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금리 재산정 결과 통보를 받고 놀랐다. 고정금리인 줄만 알았던 금리가 기준금리가 2%가량 뛰어오르면서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A의 마이너스 통장은 6개월 변동금리였는데,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금리(MOR)도 오른 것이다. 은행에서는 재산정된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라면서도 6개월 후에는 MOR이 재산정될 수 있다는 말만 했다.
보통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에 우대금리를 제외하고 산정된다. 기준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의 대출금리가 바뀔 때 기준이 되는 금리를 뜻하는데, 은행은 코픽스(COFIX)와 금융채·CD 등 MOR을 기준금리로 이용한다. 모든 은행이 같은 값을 적용하는 코픽스에 비해 MOR은 조달 비용 등에 따라 은행마다 다르게 산정된다. 은행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올 때 채권을 발행하면 금융채가 되는데, 은행이 지불하는 이자가 MOR이 된다.
또 가산금리는 개인의 위험관리 비용, 은행 마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개인의 신용 상태 등으로 가산금리도 바뀔 수 있다. 은행 내부에서 금리체계에 따라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금리 산정 방식을 알 수는 없지만, 보통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상승할 때 오르고 하락할 때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집을 사거나 은행 대출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의 금리 결정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여러 경로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모든 중앙은행은 적정한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다. 이 수준을 넘어가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게 된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대출금리를 높게 만들어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대출이자가 상승하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과열됐던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고, 이는 전체 경제성장 속도를 제어하게 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연준과 시장 사이에서는 여전히 ‘동상이몽’중이다. 연준은 내년에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시장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연준의 의사결정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은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금리 동결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2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 위한 속도 조절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이 물가 전망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한 이상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A씨가 금리 인상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는 우선 소비성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매월 50만 원씩 은행에서 1년짜리 4% 금리의 적금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들어가는 총 원금은 600만 원이 되고, 12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적금은 첫 달에만 50만 원에 대한 이자 4%가 붙고, 2~12개월 차까지는 이자가 줄어들면서 12만 원가량의 이자를 받게 된다.
그러나 굳이 적금을 들지 않더라도 매달 1만 원씩의 지출을 줄여도 1년이면 4%의 적금 금리를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출을 크게 줄여야겠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서서히 줄여가도 생각보다 쉽게 줄일 수 있다.
지출을 줄였다면 다음은 자신의 대출 상황에 대해서 점검해야 한다. 현재의 대출금리, 대출 잔액이 총 자산 대비 차지하는 비중, 대출상환액이 현금 흐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확인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채 상환액이 월 소득의 20%를 넘는다면 대출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한 달에 얼마나 자신이 소비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수많은 가계부 앱 혹은 자산관리 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비상자금 계좌를 만드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큰 지출이 생기면 불가피하게 기존 예금이나 적금을 깨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비상자금 계좌를 만들어둔다면 비상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규칙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생길 것이다.
직장인 A씨는 ‘대출금리 재산정’이라는 ‘아차’하는 순간을 겪은 뒤, 자신의 지출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꾸준히 붓던 적금도 만기되고, 마이너스 통장에 익숙해지면서 죄의식없이 통장을 이용해 한도가 꽉 차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는 2023년 새해를 맞이해 다시 처음부터 재무계획을 꼼꼼히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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