 동안 피해자는 무시, 멸시, 소외, 따돌림과 회식자리에서 상추로 뺨을 맞는 폭행을 겪었다. 그런 가해자를 고작 ‘감봉 1개월’에 처분하는 것은 노원자원회수시설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는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사측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가해자는 운전팀과 정비팀 통합 부장을 맡고 있다. 사무실 위치만 다를 뿐, 피해자와 마주쳐야 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노조에서 몇 차례에 걸쳐 분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면담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사측도 직장 내 괴롭힘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계약 해지할 사안 아냐”…피해자는 불안, 공황장애 걸려 산재 판정
노원소각장은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인 A 사가 운영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불거지자 2021년 5월 서울시는 용혜인 의원실(기본소득당)에 “노동청 조사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며 향후 수탁사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협약해지 등의 강력한 조치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까지 A 사에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민간위탁 계약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A 사가) 해당 사건에 대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고 징계를 하는 등 조치했음을 확인해 행정 종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따라서 협약을 해지할 사안은 아니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수한 시설의 업무를 맡고 비슷한 기술직군이기 때문에 사무실을 분리하더라도 사업장 내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의 솜방망이 징계와 서울시의 미온적 태도로 2차 가해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에도 괴롭힘과 부당 노동 지시가 계속됐고, 결국 피해자는 공황장애까지 얻었다는 것.
올해 5월 피해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상태다. 공단은 요양 결정을 통지했다. 재해발생경위서에서 피해 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공식적으로 접수됐지만 보호조치가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 또 다른 관리자는 관련 면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잘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발언했다. 지속된 2차 가해 때문에 분리조치를 다시 요구했지만, 운영소장은 ‘양쪽 모두 주장하는 바가 다르니 조사를 해야 한다’며 분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 직원은 8개월간 괴롭힘이 지속됐고, 조사가 길어지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다고 호소했다. 사측의 미온적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켰으며, 사측이 피해자 보호와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성우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노원지부장은 “사측에 계속해서 분리조치와 명확한 해결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사측의 이런 태도가 2차 가해를 낳았고,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지금이라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 방조하는 A 사는 서울시 소각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직장 내 괴롭힘은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다. 노원자원회수시설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가해자 처벌뿐만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도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특히 노원자원회수시설처럼 서울시 위탁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발생했는데도 사측의 대응이 부족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향후 위탁 선정에도 불이익을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동반되어야 제대로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한국은 이와 관련해 A 사에 질의했으나 담당자 출장을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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