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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2022년 결산① 투자 심리 위축, '될 놈'에만 몰린다

'유럽 테크신 연간 보고서'로 들여다본 2022년 유럽 스타트업 투자 현황

2022.12.13(Tue) 10:28:14

[비즈한국]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인 유럽에서는 대림절의 세 번째 주를 맞이했다.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4주 전부터 매주 촛불을 붙이는데, 이번 주에 세 번째 초가 켜졌다. 이런 의식은 매주 차근차근 한 해를 돌아보라는 의미의 카운트다운처럼 느껴진다.

 

첫 번째 초를 켠 첫 대림절에는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 유럽은 지금 지독한 감기, 독감, 코로나로 다시 한번 비상이다. 아프면 쉬는 것이 당연하고, 겨울에는 누구나 지독한 감기를 앓기 때문에 미팅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변경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12월에는 웬만하면 새로운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유럽 문화다. 외부에서 본다면 12월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초가 켜진 두 번째 대림절에는 올 한 해 진행한 사업을 되돌아보고 결산했다. 처리하지 못한 인보이스를 발급하고, 마무리를 앞둔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를 완성하고, 우리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 ‘당크자궁(Danksagung)’을 보냈다. 

 

세 번째 초가 켜진 이번 주에는 올 한 해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고 내년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생각할 참이다. 유럽 스타트업과 테크업계에서도 속속 결산 보고서가 나온다. 유럽 스타트업들에게 올 한 해는 어땠을까?

 

런던에 본사를 둔 유럽 VC 아토미코(Atomico)는 다양한 컨설팅 회사 및 데이터 회사와 제휴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2월 7일 유럽 테크신에 대한 연간 보고서(The State of European Tech 2022)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유럽의 스타트업 환경은 어떠했는지를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다루어보겠다. 

 

투자액이 1000억 달러를 넘었던 2021년과 달리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 스타트업의 투자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위험 요소 커지고 투자 열풍 수그러들기 시작

 

금리, 인플레이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요소, 시장 정서 등 올해 유럽 테크업계에는 다양한 위험 요소가 도사렸다. 2021년은 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130조 원)를 넘는 등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2022년 1분기 말까지는 이 열기가 아직 남아 전년 동기 대비 투자가 52%나 증가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6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 높은 규모로 투자가 진행됐다. 

 

2022년 7월 이후 눈에 띄게 투자가 감소했다.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7월부터 투자의 감소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2022년 3분기 총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2022년 총투자액은 약 850억 달러(111조 원)로 추정된다. 감소율이 높지만, 총투자액은 2021년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2020년과 그 이전 투자 총액과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외부 위험 요인에 비해 그리 극적으로 감소한 것은 아니다. 

 

2022년에 위기가 온 것은 맞지만, 2020년 이전과 비교하면 투자액이 극적으로 줄어든 수준은 아니다.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크게, 그러나 조심스레 움직이는 투자자들

 

2022년 상반기에는 총 1억 달러(1300억 원) 이상의 메가 라운드가 133회 진행됐다. 그 중에 2억 5000만 달러(3200억 원) 이상의 초메가 라운드도 무려 31회나 있었다. 놀랍게도 2022년 상반기에 투자된 금액은 2019년과 2020년 전체 투자액을 합친 액수보다도 많다.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는 가운데 ‘될 놈’에 더 많이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엿보이는 결과다. 그러나 3분기에는 메가 라운드 투자 횟수도 눈에 띄게 줄어, 위축된 투자 상황이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가 라운드 투자자들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 출신이며, 신규 투자자만 지난 5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2022년에는 1억 달러(1300억 원) 이상 메가 라운드에서 유럽 출신 투자자 수가 약간 증가한 반면 미국 출신 투자자 수는 22%가량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21년 투자 시장이 활기를 띤 덕분에 유럽에는 기록적인 수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10억 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2021년에만 105개로 전년 대비 2.5배 많았다. 

 

2022년은 아직 괜찮은 듯싶다. 2021년이 워낙 투자가 많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이는 것이다. 사진=stateofeuropeantech.com

 

2022년 유럽에서 탄생한 유니콘의 수는 3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도 이전 기록과 비교하면 적지 않다. 2022년이 ‘위기의 해’라기보다는 2021년이 ‘특이한 해’였다. 

 

#우울한 징후: IPO 시장축소, 대규모 해고, 여전히 먼 성평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IPO(기업공개)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증시가 부진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되면서 IPO를 통한 자본 조달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과 유럽을 통틀어 시가 총액이 10억 달러를 초과한 테크 기업 IPO는 3건에 불과했다. 2021년에 86개였던 것에 비하면 30배나 감소했다. 

 

이는 자본 유동성의 측면에서 전체 스타트업과 테크 생태계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IPO를 통해 이익을 꾀하던 기존 주주들이 보유 자산을 처분하고 자본을 다른 곳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유럽의 테크 생태계는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올해 유럽 테크업계에서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사건은 경기 침체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다. 전 세계 스타트업과 테크신의 해고 통계를 제공하는 레이오프 트래커(Layoffs Tracker)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타트업과 테크 회사 1227곳에서 23만 7117명이 해고됐다. 유럽에서는 약 1만 4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는 전 세계 규모의 약 7%에 해당한다. 이 숫자는 공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한 터라 실제 해고 규모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반기에 정리해고가 가속화되어, 11월은 10월에 비해 두 배 이상 해고 건수가 많았다. 미국의 메타(옛 페이스북)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한 것도 이때다. 직원 해고 규모가 가장 큰 기업 10위 안에 든 유럽 기업은 신속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튀르키예(터키)의 겟티어(Getir)가 있다. 

 

직원 해고 규모가 컸던 테크 회사 10곳. 사진=layoffstracker.com

 

테크신의 내적 발전도 여전히 더딘 모양새다.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는 스타트업과 테크업계도 여전히 성차별 지수가 높다. 2022년 유럽 VC 자금의 87%가 남성 창업자들에게 돌아갔고, 여성 창업자들로만 이루어진 팀은 고작 1%만 차지했다. 2021년 기록적인 투자 유치가 무색하게 자금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다소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다음 주에는 내년을 준비하는 스타트업과 테크신에서 눈여겨봐야 할 긍정적인 데이터를 소개하겠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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