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리니지W’가 지난달 출시 1년을 맞았다. 전작에서 과도한 과금 요소로 대규모 이용자 이탈과 주가 하락을 경험한 엔씨는 신작에서는 과금 요소를 대폭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신작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엔씨소프트 기업 가치를 끌어내렸던 게임 내 과금 요소는 줄어들었을까.
리니지W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전작인 리니지M과 같이 1989년 출시된 자사 흥행 게임 리니지를 판타지로 재해석했다. 게임은 한국과 대만, 일본, 동남아 등 12개국 이용자들이 가상 인물(캐릭터)을 육성해 사냥과 전투를 벌이도록 설계됐다. 게임에서 우월한 지위에 오르려면 레벨을 올리거나 무기, 방어구, 장신구, 변신카드, 마법인형카드 등 아이템을 획득해 캐릭터 능력치를 높여야 한다. 아이템은 사냥으로 획득하거나 게임 내 상점에서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출시하면서 전작에서 선보인 ‘과금성 장신구 아이템’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리니지W 그룹장은 지난해 9월 말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많은 분들께서 반지, 귀걸이 같은 장신구 비즈니스모델(BM)이 나오는지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던 부분”이라며 “게임 내에서 보스 쟁탈을 통해 획득하는 장신구 아이템 슬롯만 남기고, BM 장신구 아이템 슬롯은 없앨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은 ‘눈 가리고 아웅’에 그쳤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과금성 장신구 아이템’을 없애는 대신 새로운 ‘과금성 방어구 아이템’을 내놓았다. 지난 8월 출시한 ‘빛나는 용사의 티셔츠’와 10월 출시한 ‘면갑(面甲)’이 대표적이다. 빛나는 용사의 티셔츠는 갑옷 안에 착용하는 과금성 방어구로 방어력과 경험치 혜택 등을 제공한다. 당초 리니지W에는 전작부터 선보였던 과금성 방어구 ‘빛나는 티셔츠(투사·명궁·현자)’가 존재했는데, 엔씨소프트는 두 티셔츠를 합성해 능력치 혜택을 중복으로 받도록 바꿨다. 면갑은 방어력과 공격력 등을 제공하는 안면 방어구로 기존 어깨 방어구 ‘견갑(肩甲)’과 유사한 능력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과금성 방어구다.
문제는 이 같은 과금성 장비를 구매하는 일이 1회에 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리니지W 무기와 방어구, 장신구는 아이템 강화 시스템을 통해 능력치를 키울 수 있다. 방어구의 경우 5단계 강화부터 확률적으로 아이템이 사라지거나 강화에 성공하는데,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과금성 방어구에는 강화 5단계부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능력치 혜택이 부여된다. 아이템이 사라질 것을 각오하고 강화를 진행할 유인이 존재하는 셈이다. 현재 빛나는 용사의 티셔츠, 면갑 등 리니지W 과금성 방어구 아이템은 게임 상점에서 400다이아(1만 1000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다.
한 리니지W 이용자는 “게임 이용자들은 면갑이나 견갑, 티셔츠 같은 과금성 방어구 아이템이 7번 이상 강화(+7)돼야 쓸만한 고급 장비로 본다. 강화 7단계 면갑을 만들기 위해 거의 100개 가까운 면갑을 날렸다. 수백만, 수천만 원을 쓰고도 확률 싸움에 실패해 원하는 아이템을 가져가지 못하는 이용자도 있다”며 “과금성 장비를 사지 않으면 사냥과 전투에서 이를 구매한 이용자들과 큰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려면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폐지를 약속했던 ‘월정액 시스템’은 ‘3주 정액 시스템’으로 유사하게 바뀌어 출시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리니지W에서 21일간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패스’ 상품을 내놨다. 현금성 패키지 상품을 반값 또는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권한과 추가 경험치 혜택, 전용 사냥터 이용 권한, 게임 내 아이템 구매 권한(인장 상인), 능력치(자연 회복) 혜택 등이 패스 혜택으로 제공됐다. 패스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는 일반 이용자들과 경험치와 능력치, 사냥터 이용 등에서 앞선다. 패스 아이템은 제공 혜택별로 실버, 골드, 플래티넘으로 나뉘는데 각각 3만 3000원, 5만 5000원, 10만 1000원에 판매한다.
이성구 그룹장은 앞선 쇼케이스에서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기타 월정액 시스템 등은 리니지W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인 시스템과 용옥 같은 월정액 상품은 매출적인 측면도 분명 있지만 무분별한 작업장의 난립을 견제하는 목적도 함께 가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라이트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리니지W에서는 초창기 리니지 느낌 그대로,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유저분들께 동일한 성장의 재미와 득템의 재미를 돌려드리고자 한다. 단언컨대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아인하사드 축복과 유사한 시스템 또는 이에 준하는 어떠한 콘텐츠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리니지W의 이용자는 “기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모델(BM)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지 않기로 한 BM은 출시하지 않았어야 했다. 게임 이용자들을 기만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1년간 과금에 지친 게임 이용자들이 하나둘 게임을 떠나고 있는데 매주 새로운 과금 요소가 등장하는 것이 의아하다. 돈이 되는, 돈을 쓰는 이용자만 남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엔씨소프트는 이 밖에 리니지W에서 보조적으로 캐릭터 능력치 혜택을 제공하는 ‘휘장’, ‘탈리스만’, ‘마안’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 혜택 발동에 쓰이는 재료를 현금성 패키지로 판매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재료들은 돈을 주고 사지 않을 경우 장시간 사냥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리니지W에서 캐릭터 능력치를 핵심적으로 보강하는 ‘변신카드’와 ‘마법인형카드’를 다른 아이템과 함께 현금성 패키지로 만들어 팔고 있다. 패키지 상품은 하나당 2000다이아(5만 5000원 상당)로 회차당 8개씩 주 2회 판매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과금 요소 도입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게임 매출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올해 3분기 리니지W에서 일으킨 매출은 1971억 원으로 올해 1분기 대비 47% 감소했다.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에서 리니지W가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1분기보다 14%가량 줄었다. 리니지W에서 발생한 매출(매출비중)은 올해 1분기 3732억 원(47%), 2분기 2236억 원(36%), 3분기 1971억 원(33%)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주력 게임의 매출 감소로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은 올해 1분기 7903억 원에서 3분기 6042억 원으로 약 24% 줄었다.
엔씨소프트 측은 과금 요소 도입과 관련한 비즈한국 질문에 “이용자 의견을 잘 경청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만 답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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