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BYC의 오너 3세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석범 회장의 아들인 한승우 상무가 2018년부터 관계사를 통해 지배력 강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가족 간 지분 정리가 이어지고 있다. 30% 수준의 직·간접적인 지배력으로 사실상 BYC 최대주주가 된 한 상무가 곧 경영권까지 쥘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가족기업 상당수가 주력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외형을 키워온 만큼,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된 회사들과 오너 일가를 둘러싼 사익편취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에 BYC의 2대 주주인 자산운용사는 이사회 의사록에 이어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섰다.
#‘2세에서 3세로’ 지분 정리…사실상 승계 마무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지형 씨는 11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보유하던 BYC 보통주 988주를 모두 처분했다. 한지형 씨는 창업주 고 한영대 회장의 장녀이자 한승우 상무의 고모로 부동산 임대업체 백양의 최대주주(지분 29.4%)다. 한지형 씨는 한 상무가 이사로 첫 보직을 얻은 2018년 이후 꾸준히 보유 주식을 팔았다. 2017년 2만 3170주를 장외매수한 한 씨는 △2018년 2만 145주 △2019년 9913주 △2020년 5571주 △2021년 3799주를 매도하며 지분율을 낮춰왔다.
그동안 한석범 회장의 세 자녀와 부인 장은숙 씨는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장 씨는 2020년 2만 577주를 장내 매수한 후 올해 6월까지 추가로 5044주를 구매했고 자녀들의 보유 주식 수도 2020년부터 현재까지 1만 7391주 늘었다.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네 사람이 사들인 주식은 전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총 62억여 원에 이른다.
BYC의 경영권은 창업자의 셋째 아들인 한석범 회장 일가가 쥐고 있는데,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오너가 2세들의 지분이 3세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너 3세 한승우 상무는 올 11월 말 기준 3.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석범 회장(7.40%)의 절반 수준이다. 단순 수치만으로는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부족해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한 상무의 승계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승우 상무가 BYC의 최대주주인 신한에디피스(18.43%)와 한승홀딩스(10.55%)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신한에디피스는 한석범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가족회사로, 한 상무가 지분 58.34%를 보유했고, 한승홀딩스는 한 상무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한 회장에게는 개인 지분 7.40%가 남은 반면 한 상무는 실질적으로 30%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내부거래로 키워 승계까지…2대 주주, 사익편취 의혹 제기
BYC가 폐쇄적인 가족경영을 펼쳐온 기업인만큼 비교적 매끄럽게 승계가 진행되는 모양새지만 앞으로는 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SG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사가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겨냥해 강력한 주주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은 BYC의 지분 8.13%를 가진 2대 주주로, 지난해 12월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 공시한 후 주주서한 발송 등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펼쳐왔다.
13일 트러스톤은 BYC 경영진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공개서한을 살펴보면 트러스톤은 부동산 등 투자재원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문제와 특수관계자 간 부당한 내부거래 의혹을 지적했다. 트러스톤 측은 “BYC의 투자 부동산 등 부동산 가치는 2조 원에 육박하므로 실제 자산가치는 약 2.2조 원, 자산 내 투자 부동산의 비중은 약 91%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투자 부동산을 공모 리츠화함으로써 투자 부동산의 수익률을 제고하고 의사결정과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으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을 한참 밑도는 2.0% 수준의 임대수익률 등을 꼽으며 투자 부동산의 효율화를 촉구한 것.
특수관계자 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이다. 한석범 회장 일가가 가족회사 등 특수관계인들을 통해 보유한 지분은 60%가 넘는다. 트러스톤 측은 3세가 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자금 중 266억 원가량이 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신한방, 남호섬유 등 관계사에서 조달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BYC는 석연찮은 내부거래로 영위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된다. 토종 속옷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건설·임대 등 부동산 전문 회사의 성격이 강하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류 관련 영업이익은 26억 원인 반면 건설·분양·임대로 벌어들인 이익은 76억 원에 달했다. 2004년 부동산 임대업과 도소매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신한에디피스도 제품을 직접 제조하기보다 제품을 받아 재판매하는 형태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관계사들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BYC가 관계사들과의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은 63억 원이었지만, 비용으로 계상된 금액은 147억 원에 달했다. 관계사와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보다 지출이 2배 이상 컸던 셈이다.
트러스톤은 20일 BYC 경영진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알렸다. 트러스톤은 법원 허가를 받아 내부거래와 관련된 이사회 의사록을 확인한 데 이어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내부거래 문제가 파악되면 주주대표소송 등 경영진의 책임 규명을 위한 추가적인 법적 조치도 고려해 BYC의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러스톤 측은 “대주주 특수관계사들이 BYC와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자금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예고했다.
BYC가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내부거래 규모도 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2대 주주의 본격적인 행동주의 전략이 사측의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기에는 충분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8%대 지분을 가진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적으로 문제 사안에 대한 여론을 키우고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승계작업 등 주요 의사결정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YC 관계자는 승계 작업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공개 서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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