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 고용, 집값 등 주요 국가통계조작 의혹을 포착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비즈한국 취재결과 비정규직 통계와 관련한 통계청의 통계 마사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이틀 후인 같은 달 12일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증가라는 통계청 조사결과가 나오자 2019년 빌표에서는 이전 조사방식과 발표 방식을 뒤엎었고 전년 대비 증감률도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통계는 연속선상에서 조사와 발표가 이뤄져야 함에도 2018년까지 조사와 완전 단절을 의미하는 그래프와 표까지 확인된다. 바뀐 조사방식을 적용한 2019년 이후 2020년, 2021년, 그리고 올해 관련 통계에서는 전년 대비 통계수치들이 등장한다.
비즈한국은 매해 8월 시점을 기준으로 통계청이 조사해 같은 해 10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결과’에 주목해 이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해당 통계는 2002년 7월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의와 범주에 따라 조사돼 매해 발표되고 있다. 이 조사결과는 임금 근로자에 대한 세부분석 및 한시적,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 등 다양한 근로형태에 대한 실태와 규모를 파악해 노동 관련 정책과 연구 활용 목적을 위한 국가통계로 무엇보다 단절 없는 연속성을 생명으로 한다.
통계청은 2018년까지 비정규직 근로자 수,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 전년 동월대비 증감률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2018년 8월 당시 자료에서 통계청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661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3만 6000명 증가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통계청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33.0%로 0.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19년 8월 조사 자료에서 통계청은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했지만 전년 동월대비 증감률은 생략했다. 통계청은 2019년 자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 1000명으로 임금근로자 중 36.4%를 차지한다고만 명시했다. 그간 관행대로라면 비정규직 수가 전년 동월대비 86만 7000명 늘었고 그 비율도 전년 33.0%에서 3.4%포인트 상승했다고 명시하는 게 통상적인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에도 비정규직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나자 자료에 명시하지 않고 통계를 마사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2019년 자료에서 일러두기를 통해 “과거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포착되지 않던 기간제 근로자가 추가로 포착됨에 따라 기간제, 한시적, 비정규직, 정규직 근로자의 규모를 전년 대비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당시 자료에서 유의사항으로 “금년(2019년)도 조사결과는 병행조사 효과로 인해 전년 미포착 기간제 규모가 반영되어 금년도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전년 대비 증감률 생략이유를 밝혔다.
통계청은 그해 10월 2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브리핑을 이례적으로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주재했다. 통계청에 확인 결과 2018년까지는 물론 2020년부터 올해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브리핑 주재와 발표는 사회통계국 고용통계과장이 전담했다. 통계청장이 해당 조사 결과 발표를 주재한 것은 2019년 강신욱 청장이 유일무이하다.
당시 브리핑에서 강 청장은 “금년도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며 그 증감 비교는 이용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음에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9년 자료 그래프와 도표에서도 이전 작성 방식과 다른 양상들이 확인된다. 통계청은 매해 자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중>과 관련해 매해 조사 결과 규모 비교에 편리한 ‘막대그래프’와 시간에 따른 추이를 보는 ‘꺾은선그래프’를 함께 제시해 통계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나 2019년 관련 그래프를 보면 2018년 8월과 2019년 8월 사이 통계 연속성 단절을 의미하는 무늬가 추가됐다. 그리고 두 해 데이터를 꺾은선으로 연결하는 표시도 없다.
통계청은 이전까지 <근로형태별 근로자 규모> 표를 통해 전년 대비 정규직, 비정규직(한시직, 시간제, 비전형)과 관련해 근로자수, 구성비, 증감률을 표기해 왔다. 하지만 2019년 8월 자료는 2018년 8월 지표와 단절을 의미하는 굵은 실선을 표기하면서 증감률 명시를 생략했다. 그러면서 통계청은 표 아래 주를 통해 ‘기간제근로, 한시적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규모는 전년 대비 증감 비교 불가함’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그렇게 2018년 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방식과 단절을 선언한 통계청은 2020년 자료에서는 전년(2019년) 동월 대비 비정규직 증감률을 제시했다. 당시 자료에서 통계청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742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5만 5000명 감소,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36.3%로 0.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0년 당시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중> 그래프에서는 2018년과 2019년 사이는 여전히 단절을 뜻하는 무늬가 표기돼 있지만 2019년과 2020년 사이는 그런 무늬를 없앴고 꺾은선으로 연결해 두 해간 통계 연속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통계청은 당시 자료 중 <근로형태별 근로자 규모> 표에서도 2019년 자료에서는 생략했던 전년 대비 증감률까지 표기했다. 통계청은 2021년과 올해 통계자료에서도 2019년 이후 관련 통계가 연속선상에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통계조작 정황 감사와 관련해 이러한 부분들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감사원의 통계청 관계자들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 2019년 발표에 앞서 청와대와 통계청 관계자들과 논의 후 자료 내용과 발표 방식이 바뀐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커지고 있다.
복수의 통계청 관계자들은 “감사원 감사에 성실히 임할 뿐 구체적인 해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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