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진심으로 이 사람과 술 한 잔 마셔보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 이 뜬금없는 욕망의 주인공은 요즘 가장 핫한 인기 유튜버 중 한 명인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이하 오사사)’의 마츠다 부장님이다. 그가 출연하는 88만 명 구독자를 자랑하는 이 유튜브 채널은 오사카 현지인이 소개하는 오사카 맛집, 일본 여행 꿀팁, 부동산 정보 등의 콘텐츠를 다룬다.
오사카의 부동산 관련 회사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얼핏 듣기에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사실 ‘오사사’ 채널이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엄청난 마성의 매력을 품은 마츠다 부장 때문이다. 이 중년의 부장님을 사랑하게 된 시작은 그가 먹고 마시고 소개하는 ‘회사원’ 시리즈를 통해서다. 엄청난 화제 몰이의 중심이 된 ‘오사사’ 내 ‘회사원’ 시리즈는 퇴근 후 현지 오사카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술집을 소개하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스타일의 콘텐츠 구성이다.
실제 직장 상사인 마츠다와 그의 부하직원들이 대동 돼 소개하는 오사카 번화가 뒷골목의 술집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 메뉴와 술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누군가와 함께 이자카야에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훤칠한 키에 수트가 잘 어울리는 스타일, 잘생긴 마츠다 부장의 외모는 ‘오사사’ 채널의 인기에 한 몫을 더한다. 그러나 마츠다 부장을 사랑하게 되는 가장 큰 매력은 음식과 술을 소개할 때 진심을 담은 그의 차진 표현력과 함께 술을 마시는 이들에 대한 유쾌한 배려에 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일본인인 그는 완벽한 일어로 주문하고 한국 사람보다 더 친근한 표현으로 자신이 먹는 음식과 술을 표현하는 능력자다. 술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진실의 미간을 보여주면서 “캬흐~!”를 아저씨처럼 외치지만, 생맥주, 하이볼, 사케 순서로 술을 마시는 술꾼의 격이 있는 사람. 그는 그렇게 맛난 술을 운전 때문에 마시지 못한다는 부하직원이 생기면, 호탕하게 대리비를 주겠다고 말하는 부장님이시다.
“내가 간 야끼니꾸 집이 맛있는지 아닌지를 살펴볼 때는 그 집의 안심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살펴보면 안다”는 숙련된 미식가의 꿀팁부터 시작해, 나오는 메뉴마다 섬세하다 못해 눈물 날 것 같은 맛의 묘사로 좌중을 휘어잡는 부장님. 특히 술과 관련한 그의 센스 넘치는 표현과 전문성은 가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데, 예시를 하나 들자면 이런 식이다.
‘오사사’를 통해 간 야키도리 집에서 그는 고구마 소주 중 ‘부니세’라는 술을 두고, 정말 맛있는 술인데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술이라는 표현을, “정말 실력이 있는데 그 실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벤치에 안타깝게 앉아 있는 축구 선수 같은 술”이라고 표현한다. 취향의 깊이와 내공도 좋은데, 콘텐츠까지 재밌는 센스로 표현하는 매력남이 바로 마츠다 부장이다.
‘오사사’ 채널을 매일 밤 챙겨보면서 멋진 중년의 표본은 마츠다 부장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꼰대 응집의 권위 의식 따위는 1도 없이 술집에서 주문할 때 종업원에게도 상냥하고 공손하며, 함께 술 마시는 이들도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아는 여유와 세련된 매너가 유쾌한 사람. 좋은 것을 오래 경험한 고급한 취향을 표현할 때도 자신감은 있지만 ‘투머치 토커’처럼 과한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 설명의 양 또한 적절하니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흔히들 중년의 이미지는 육체의 쇠퇴와 정신적 무기력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사사’의 마츠다 부장을 보면, 그런 중년의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유쾌하고 여유로우며 성숙한 중년의 매력에 미소 짓게 된다. 이런 매력의 중년이라면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도 술 한 잔 먹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기보다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배려하는 성숙한 사람을 마다할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혹시 주변 후배와 부하들이 어느 순간 당신과 술 마시는 자리를 꺼리진 않는가. 그렇다면 스스로 한 번 되짚어 보길 바란다. 나의 술자리 매너는 마츠다 부장과 어떻게 다른지를 말이다.
요즘 가수 본업보다 먹방 유튜버로 더 인기를 얻는 성시경과 마츠다 부장의 유튜브 합방에서 성시경은 마츠다 부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형은 맛도 알고 매너도 알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심지어 자기 이야기도 재밌어요. 이런 형님이 동네 형님이었다면 우리가 서로의 건강을 얼마나 많이 해치면서 지냈을까.(웃음)” 술자리에서 사랑받는 멋진 중년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마츠다 부장 같은 매너로 술 마실 줄 아는 중년이 되시길. 쉽진 않다고? 그래도 노력은 해보자. 술자리를 함께하는 후배의 말이라도 잘 들어주고, ‘투머치 토커’처럼 본인 경험담만 설레발치며 늘어놓지만 않아도 적어도 반은 성공하는 것일 테니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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