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기준이 대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대형 로펌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
최근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 삼표그룹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건은 올 1월 29일 경기도 양주의 삼표산업 채석장이 무너지면서 노동장 3명이 숨진 사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발생해 1호 사건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사고를 조사한 고용노동부는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건네받은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삼표산업을 지배하는 정도원 회장까지 소환 조사하며 ‘처벌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에 오너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까지 처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와 로펌 등에서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온다.
#오너 책임 소재 두고 의견 분분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홍용화)는 정도원 회장을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과 관련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사건을 수사한 고용노동부와 판단이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5개월 동안 사건을 수사한 뒤 채석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삼표산업의 이종신 대표까지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지난 6월 검찰에 송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대표가 현장 위험 요인을 사전에 평가하지 않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고용노동부보다 더 넓은 범위의 ‘책임 가능성’을 검토 중인 셈이다. 이번 소환조사에서 삼표산업을 지배하는 삼표그룹의 정도원 회장에게 사건 관여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로펌들이 불만을 표하는 지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되는 동안 로펌들은 기업들에게 ‘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책임 소재가 있을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에 맞춰 대응하도록 해왔다. 대형 로펌의 중대재해처벌법 담당 변호사는 “큰 기업의 경우 수만 명,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의 사망자만 발생해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개별 공장이나 사업장의 사건 사고까지 오너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동안 계열사의 안전 담당 임원, 혹은 대표이사까지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삼표그룹 오너가 기소된다면 로펌 대응도 다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달라졌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말, SPC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 이후 내린 가이드라인이 검찰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도어스테핑에서 “15일 평택 SPC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 사고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라며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를 가동해서 시민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지만,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이 계열사 대표이사가 아닌 실질적인 지배권이 있는 오너까지 수사 대상을 넓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소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오너를 소환해 관여 여부를 수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거꾸로 사건의 여론에 따라 필요하면 오너를 처벌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검찰과 법원이 향후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위해 일관된 처벌 기준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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