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환경부 실수로 잘못 기재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청소차 배기관 방향을 바꿨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는데, ‘배기관 방향 전환’에 대한 일부 내용이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인해 잘못 기재됐다(관련기사 환경부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 개정하며 단순 실수 6개월 방치). 환경부는 지난 15일 이를 인지하고 가이드라인을 수정했지만, 잘못된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이 이미 배포돼 피해가 발생했다.
#배기관 방향 바꾼 후 더 불편해져
경기도 용인시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A 씨는 청소차 배기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청소차량을 운행할 때마다 배기관 가스가 조수석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A 씨가 근무하는 청소 위탁업체는 지난 10월 청소차량의 배기관 방향을 전면 수리했다. 경기도에서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그런데 배기관 방향을 바꾸자 조수석으로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쓰레기 수거 작업 시 조수석에서 차량 상·하차를 반복하는데, 바꾸기 전보다 매연을 더 마시게 된 것이다.
A 씨는 “최근 이 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다른 구역의 회사들은 이미 배기관을 설치했다 떼어버렸다. 경기도에서는 우리가 자부담까지 해서 배기관을 바꿨다고 칭찬하는데, 오히려 노동자들이 더 불편해졌다. 대체 왜 이렇게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청소업체 관계자는 “배기관 방향을 전환한 다른 4개 회사가 현재는 설치한 배기관을 다 떼어버린 걸로 알고 있다. 미화원을 생각해서 올해 지원을 받는 김에 제대로 바꾸자 해서 바꿨다. 지원사업비 외 회사 자부담까지 들여 대당 100여만 원으로 배기관을 설치했는데,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건의가 속출한다. 환경미화원들에게 불편하면 다시 떼어도 된다고는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사업비 8300만 원 지원 “탁상행정으로 골칫거리 됐다”
경기도는 올해 청소차량 275대를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경기도 전체 청소차량 854대 중 노후 차량과 기전환 차량을 제외한 수다. 경기도는 지원 차량 1대당 최대 30만 원을 지원했다. 시·군이 70%, 경기도가 3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총 83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경기도가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환경부의 권고 때문이다. 환경부는 2019년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시작으로 청소차 배기관 방향 전환을 권고해왔다. 상차 작업 시 환경미화원이 매연을 정면으로 흡입해 각종 산업재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환경부는 2019년 배기관 방향을 왼쪽 90도로 전환하라는 지침에 이어, 올해 2월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인증된 ‘스카이 머플러’를 적용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우수사례였던 수원시 사례를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난 6월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일부 내용이 담당자 실수로 바뀌었는데, 이 내용 그대로 지자체에 전달된 것이다. 이에 경기도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기관 방향 전환 사업을 진행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등에 명확히 어떤 방식으로 배기관 방향을 바꾸라는 지침이 없었다. 그래서 도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는 관여하지는 않았고, 2019년 허용 기준인 90도 방향 전환을 적용해 예산을 잡았다. 구조 변경 부분도 인증 받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우선 지자체에서 최대 30만 원을 지원하고, 스카이 머플러 설치 방식은 사업체에서 실정에 맞게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분통을 터뜨린다. 한국노총 연합노련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잘못 수정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경기도도 스카이 머플러 설치 권고를 몰랐고, 청소업체도 이를 몰랐다. 그래서 원래 거래하던 공업사에서 배기관 방향 전환 수리를 받았다. 배기관을 하늘로 뺐는데, 그걸 다시 조수석 쪽으로 90도 트는 바람에 연기를 상하차 시에 고스란히 흡입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올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배기관 구조변경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 산업보건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환경미화원 가운데 폐질환 환자 비율이 높았다. 배기관 방향 때문으로 보고 구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일 수정한 가이드라인을 다시 지자체에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경기도와 용인시 등에 항의했지만, 가이드라인에서 내용이 권고사항이라 방향 전환이 잘못 이뤄졌어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환경부도 해결해줄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가이드라인이 수정된 이후 이 내용이 지자체로 다시 전달되지도 않았다. 경기도는 배기관 방향 전환에 대한 부분을 업체 평가 기준에도 포함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원래 가이드라인대로 스카이 머플러를 설치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경기도 지원비를 받아 설치했으니 마음대로 떼기도 힘들다. 회사에 불편해서 떼겠다고 하니, 공개하지 말고 조용히 떼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희민 한국노총 연합노련 법률지원차장은 “잘못 배포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현장에서 배기가스에 더 노출되는 상황이다.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현장 노동자를 위해 배포한 가이드라인이 단순 실수로 현장 노동자의 골칫거리가 된 것은 유감이지만, 살금살금 행정을 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가이드라인 배포나 수정 시에 유관단체에 알리고 함께 논의하는 형태로 가야 이런 문제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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